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청구한 감사원 감사를 유보키로 내부 방침을 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與지도부, "결의안 통과되면 FOTA 협상 중단될 우려" 주장 **
열린우리당 고위 당직자는 9일 "용산기지 이전 비용에 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면 약 3개월 동안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 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며 "올 정기국회에서는 감사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굳이 감사원 감사를 하지 않더라도 올 정기국회 때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용 협상의 내용 등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감사 무용론'을 펴기도 했다.
용산기지 협상에 대한 감사는 ▲ 이전비용의 부적절성 ▲ 체결 당시 미국측의 서명 강요 등을 들어 열린우리당 40여 명을 포함한 여야 국회의원 63명이 추진해 왔으며 지난달 22일 감사 청구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감사 청구안과 관련해서 정부 측은 그동안 "감사 청구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한미간 이전협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당에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은 이와 관련해 10일 오후 홍재형 정책위 의장과 국방, 외교부 핵심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여권 내 추진 세력, "반드시 추진"**
당정간의 이같은 내부 결정에 감사 청구안을 추진해 온 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10일 "앞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국방과 외교라는 이름 하에 성역화돼 불평등과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감사를 청구한 것"이라며 "한.미관계를 해칠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감사가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 역시 "아직 당론 형성을 거치지 않은 문제로 지도부 일부의 생각으로 본다"며 감사추진 의사를 확고히 했다.
최 의원은 "어마어마한 세금이 소요되는 문제로 관심 있는 의원들이 참석조차 못하는 고위 당정협의와 비공개 협의에서 결정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며 "감사 결의안을 추진했던 의원들과 별도로 힘을 모아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당론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여당 책임론'을 의식한 듯, "외교-안보 사안에 관해서는 정부에 여당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 도리인 것은 안다"면서도 "아직 협약의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고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의 보도에 의존해서 문제가 제기된 수준이라 의원들이 미온적일 수 있지만 협약의 실상이 공개되면 자신 있게 동의해 줄 수 있는 의원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안보 문제라 다루기 민감하다면 비공개 청문회라도 열어 조약이 미치는 영향을 확실히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野 , "저자세 외교의 전형"**
감사 청구안에 동참해온 야당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결의안 발의를 주도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날 의원단 회의에서 "정부가 여당에게 감사원 청구안을 포기토록 종용했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안에 동의했던 63명 의원들의 동의를 다시 받아 확인하고, 추가로 재서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정부는 처리 지연 우려와 협상내용이 감사로 공개되면 곤란하다는 점을 들어 감사를 거부하고 있지만 기지이전이 2005년 2월에 예정돼있는데, 시간 지연은 말이 안 되고, 50조 이상 세금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을 감시도 없이 밀실에서 진행하겠다는 거냐"며 감사에 난색을 표한 정부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 의원은 이어 "국방부에 이 건과 관련한 속기록을 열람했는데 그 안에 '국회 비준동의안용 자료와는 별도로 실제 기지이전 세부계획서를 만든다'는 안이 있었다"며 국회의 반발을 우려한 정부가 이중 계획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역시 "정부는 국회입장을 반영해서 국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인데 주눅이 들어 대미외교를 하고 있다"면서 "저자세 외교의 전형"이라고 여권을 비판했다.
***평통사, "국민 요구보다는 미국 일정 따르는 정부" **
용산기지이전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시민단체도 "정부 여당이 감사 유보방침을 밝힌 것은 과연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관해 높은 국민적 의혹을 풀 의사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며 여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미국이 10월 회계년도 전에 이전협상을 마무리 짓기를 강력히 요구했고 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정부 고위층에서 감사에 난색을 표한 것 아니겠냐"며 "국민의 요구보다는 미국의 일정에 따르려는 정부 여당의 자세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유 처장은 "지난 방미 당시 신기남 의장의 숭미발언부터 시작해 열린우리당이 미국과 본질적으로 대등하고 호혜평등한 관계로 가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여당 지도부의 대미 '저자세'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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