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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화민족과 야마토민족이 싸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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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화민족과 야마토민족이 싸우면...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8> 현지에서 본 중ㆍ일 축구전쟁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가…", "중국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이 아닌가"

베이징에서 치러진 중ㆍ일 양국간의 '축구전쟁'전에 일본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이메일이다.

"한국인들이 너무 좋아요…. 중국인들은 무례하고, 거칠고…"

게임이 끝난 다음날, 필자의 일본인 독자(필자가 일본에서 출간한 책에 대한)가 보내온 이메일이다.

느닷없이 "한국인 좋다"로 시작되는 그녀의 메일이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중국ㆍ중국인에 대한 이질감과 분노가 더욱 강하게 서려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일본열도발 메일이 대중관계에 대한 일본인들의 변화하는 인식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중ㆍ일의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대륙은 "반일"의 기치 아래 13억이 똘똘 뭉쳤다. "쬐그만 섬나라(小日本) 주제에….", "일본놈들(日本鬼子), 보자보자 하니까…."하며 그동안의 쌓인 분노를 이 참에 해소하려 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는 암담함. 그런데 경기 전후의 중국인들을 보고있노라면 게임 그 자체보다는 철천지 원수 일본에 대한 이글거리는 적개심에 더 치중되고 있음이 역력히 느껴진다. 이러한 중국인들에게는 스포츠가 더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한편, 일본의 승리후 일ㆍ중전을 보도하는 일본의 매스컴은 다분히 중국에 대한 불쾌감 일색이다. 우익의 대변지 산케이신문이나 우익성향이 강한 요미우리 신문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나름대로 중립적인 논조를 유지하려는 듯한 마이니치 신문이나 일본의 반성과 국제협력을 추구하는 아사히 신문에서도 중국에 대한 우려와 불쾌감이 역력히 배어나고 있다. 언론매체가 이러하니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전통을 지닌 일본인들도 서서히 중국에 대한 감정과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중국대륙에서 일본열도로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파악한 열도의 분위기도 스포츠가 더이상 스포츠가 아니게 되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 누가 스포츠를 스포츠답지 못하게 하는가. 역내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으로 자웅겨루기의 역사를 그려 온 양국은 근세 들어 가장 암울한 과거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거가 채'역사가 되지 못한'현시점에도 일본정계는 아직도 온갖 망언등으로 중국인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으니 대일감정이 악화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중국에 살며 느껴지는 바이지만 중국의 대일감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것 이상이다. 오죽하면 이러한 중ㆍ일관계에 대해 국제관계를 전공한 한 중국인 교수는 "정치는 '冷'이요, 경제는 '熱', 국민감정은 이미'戰爭中'"이라 빗대고 있겠는가.

그럼에도 일본의 정치 1번지 나가다쵸는 아직도 중국내 반일정서를 중국정부의 "반일교육"의 산물쯤으로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번의 축구경기와 관련해서도 중국관중의 반일감정에 대해 "올림픽 개최예정국 국민의 자질이 그 정도라면 눈살을 찌푸릴 국가가 많을 것"이라고 자극하거나 "공산당 독재정권 유지상 필요한 가상적국이 바로 일본"이라며 양국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중국측에 돌리고 있다. 당연히 중국인들의 대일감정은 더 악화되게 되며 이는 곧 반사적인 일본인들의 대중감정 악화로 이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중국인들 스스로도 인정하듯 중국내 반일감정의 상당부분은 중국공산당이 정권유지 차원 등에서 과도하게 주입시킨 바 없지 않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13억이라는 엄청난 중국인들이 대동단결, 공산당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교묘한 대내외정책을 구사해왔다. 즉 대외적으로 특정 화풀이 대상을 설정, 그들에 대한 피해의식과 분노를 해소함과 동시에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고취시킴으로써 대내적 스트레스를 풀고 이를 통해 인민들의 단결을 저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양국 정계의 국민기만과 구태가 선량한 중ㆍ일 양국국민들 사이에 현재 "쫑화(中華)민족 VS 야마토(大和) 민족"이라는 일촉즉발의 민족감정 폭발의 위기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ㆍ일 양국의 결승전을 바라보며 내심 뭔가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는 한국인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중ㆍ일 양국관계의 험로와 이로 인해 우려되는 양국 민족주의의 충돌이 결코 우리에게도 바람직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축구대전을 관람하는 필자에 대한 중ㆍ일 양국인들의 요구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신은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이상 중국을 응원해야 한다". 지극히 중국적인 직접적 요구이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상부상조해 왔고…."지극히 일본적인 간접적 요구이다.

하지만 화법은 달라도 결국은 자기 편을 들어달라는 것은 다를 바 없는데 중일관계가 위태로울수록 그들은 우리에게 위와 같은 요구를 해올 것이 자명하다.'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양국이 과연 그들의 자웅겨루기를 양국만의 박터지기만으로 끝낼 리 만무하고 또한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도 양국사이에 끼인 상태이니 회한의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의 여의도는 이 순간에도 정쟁과 구태, 기득권 싸움에 여념이 없다. 축구결승전을 둘러싸고 청년의 용과 노련한 늑대의 불꽃튀기는 샅바싸움이 한창이거늘 이는 아랑곳 않은 채 조그만 웅덩이에서 아웅다웅 벌떡거리기만 한다.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절대 아닌데…. 우리는 정신차려야 한다. 쫑화민족주의와 야마토 민족주의의 도화선은 이미 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비록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상황으로 점화될지 몰라도 양국의 민족감정 폭발이라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 인해 언제 어느 식으로 우리에게도 그 불똥이 튕겨져 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중ㆍ일 양국의 으르렁거림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즐기고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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