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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 불신임투표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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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 불신임투표 자신있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5> 오는 15일 베네수엘라 국민소환 투표

중미인 멕시코에 이어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가장 빈곤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라파엘 차베스(50) 대통령은 중도 좌파를 지향하는 지도자로서‘리틀 카스트로’‘리데르 델 안티 쟝키(반미 지도자)’'독재자'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사진 1> 선거불패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그는 반미 기치를 높이 든 지도자로 꼽힌다.

지난 98년 선거로 집권한 그는 지금 2번째 정치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2년 쿠데타로 그를 축출하려 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봤던 언론재벌과 부유층 등 친미세력이 이번에는 대통령 불신임투표라는 합법적 수단으로 그를 몰아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미 현지 언론들은 대체로 오는 15일로 예정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가 부결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극빈서민들이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구 2천2백만의 베네수엘라는 20% 정도의 부호들이 국가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 전형적인 남미 국가 중 하나다. 대다수의 산유국들이 그렇듯이 베네수엘라에서도 미국의 영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미국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차베스는 외모와는 다르게 베네수엘라 육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시몬 볼리바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꼽힌다. 그는 학창시절 아르헨티나 혁명가 체 게바라의 혁명 사상에 몰입하기도 했으며 군 복무 중에는 쿠바의 카스트로 사상에 깊이 감동을 받아 지난 92년 특수부대 중령시절 구테타를 주도했으나 실패로 끝나 2년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와신상담, 감옥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차베스는 당시 집권을 했던 라파엘 칼데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어 94년 제5공화운동당을 창당, 정계에 투신을 한다. 그리고 지난 98년 12월 6일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계 기업들이 주축을 이룬 석유산업에 몰린 부를 극빈서민들에게 분배하는 정책을 펴 미국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사진2> 군 엘리트 출신인 차베스는 외모와는 달리 달변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서민적인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차베스 대통령의 불신임 투표는 군내의 일부 친미파 고급장교들과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야당세력과 석유재벌로 대표되는 부호들이 일으킨 일종의 반란인 셈이다.

자신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앞둔 차베스는 최근 야당과 군부를 움직이는 것이 미국이라며 지난 2002년 2일 천하로 막을 내린 군부 쿠데타 주역 장교들 가운데 59명을 전격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두고 남미 언론들은 친미파로 분류된 군부 내 장교들의 숙청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차베스의 이번 군부 반대파 체포는 국민투표일 전에 군부를 완전 장악하겠다는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자신의 통치 모델로 삼고 있는 차베스는 이번 불신임 투표 승리는 물론 3선, 그리고 4선까지를 노리고 있어 카스트로 식의 장기 집권의 초석을 다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자신감이 그를 독재자로 평가받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80% 이상이 극빈자들인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3일 발표된 신임투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45%의 신임과 34%의 불신임, 21%는 무응답이라는 결과를 보여 국민투표에서 무난히 재신임을 얻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차베스는 독재자가 아니라 혁명가"**

한국의 대통령의 탄핵사태에 이어 남미에서도 국민들로부터 불신임 투표를 열흘 정도 앞둔 차베스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를 알아본다. 지난 50년동안 남미국가 정치계 일선에서 기자생활을 해온 멕시코 <라 호르나다(La Jornada)>지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 스텔라 카죠니를 통해서다.

중남미정치계의 산 증인으로 알려진 카죠니 기자를 3일 오후에 만나 차베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필자와 함께 나눈 차베스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린다.

<사진3> 자신의 정치적인 우상인 쿠바의 카스트로와 함께 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카죠니 기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오기 전 베네수엘라에 주재하면서 차베스와는 개인적으로 아주 가까운 친분관계를 쌓아왔으며 단독 인터뷰도 여러 차례 갖기도 했다.

카죠니 기자가 밝힌 차베스는 “한 마디로 달변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열적인 정치가”라는 것과 “누구와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열린 사람이며 아주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극빈서민위주의 정책이 상류층의 반대에 부딪히는 이유이며 미국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뿜어대는 차베스의 반미적인 행동이 이번 탄핵사태의 주 원인이라는 것이 카죠니 기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야당세력들도 서로가 주도권 다툼으로 세가 갈라져 일사분란한 반대투표 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카죠니 기자는 이어“일반적으로 전체 유권자 1천3백만명 중 6백만에서 많아야 8백만이 참여했던 예전의 선거와는 다르게 이번 신임투표는 1천만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한 “차베스는 지난 94년 정치계에 발을 내디딘 후 ‘선거불패’라는 신화를 이어오고 있어 선거 때마다 승리하는 행운아적 기질을 타고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베스가 독재자라는 평가를 듣는 것에 대한 카죠니 기자의 반응은 “어떤 사람을 독재자라고 하는가”였다. 베네수엘라에는 분명 언론의 자유가 있으며 시위와 파업 등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야당의 정치활동이 자유스러운데 어떻게 독재자라는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카죠니 기자는 “차베스는 집권 후 가난한 서민들의 교육과 의료 혜택 등 쿠바 식의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이 독재자의 통치행위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차베스가 독재자라는 개념은 남미의 빈국 베네수엘라의 정치상황을 무시한 서방언론들이 선진국 정치의 잣대로 본 오해라는 것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극빈자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고 있는 차베스를 보면 독재자라기보다는 혁명가로 보아야 한다고 카죠니 기자는 주장했다.

“차베스의 탄핵사태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지나치게 남미를 지배하려는 생각 때문에 생긴 사건”이라고 지적한 카죠니 기자는 “이라크 사태에서도 보듯이 베네수엘라를 향한 미국의 정책이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리고“차베스를 몰아내기 위한 이번 사태는 석유라는 에너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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