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모한 파병 강행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자이툰 부대를 태운 수송기가 3일 이라크로 떠난 가운데, 파병 불가를 외치던 국회의원들은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연말 국회서 파병연장 동의안 막아내겠다"**
김원웅, 이광철, 홍미영, 고진화, 배일도, 권영길, 노회찬, 조승수, 손봉숙 의원은 50여명의 파병 반대 의원들을 대표해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올 연말로 예정돼 있는 파병기간 연장 동의안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심각한 위험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이라크 파병을 정부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무모하게 강행한 것에 대해 분노와 함께 강한 유감을 밝힌다"며 "파병으로 인해 고 김선일씨와 같은 무고한 희생자가 단 한명이라도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와, 추가파병에 동의하고 침묵한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라크 현지조사단으로 얼마전 이라크를 방문한 우리 의원들도 확인했듯 이라크 정정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가 표방한 평화와 재건은 실현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이미 현지에 파병된 서희-제마 부대의 제한된 활동도 이를 반증한다"고 이라크의 위험한 상황을 우려했다.
이들은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 모든 계기를 통해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올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파병 기간 연장을 위한 동의안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다.
***"도둑처럼 빠져나갔다. 비극적 코미디"**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출발한 '비밀 파병'과 관련, "한 마디로 비극적 코미디"라며 "미국은 공개적으로 갔는데 우리는 숨어서 도둑처럼 빠져나갔다. 이것 하나만 봐도 이 전쟁이 얼마나 떳떳치 못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참관하고 온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미 민주당에서도 전쟁반대의 분위기가 강했다"며 "이라크전으로 인한 미국이 고립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조차 탐탁히 여기지 않는 상황이고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이라크에 꼭 파병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철군결의안,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은 상황"**
그러나 이라크 파병 재검토 결의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의회내 소수라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은 '임시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5분 발언, 신상 발언 등을 통해 파병의 부당성을 알려나가겠다"고 답해 국회내에 소수로 머무르고 있는 이들의 한계를 여실히 절감케 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도 철군결의안에 대해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고 민노 의원들은 파병 반대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파병반대 의원들 사이에 철군결의안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음은 파병반대 의원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오늘 우리는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을 열어야 하는 고통과 비탄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제 우리 장병을 태운 수송기가 이라크로 출발했다. 국민이 그토록 우려하고 반대해온 이라크 추가 파병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정부의 무모한 파병 강행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며 국민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아울러 파병으로 인해 고 김선일씨와 같은 무고한 희생자가 단 한명이라도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와 추가파병에 동의하고 침묵한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미 파병 재검토 권고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이라크 관련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국민과 국회의 추가 파병 반대 요구를 무시한 채 파병을 강행한 것은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칫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심각한 위험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이라크 파병을 정부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무모하게 강행한 것에 대해 분노와 함께 강한 유감을 밝힌다.
또한 정부는 그동안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이라크 국민도 원하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순간까지 국민에게 이와 관련된 단 하나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민주국가의 정부로서 온당치 못한 행위이며 정부 스스로 이라크 추가 파병이 떳떳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증거이다.
이라크전의 부당성은 세계가 알고 있다. 미국 의회조차 이라크 전을 "거짓과 과장에 의한 전쟁"으로 규정, 이번 전쟁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자행된 침략전쟁임을 명백히 했다. 역사는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추가 파병을 강요한 미 부시 행정부의 죄가를 분명하게 기록할 것이다. 또한 세계 유일의 이라크 추가 파병국이라는 주권 국가로서 감당할 수 없는 치욕과 침략전쟁에 참여한 국가라는 오명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현지조사단으로 얼마전 이라크를 방문한 우리 의원들도 확인했듯 이라크 정정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다. 이라크는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상태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가 표방한 평화와 재건은 실현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이미 현지에 파병된 서희-제마 부대의 제한된 활동도 이를 반증한다.
우리는 이 순간부터 다시금 긴장의 끈을 당겨 매고 이라크 추가 파병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국민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국민의 실의에 찬 가슴에 다시금 평화와 희망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 모든 계기를 통해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알려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올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파병 기간 연장을 위한 동의안은 반드시 막아 낼 것이다.
우리는 파병을 막아내겠다는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오늘 파병 강행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런 원한도 없는 땅에서 우리 젊은이와 국민이 테러와 분노의 표적이 되는 역사적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실패했지만 그러나 패배한 것은 아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있다면 우리의 협력자, 조력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평화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계속 될 것이다.
2004년 8월 4일
이라크 파병 반대 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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