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
어제 밤에는 눈 내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만 내리고 찬바람이 윙윙
봄은 왔다고 하나 봄 같지 않은 봄
하늘은 온통 흐리고 땅은 아직도 푸르지 않아
예전이라면 벌써 올라 올 새싹이 아직 피어나지도
못하고 땅 속에서 웅크려
겨우내 골골을 누비던 아우성소리
신음소리 탄식소리 통곡의 소리
이제는 목 놓아 외치기조차 지쳐서 흐느껴
허접한 봄날이야 언제고 오지 않겠느냐,
반가운 봄소식인 줄 나가보면 공과금 통지서만 수북
님 소식인 줄 받아보면 여론조사 기계소리 전화
문 두드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 자동차 소리
모든 소리가 돈 돈 돈 달라는 소리
계절에 속고 선거에 속고 세상에 속고
속고 속이고 속아주며
딴 나라 공화국에 매번 향기 없는 가화를 바치면
수북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假花童山
가화동산은 시들지 않고 번쩍번쩍 빛깔만 뽐내고
영영 시들지도 않는 꽃나라는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앰프소리
씨앗도 없고 재생도 없는 플라스틱 꽃동산
화장과 분칠로 겉만 바꾸며 봄을 노래하지만
꽃향기도 없고 시간도 정지된 유리벽 속의 꽃
엎어버려 속울음 흐느끼며
땅속 어둠에서 숨죽여 피어날 새싹들
향기 나는 꽃들은 언제나 피어나서 나를 반기려나.
올봄 유난히 늦는 봄소식
늦둥이 산벚나무도 개살구 꽃도 피고
개나리 진달래로 온 산이 꽃동산 되는 날,
나는 나는 녹색의 나라 기다리며 덩덕궁
춤출 거외다.
그날이 오면 나는 나는
시청 앞 대한문 앞에서 복그림 복글씨 나누며*
춤 장단 얼씨구 어깨춤에 너울너울
나비춤 출거외다.
*실제로 야권연대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진보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약진이 이루어진다면 화인 김봉준은 두메산골을 나서 대한문 앞에서 좌판 벌리고 기쁨에 겨워 그림 나누기 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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