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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아르헨티나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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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의 리더십: 아르헨티나와 한국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4> 피케테로 시위의 후폭풍

***피케테로가 경질한 법무장관**

지난 주 아르헨티나의 치안 책임자들이 시위대(피케테로) 때문에 한꺼번에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연방정부 법무부장관(과거 한국의 내무부장관처럼 치안정책을 관장한다)과 차관급인 대통령 치안담당보좌관, 그리고 연방경찰청장이 함께 옷을 벗었다. 시위진압에 관한 대통령의 뜻을 거슬렀다는 것이다.

<사진>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통치력을 문제삼고 있는 정치평론가 후아킨 모랄레스 솔라

사태의 발단은 그 전 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6일 낮 노점상과 매춘부(실은 여장남자) 등을 앞세운 실업자단체(피케테로)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중심가 대통령궁 인근의 시의회 의사당 건물 앞에서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의회는 영업허가가 없는 노점상과 매춘부들의 길거리 호객행위 단속을 강화토록 하는 조례를 심의,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실업자단체는 시의회가 노점상 등의 생존권을 박탈하려 한다며 이를 저지하려 한 것이다.

시위는 종일 계속됐으며, 유서 깊은 시의회 건물은 시위대의 돌팔매 공격을 받아 정문을 비롯한 문이란 문은 모두 결단나고 길거리는 난장판이 됐다. 70여년 전 유명 조각가가 제작한 걸작으로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은 정문 문짝(사자 머리상이 아로새겨진 나무문)이 사정없이 부서졌다.

시위진압을 위해 연방경찰이 사전에 투입됐으나 건물 주변에 차단철책만 설치했을 뿐 경찰병력이 직접 시위대에 대응하지는 않았다. 시위대가 철책을 무너뜨린 뒤 정문마저 부수고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려 하자 그제서야 건물내에 배치됐던 경찰병력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최루탄을 터뜨리며 이를 막았다.

누가 보아도 경찰의 시위진압은 '마지못해서'였다. 시위광경은 시종 현지 TV로 생방송됐다. 당연히 여론이 물 끓듯 끓어올랐다.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었다. 시위대의 시위행태가 아니라 경찰의 시위진압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빗나간 피케테로 시위 대응**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처음에는 "경찰에게는 시위진압보다도 더 긴급한 일이 있다"며 시위진압에 소극적인 경찰을 두둔하다가 22일 에두아르도 프라도스 연방경찰청장을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이는 경찰청장이 시위대응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명령을 불복종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진>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정치를 한다고 비난하는 정치칼럼니스트 넬슨 카스트로,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당초 경찰과 과격 시위대와의 충돌로 인명이 살상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진압 경찰들에게 살상무기를 지니지 말도록 연방경찰에 단단히 지시를 했는데도 이날 시위현장의 경찰들이 살상무기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아르헨티나에서 경찰이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임무에 투입된다는 것은 무장해제된 군인이 전쟁터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 프라도스 청장은 경찰의 안전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시위진압대에 살상무기 휴대토록 한 것이었다.

어쨌든 경찰청장은 대통령의 명령을 정면으로 불복종한 것이 됐고, 연방경찰청장의 해임은 대통령 치안담당보좌관과 법무장관의 경질로 이어졌다. 24일 구스타보 벨리스 법무장관은 키르츠네르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쏟아놓으며 보따리를 쌌다.

치안관계부처 책임자들의 목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초유의 사태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피케테로들에 대한 미적지근한 대응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돌리게 하기 위한 것인지, 정권내의 파워 게임이 빚은 결과적 현상인지에 판단이 얼른 서지 않게 한 것이다.

벨리스 법무장관은 지난 90년대 메넴 대통령 시절 29세에 내무장관에 발탁됐었다. 당시 혈기 넘쳤던 그는 내각의 부패상을 보다 못해 국무회의 석상에서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말을 남기고 장관직을 박차고 떠나 화제를 낳았다. 그 후로 정치적 '낭인'이 됐던 그는 키르츠네르 정부 출범시 법무장관에 기용돼 앳된 외모와는 달리 강직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기대를 모았다.

***기반 허약한 통치자의 비애**

벨리스의 돌연한 낙마를 두고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지 '라 나시온'의 정치 칼럼니스트인 후아킨 모랄레스 솔라는 "벨리스의 불같은 성격도 문제지만 전도 유망한 아랫사람을 포용하지 못한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며 키르츠네르의 성격적 측면이 정치상황에 곧잘 반영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러나 키르츠네르가 피케테로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이곳 언론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사진> 정치보다는 일반대중 연설에 열중하는 키르츠네르 대통령.

아르헨티나 남부 산타크루스주(인구 27만) 주지사였던 키르츠네르는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권이 무너진 뒤 과도정부를 맡았던 에두아르도 두알데 임시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지난해 4월 27일 치러진 대선에서 21.6%의 지지로 경쟁자 메넴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두알데는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라는 정치 1번지를 장악하고 있는 페론당의 최대 실력자이다. 그러한 두알데가 키르츠네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고 퇴임한 뒤, 사사건건 국정에 간섭함으로써 전ㆍ현직 대통령간에 갈등이 증폭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피케테로의 과격시위는 키르츠네르에게 델라루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TV매체의 시사 평론가 넬슨 카스트로는 피케테로에 정부가 처음부터 강경한 대응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통제불능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취임초 80% 이상의 지지도를 보이던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인기는 이달 들어 50% 이하로 떨어졌다. 벨리스 법무장관 등이 경질된 피케테로 시위사태 후폭풍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반영되는 내달에는 지지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델라루아 전 정권을 붕괴시키고 현 정권에서도 치안관계 부서 수장 셋의 목을 한꺼번에 날려보낼 정도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피케테로 시위를 보노라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배고픈 자의 분노보다는 정치적 기반이 허약한 통치자의 비애가 느껴진다. 이것이 아르헨티나의 정치현실이다.

***‘대통령 통치력에 문제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거센 압력과 사회 불안 요소로 등장한 피케테로(도로차단 시위대)들에게 끌려 다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키르츠네르 대통령에 대해 이곳 언론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오는 11월 칠레에서 개최되는 아시아ㆍ태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좋은 비교가 될 것으로 보여져 현지의 저명한 정치평론가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잘 알려진 넬슨 카스트로와 후아킨 모랄레스 솔라를 만나 아르헨티나의 문제점과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알아보았다. 27일 오전 10시 시내 스위스 상공회의소 강당에서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지인 라 나시온지의 정치 칼럼니스트인 후아킨 모랄레스 솔라는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리더쉽과 통치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자신의 정치적인 후원자이자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과의 심각한 갈등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쳐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두알데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공개적으로 공격을 하는 등 정치적인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솔라는 또한 최근 불거진 법무부와 경찰청, 치안보좌관 등 치안관련 부처 수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사태도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급한 성격이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지난 주 시위대 진압에 투입되는 경찰의 살상무기소지 금지를 명령했다. 시위진압 경찰과 과격시위대와의 충돌로 인명 살상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경찰청장은 시위진압 경찰에게 총기를 소지토록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시위진압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시위대의 공격으로 시의회 건물이 난장판이 되는 불상사가 생겨났다. 이에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은 오히려 명령불복종을 들어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잇따라 치안보좌관과 법무장관을 경질했다. 시위대응에 대통령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아르헨티나에서 경찰이 실탄을 소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장해제 당한 군인을 전쟁터에 내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솔라는 이에 대해 메넴시절 내각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명언(?)을 내뱉고 내무장관자리를 걷어차 버린 벨리스 법무부장관의 불같은 성격과 끼르츠네르의 성격이 충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아랫사람을 포용하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키르츠네르와 두알데는 최근 이과수 폭포에서 열린 남미정상회담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두알데가 남미정상들을 여유있게 장악한 반면 키츠네르는 외톨이적인 모습을 보여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접근이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공개한 꼴이 되었다”고 솔라는 전했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이 내각과 정치계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통치력을 약화시키는 결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80% 이상의 지지도를 보이던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인기는 최근 과격 시위대들로 인해 급락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TV매체의 시사 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넬슨 카스트로는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통치행위를 문제삼았다. 아르헨티나의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행위를 무시하는 듯한 그의 즉흥적인 연설은 전 정부를 부정하는 듯한 요소마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한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정치계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수행하려고 하는 것보다 일반 서민대중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중상류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키르츠네르와 통치 철학이 같은 두알데와 반목을 하면서도 두알데 계열로부터 정치적인 훈수를 받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카스트로는 지적했다. 또한 부패한 구세대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정확한 정치적인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유일하게 라바냐 경제장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긍적적인 작용을 해서 경제와 IMF와의 관계가 예전보다는 좋아진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현정부의 유일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이런 정치행태는 페론당 외에는 정치적인 견제를 할 만한 야당부재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한 카스트로는 국민 여론을 무시한 키르츠네르 정권의 정치행태를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최근 무법자적인 시위행태로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는 피케테로 문제도 정부가 처음부터 강경한 대응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통제불능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아르헨티나에 불고 있는 거센 중국 바람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어떤 관계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는 중국과의 교역확대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문화가 다르고 각종 무역법령의 차이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커다란 교역의 변화는 어려울 것” 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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