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감사중인 감사원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피랍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같은 판단에 근거해 김천호 사장을 형법상 유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정부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반발해온 김사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천호, 대사관에 추가파병시 물자납품 참여 부탁"**
감사원은 28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서 "김천호 사장은 '단순피랍으로 정부기관이 개입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으로 판단'해 주 이라크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현재까지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군납사업 유지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피랍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그 근거로 "김천호 사장이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을 알면서도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ㆍ주 이라크대사관ㆍ자이툰부대 관계자를 차례로 방문, 한국군이 추가 파병되면 자신이 막사설치ㆍ물자납품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감사원은 "김선일씨가 피랍된 상태에서도 신규직원 4명을 추가로 이라크로 입국시켰다"며 "이들은 6.15일 한국 출국시 목적지를 요르단으로 허위기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 사장이 가나무역 직원에 대한 대사관의 테러위협 경고(5.15), 오무전기 부사장의 충고 등에도 불구하고 경호원도 없이 물품배송을 다니도록 하는 등 직원에 대한 안전조치도 소홀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E모씨 인질협상 경험 없어"**
감사원은 김천호 사장이 현지인 변호사 E모씨 등을 통해 다각도로 구출협상을 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진술의 신뢰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6월 1일 변호사 E모씨에게 실종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감사원은 "변호사 E모씨는 김천호가 2003년 9월경부터 사업관계 자문을 받아왔다는 여성변호사로 인질협상 경험이 없고,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특성을 감안할 때 김선일 구출협상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이 의문시되고 생명을 무릅쓰고 활동하였다 하나 보수약정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변호사 E모씨가 팔루자 방문과정에서 그녀에게 접근한 신원미상의 중재자를 알게 되고 이후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중재자가 변호가 E모의 용기에 감동을 받아 위험(미군첩자로 오인될 소지)를 감수하고 나섰다는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후 김선일씨 피살 10시간 후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파병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전화한 점 등에 비추어 납치단체와 직접 접촉했는지, 실존인물인지 의문시 된다"고 밝혔다.
***"'준전시상황', 대사관 현지활동 장애로 정부가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 적다"**
한편 감사원은 "외교부 등 정부관계기관이 피랍사실을 조기에 인지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감사원은 "경호원 없이는 외부활동이 곤란한 '준전시상황'이었고 교민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이 대사관 현지활동에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사결과 실종ㆍ피랍 사실이 피랍초기부터 상당수의 김천호 주변 인물들에게 알려져 있었다"며 "가나무역 직원, 현지 목회자ㆍ선교사 그룹(9인), 국내 체류 중이던 김천호의 형과 그가 다니던 교회 관계자 등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관련자료나 진술은 없다"고 부인했다.
감사원은 "이라크 다국적국 사령부 정보융합처(IFC, Information Fusion Center)에서 일일 단위로 관리하는 지역내 실종자ㆍ피랍자 리스트를 협조받아 확인한 결과 김선일은 6월 22일자 명단에 최초로 등재되었고 그 이전 명단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미 국무부 차관보대리(6.24), 다국적군 사령관(7.19) 등 주요인사가 언론보도 이전에는 몰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AP보도이후 성급하게 대응해 의혹 증폭시켜"**
피랍사실 이후 정부의 파병원칙 재확인이 성급하거나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은 "외교부는 파병을 약속한 국제사회에서의 신의, 테러리스트와 타협시 나쁜 선례가 될 소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감사원은 "알자지라 보도(6.21 05:00) 이후 대통령의 외교부 방문시(6.22 22:00)까지는 '비관적' 정보와 '희망적' 정보가 혼재돼 있었던 상황'"이라며 "외교부는 대통령 방문 당시 희망적인 정보에 비중을 두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비관적 정보로 "미국무부 대테러 담당 대사와 미NSC 안보부보좌관, 영국M16(정보기관) 이라크 담당관, 다국적국 사령부 인질테러전문가 등이 '이미 살해될 가능성', '조직 성분과 과거 전례로 보아 협상이 어려우며 살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22일 4시 11분부터 13시 11분 사이에 전했다"고 밝혔다.
희망적 정보로는 "22일 새벽 1시경 가나무역 변호사가 '처형연기를 통보받았다'고 밝혔고, 알자지라 방송이 22일 14시 50분경 '요구시한 연장'자막보도를 했고, 연합뉴스는 22일 17시경 'NKTS 최모 사장이 현지인 동업자가 참수를 막았으며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AP측이 통화했다고 주장한 외교부 직원들 중 일부는 확인됐으나 추가 통화자 및 상부보고 여부는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AP통신의 통화사실 보도에 대해서 외교부가 자체조사 없이 성급하게 대응해 정부의 신뢰도가 손상되고 은폐의혹만 증폭시켰다"고 외교부를 질타했다.
감사원은 "6월 3일 16시경 AP기자로부터 김선일 또는 다른 한국인이 실종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전화문의를 받고 평소 외신기자들이 의미없는 질문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중동과ㆍ영사과 등에 확인하지 않고 퇴근 무렵 '김선일이나 다른 한국사람이 실종되거나 납치된 일이 없다'고 전화해 주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테러대책, 외교부내 부서간 업무분장 불명확"**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서 감사원은 "'국가대테러 활동지침'(대통령훈령), '테러관련 대외국민보호 매뉴얼' 등이 마련돼 있으나 일부 불명확한 업무분장, 훈련부족 등으로 유사시 비상체제 전환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외테러 관련업무가 영사과ㆍ지역과(중동과 등)ㆍ안보정책과 등에 분산되고 총괄부서도 없는 상황"이라며 "김선일씨 사건 때 '국외테러사건대책본부'ㆍ'종합상황반'을 가동했다고 하나 활동실적은 미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위험지역 교민보호대책과 관련해 "이라트 입국을 강제로 막을 수 없는 현실적 제약, 영사업무의 소회, 중동지역 전문가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며 "주 이라크대사관의 5명 중 대사를 포함한 3명이 아랍권 근무경험이 없는 직원이라 인력보강이 필요하고 비상연락 체계의 실효성 제고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당면한 파병, 전후 대이라크 외교정책 설정 등의 측면에서 정보 수집ㆍ공유체계 보강이 긴요하다"며 "3월 오무전기 피격, 4월 박모, 한모씨 피랍, 같은 달 목사일행 8명 피랍 등 교민위해 사건이 빈번한데도 사건 경위ㆍ원인에 대한 조사, 교민안전 관련 정보 수집 등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기관보고가 현재 감사중인 사항이므로 감사원의 최종적인 결론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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