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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 파업비난광고, '대포광고'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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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 파업비난광고, '대포광고' 소동

6개 신문사만 싣자 너도나도 "광고 내놔라" 법석

광고 불황으로 매출액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각 신문사들이 전국 지하철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앞다퉈 회사측의 의견광고를 실으려 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문사들은 광고 수주를 받지 못하자 ‘대포광고’를 실은 뒤 두 지하철공사에 광고료 지불을 요구하는 등의 구태까지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경향 ‘대포광고’, 수정 이전 광고 싣는 실수도**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두 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던 지난 21일 오후, <서울 지하철 파업으로 시민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5단 컬러 의견광고를 제작해 22일자 중앙 일간지와 무료신문 등에 일제히 게재했다.

당시 두 공사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 관계로 모든 신문에 광고를 게재할 수 없다고 판단,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서울 한국경제신문 등 6개 신문사와, 비교적 광고가격이 저렴하고 주로 지하철역에 배포되는 무료신문에만 관련 광고를 게재했다.

실제로 이들 신문사들은 각 사의 당일 광고 배정표를 모두 바꿔가며 22일자 가판(정식 신문이 나오기 하루 전 시내 일부에 배포되는 신문)의 2·3면 또는 사회1면 등에 각각 관련 광고를 게재했다.

그러나 가판이 발행된 이후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머지 다른 신문사 광고국에는 때아닌 비상이 걸렸고, 두 공사 홍보실과 서울시청 홍보실에는 잇따라 신문사 관계자들의 '항의성 읍소’ 전화와 광고국 직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은 광고주인 두 공사의 게재 허락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22일자 배달판에 속칭 ‘대포광고’를 실었다. 대포광고란 광고료를 받지 못하는 광고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 신문사는 두 공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던 관계로 가판에 실린 광고 내용 가운데 일부에 수정이 가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를 그대로 게재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두 공사는 가판에 게재된 광고에서 “노조의 요구 수용시 인건비로 연간 2천9백여억원이 추가 지출된다”고 했다가 배달판에서는 “1천9백76여억원이 추가 지출된다”고 수정했다.

더군다나 국민일보는 다른 신문과 판형 크기가 달랐던 관계로 컬러 광고를 싣지 못하고 홀로 흑백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지하철공사 한 관계자는 “22일자 가판이 나간 뒤 나머지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광고를 달라고 아우성을 쳐 어쩔 수 없이 23일자에 한 차례 더 의견광고를 게재키로 결정했다”며 “대포광고 또는 광고 내용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광고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순리이지만 이들 신문사들의 압력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이를 모두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황이라고 언론 자긍심까지 팔 생각인가”**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러한 신문사들의 모습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심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신문사 광고국 중간 간부는 “불황이다 보니 물불을 가리지 않고 광고를 수주해야할 처지이지만 이번 경우는 두 공사측의 일방적 의견만이 담긴 광고였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문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간과됐다”며 “특히 그동안 신문사들의 경영을 멍들게 했던 ‘대포광고’가 또다시 등장한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문 정책국장은 “파업이라는 것이 엄연히 양자간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인데도 신문사들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현실을 호도하려는 회사측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말았다”며 “단순히 하나의 광고를 수주하기 위한 신문사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천박한 자본주의의 실전상황을 보는 것 같아 못내 허탈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또 “무엇보다도 진보-보수논조를 막론하고 모든 신문사들이 이번 의견광고를 게재했고, 이로 인해 전국 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여론 악화로 초기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점은 노동계 전반에 간단치 않은 난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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