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 전반이 장기불황의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며 도산하는 신문사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의 갖가지 '몸집 불리기' 소문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선, <이데일리> 이어 <디지털타임스> 인수설**
언론계는 이달 초부터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조선일보의 <이데일리> 인수설을 놓고 진위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실제로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 기사화되기까지 한 이 소문은 "조선일보가 <이데일리>의 1대 주주 지분 14%를 인수할 예정이며, 현재 가격조정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것.
지난 2000년 1월 인터넷 경제·금융통신사를 표방하며 자본금 1억원 규모로 출발했던 <이데일리>는 그 해 9월 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5년 새에 <머니투데이>와 함께 대표적인 인터넷 경제뉴스 사이트로 성장했다. <이데일리>는 현재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디지틀조선일보에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최근 들어 조선일보가 문화일보의 자회사인 <디지털타임스>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자본금 44억원 규모의 <디지털타임스>는 현재 43억원의 자본잠식 상태를 보일 정도로 경영이 악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문은 지난 3월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취임 이후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디지털타임스>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며, 최근 IT업계 등에는 문화일보가 매각가격으로 '1백억원'을 희망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문화일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2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현재 문화일보는 <디지털타임스>에 모두 20억원의 채무보증을 서 주고 있는 상태지만 일부 경영진들은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한이 있어도 빠른 시일 안에 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선, "기업인수는 없을 것…전략적 제휴는 강화"**
조선일보의 인수대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데일리>와 <디지털타임스>는 한결같이 "아직 구체적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다"라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김홍기 <이데일리> 기획조정실장은 "조선일보와는 양사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며 "그러나 소문처럼 구체적으로 회사 지분의 얼마를 매각할지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성규 <디지털타임스> 총무부장은 "대주주인 문화일보 입장에서는 매각 여부를 두고 다각도로 여러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디지털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관련 소문과 관련해 "기업인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박정훈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은 "현 상황에서 다른 신문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미디어간의 상호 보완과 시너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다른 언론사와의 전략적인 제휴는 계속 넓혀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실장은 <이데일리>의 지분 인수에 대해서는 "기업 인수만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지분 인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선일보, 콘텐츠 확보전쟁에 뛰어드나**
조선일보가 신문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기업 인수·합병의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계는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다각적 해석을 하고 있다.
우선 '조선일보가 최근 포탈업계에서 불붙은 콘텐츠 확보전쟁에 동참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말 편집국을 '미래형 시스템'으로 개편하기 위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한 바 있으며, 지난 16일 오전에는 본사 대강당에서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조선일보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이번에 구성한 TF팀은 지면의 방향성과 취재·편집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편집국 조직을 개편하며 자회사를 단계적으로 분사시키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미디어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텍스트·비디오·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형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멀티미디어형 컨텐츠 확보 차원에서 <이데일리>의 경제 콘텐츠와 <디지털타임스>의 IT(정보통신) 콘텐츠에 강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일보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술에 따라 공격적 확장공세를 통해 현재 조선일보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언론개혁 입법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조선일보를 둘러싼 외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불황 장기화로 사상최악의 광고불황에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확장공세를 펴고 있는 배경에 대한 정치적 해석인 셈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조선일보가 오너의 소유지분 제한 등의 정간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조선일보를 상장시켜, 보수성향의 독자들을 대규모로 주주화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 대응전략'을 검토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언론개혁 압박을 정면돌파하는 동시에 막대한 여유자금을 확보해 공격적 사세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을 조선일보가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특히 이같은 관측은 최근 정부여권의 지지율이 예상밖으로 빠르게 급락하자 조선일보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전언과 맞물려 언론계내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조선일보의 확장공세의 배경이 무엇이며 목표한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나, 다수 신문사가 부도의 위기감에 휩싸여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조선일보의 확장공세는 앞으로도 예의주시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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