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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자초하는 노무현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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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기를 자초하는 노무현 정권

<시평> 좌-우 모두의 분노의 대상 되고 있어

날이 갈수록 정국은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권위를 잃은 독선적 권위주의”, 그리고 “민주적 참여여론에 대한 막무가내식 봉쇄정책”이 낳고 있는 정치사회적 분노가 비등점을 향해 치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가 “매우 위태롭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건 결코 전환기의 진통이 아니다. 그랬다면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세력의 총체적 집결이 대통령 노무현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세력의 점진적 고립과 함께, 반동적 저항이 수세에 처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분노는 지금, 정치 스펙트럼 상 좌우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데에 노무현 정권의 위기가 있다.

***노 정권의 위태로운 국가 경영과 좌-우 모두의 분노**

노무현 정권에 대하여 “보수 세력은 격분의 심정으로”, “진보 세력은 배신감과 절망적 포기로” 각기 새롭게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 양자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트”를 공동의 목표로 삼아 서서히 서로 손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치적 동질성이 전혀 없는 상호모순 된 정치세력간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는지를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정국의 암운(暗雲)이 이대로 계속 가게 할 수 없다는 정치적 절박성에 기인한 이와 같은 현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정국의 파란이 지속되고 있는 중심에 도대체 누가 있는가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이들 양자 사이에 일치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보와 보수의 전위에 있는 세력끼리 서로 간에 아무리 화합할 수 없는 정치적 의제가 있다 해도 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의 발전적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여기서 가감 없이 목격하게 된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를 “정치적 불륜”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그것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들의 의(義)가 입증될 때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이다. 여당은 이미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선택을 적지 않게 해왔다. 한동안 정치적 전매특허처럼 내세웠던 개혁과 민족적 자주,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역사적 전망은 기만에 불과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평소 스스로도 소신과 원칙으로 믿고 주장해왔던 것들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초개처럼 버리고 그 모순에 대한 해명도 없이, 어떻게든 관철해야 할 정치적 목표로 내세운다.

***열린우리당, 본래의 개혁성 상실하고 대통령의 거수기/나팔수 전락**

그리하여 이들은 상식의 차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논리와 품위를 상실한 표현으로 권력자 옹위에만 급급할 뿐, 그 안중에는 역사와 국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초기 유행처럼 거론되었던 이른바 “코드가 같은 집단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통령 노무현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와 도전을, “정치적 오기에 근거한 독단적 밀어붙이기”로 대응하겠다고 작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이라크 침략파병에서부터 신행정수도 이전, 노동자 문제와 북방한계선 관련 군부 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을 “확고한 지도력의 발휘”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구시대적 리더십의 환멸스러운 복원”이다.

역사의 진정한 요구를 담은 가치관이 실종되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통합적 판단능력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대통령의 여전히 신중하지 못한 언행,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국가 전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직결되고 있다. 게다가 국가 전체의 방향과 관련한 논의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의 결여와, 자신의 입장과 논리에 대한 반대는 모두 배척해버리는 정치적 협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무현 정권의 민족의식 결여와 단기(短氣)의 위험성**

이와 함께, 명백한 침략전쟁에 대한 굴종적 파병동조를 비롯하여, 한 젊은이의 목숨을 아랑곳 하지 않고 희생시킨 반생명적 세계관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하여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파악하고 관리해나가야 할 군심(軍心)에 대한 대응에서 드러난 “단기(短氣)의 위험성”은 그 어떤 진영에서도 노 정권이 지지 세력을 확고하게 획득하기 어려운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좌-우 또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엄중한 민족문제에 대한 정략적 차원의 사법적 재단으로 지지 세력의 이탈과 분열을 자초하더니, 이제는 기존의 정치적 적대세력과 과거의 지지세력 모두로부터 협공 당하는 불운에 직면해 있다. 고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주의와 실용적 접근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공학의 기술적 판단”에 치우친 나머지, 자신이 역사의 어느 자리에 굳게 서있어야 하는 것인지를 망각한 결과이다.

***식민지의 밤, 희망은 도리어 가까이 오고 있다**

필리핀 아료요 정권은 미국의 거대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국 국민의 생명을 택했다. 그것은 테러에 대한 승복이 아니라, 침략전쟁의 참혹한 화마(火魔)로부터 자국 국민들을 지켜낸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정체 모를 국익”을 앞세워 한명의 존귀한 생명을 이미 침략제단에 바쳤고, 장래에 무수한 젊은이들의 목숨도 전사(戰死)라는 이름 아래 희생시킬 작정을 하고 있다. 한 때 식민지였던 나라와, 어떻게든 식민지이고자하는 나라의 차이인가?

뿐만 아니다. 여당은 법제정을 통해 친일청산(親日淸算)을 외치고 있으나, 국가와 민족의 식민지적 상태가 심화되는 일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오늘날의 반민족적 대미굴종은 그렇다면 어떻게 청산할 생각인가? 과거는 이미 그 역사적 평가가 판정 났으니 단죄할 수 있으나, 현재는 시기적으로 역사적 판단을 적용시키기도 어렵고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바로 그 논리가 식민지 시절 친일세력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근거였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할 일이다.

잠시 이 나라의 서민대중과 진보적 정치세력을 열광하게 했고, 수구 냉전적 보수 세력을 그 열광의 도가니만큼 위협했던 대통령 노무현은 이제 어느 누구에게 환호, 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그에게 진전의 기회를 부여했으나 그는 그것을 어느새 탕진하고 말아버린 것만 같다. 절호의 순간을 낭비해버린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그래서 벌거벗은 권력의 논리 밖에 없는 듯 하다.

밤은 깊어가고 있다. 속히 동이 트는 것을 기다리는 자 많은데, 시간은 어찌 이리 더디 가는가? 그러나 모순이 심화되면 새로운 기운이 태어나는 것은 필연일 게다. 우울한 이 여름이 비록 힘겨우나, 결국 다음 한 시대의 태동을 위한, 소리 없는 전야(前夜)가 될 것을 내다본다. 그리고 그것은 요란한 빈 수레를 끌고 사산(死産)되어버린 혁명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들이 아니라, 역사의 정도(正道)를 따라 민족적 자존과 인류적 양심에 자신을 순수하게 거는 이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질 빛나는 순간이다. 희망은 도리어 가까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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