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최고위원은 박정희 전대통령과 관련한 당 안팎의 공세를 역공하는 것으로 대표 취임 첫날의 행보를 시작했다.
***"정치보복은 악순환 된다"**
박 대표는 20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왜 야당 대표를 상대로 하지 않고 돌아가신 분 얘기를 하냐"며 "돌아가신 분과 싸우겠다는 것이냐"고 선친과 연계한 여권의 공세에 불만을 터트렸다. 박 대표는 "정치가 너무 무책임하게 감정대립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참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박 전대통령 얘기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민감하게 대응한 일이 없다"며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흑색선전과 비방이 있었냐. 심지어 '대가 끊겨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언급한 적이 있냐"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박 전대통령의 후광을 받는다는 지적에도 "툭하면 그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먼저 아버지 얘기를 한 적이 있냐"며 "일부러도 안한다. 오히려 그 쪽에서 얘기하는데 (후광을 받는다는 지적은) 거꾸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정치보복으로 한번 시작하면 악순환이 된다"며 "국민들이 정치보복인지 판단할 것인 만큼 그런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전여옥 대변인은 "최근 여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은 박 대표를 향한 정치보복이라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밝혀 박정희 전대통령이 포함된 친일진상규명법의 조사대상 확대를 비롯한 움직임을 정치 보복 공세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해석돼 향후 여야 관계의 갈등이 예상된다.
***"의문사위, 이런 식으로 3기가 구성되면 어떤 일 벌어질지 몰라"**
현안에 대해 박 대표가 이날 오전 회의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보와 정체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의 3기 출범에 대해선 찬반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채 "의문사위의 진상 규명이라는 취지에는 찬성을 하지만 지금의 의문사위 활동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공을 넘겼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3기 출범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위원들의 구성 기준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돼 있어 당론이 결정돼 있지는 않은 상태다.
박 대표는 "1기의 결정을 2기 의문사위가 뒤집거나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키는 것을 보니 이런 식으로 3기가 구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3기에서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문사위가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만큼 대통령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경고해야 하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DJ, 전직대통령인 만큼 얼마든지 찾아 뵐 수 있다"**
대북정책 유연화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정부 스스로 대북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 정부가 안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켜봤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와 의문사위의 결정을 지적한 뒤, "여당의 태도를 볼 때 국가관이 제대로 돼 있는 정부인지, 확고한 자세가 돼 있는지 회의를 가질 정도"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국민이 정부에 대북문제를 맡겨 놨을 때, 안보나 국가 정책에 믿음을 가져야 합의를 해주는 것인데, 지금은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대북문제가 잘 안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나라 한 분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찾아 뵙고 남북문제를 비롯한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 여야대표회담 제의에 박근혜 "지도부와 상의해 봐야"**
한편, 이날 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과 박근혜 대표와의 신행정수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대표회담을 추진 중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여야 대표회담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과 신 의장, 박 대표가 3자회담을 갖거나 노 대통령과 박 대표간의 양자회담도 주선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21일 박 대표에게 공식적인 회담 제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정식으로 제안이 온 것도 아니라서 바로 답을 드리지는 못하겠다"며 "지도부와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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