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8일, 미국과 일본이 현재 공동개발 중인 요격미사일을 내년에 시험 제작, 발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국 정부는 이달 안에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31, 중거리 미사일인 둥펑-21, 그리고 함대지 줄랑-2 등 3기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의 이같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각은 과연 어떤가? 혹시 일본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선 군사대국화 운운 하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중국의 미사일 실험에 대해선 모른 체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는 주변 강대국과의 균형잡힌 외교를 위해 조류외교를 제언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균형잡힌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들의 대일관이나 대중관은 잘 균형잡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먼저 우리속에 깃든 잠재적인 대일관. 많은 사람들이 일본 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아마도 굴욕적인 과거와 역사청산문제, 그리고 경제대국 등의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국제사회의 흐름을 볼 때 일본과의 다각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그 일본은 아직도 역사왜곡을 반복하며 군국주의ㆍ우익화로 치닫기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헌법개정을 시도하는 일본정계, 국기ㆍ국가 교육(=애국심 고취교육) 강화 움직임 등과 이를 주도하는 고이즈미 수상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일본국민들도 우익화, 군국주의화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이런 식으로 우리의 대일관은 기존의 틀 속으로 더욱 고착화되어간다,,,.
일본의 도쿄신문이 지난 6월 도쿄도내 1천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들의 70% 이상은 졸업ㆍ입학식 등과 같은 기념식 행사에서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때 기립하거나 국기인 히노마루에 대한 경의표시를 의무화한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큰 반감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러한 일본정부의 애국교육 강행에 대한 거부반응은 일본국민들 사이에서 적지 않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일선교사들은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일본 유권자 1천92명중 59%가 개헌 찬성, 31%가 반대함으로써 1982년 이후 동 신문이 10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최초로 개헌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일본헌법 개정의 최대현안은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명시한 헌법 9조의 개정 여부이다.
그런데 1990년대까지만 해도 헌법 9조 조항은 그야말로 일본사회의 성역으로 우익세력들의 개정주장이 먹혀들 틈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장기침체와 더불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나 핵 문제 등이 불거져 나오며 일본인들은 안보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즉 일본인들은‘내 머리 위를 거침없이 지나가는’외부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줄 힘의 필요성을 느끼며 개헌에 동의하기 시작하게 된다.
현재 일본의 우익분자들은 이러한 일본 국민의 안보위기심리를 천하의 호기로 여겨 개헌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지,‘일본 국민의 개헌 찬성은 곧 보수화ㆍ군국주의 지지’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본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뿌리깊은 대일 고정관념에 가리워진 채 있는 그대로 와 닿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즉 보수반동으로의 회귀에 저항하는 ‘대다수’일본인들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일본열도 총보수화”적 시각에만 휩싸이고 있는 것 같다. 다원화된 현재의 일본ㆍ일본인을 기존의 렌즈로만 바라봄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치우쳐진 한계적 사고에서 탈피, 균형잡힌 사고를 위해 스스로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우리의 대중관은 어떤가? 중국의 개혁ㆍ개방전까지 우리의 대중관과 지금의 대중관을 한번 생각해보자.‘죽의 장막 저편에는,,,’으로 대변가능한 어두웠던 당시의 대중관과 개혁개방과 한중수교, 한국기업의 대중진출과 한류열풍 등으로 인한 우호적이며 전향적인 현재의 대중관. 하지만,,,.
지난 6월말 베이징대학 “덩샤오핑이론연구센터”가‘덩샤오핑과 오늘날의 중국과 세계’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베이징 대학의 자오춘셩 교수는 ‘덩샤오핑과 중국 평화발전의 길’이란 발표문을 통해 덩샤오핑은 중국이 평화적 방법에 의한 세계강국 지향의 기초를 제시했다며 중국의 현 중앙 지도부들이 즐겨 거론하는 ‘평화발전론’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즉 강압과 패권에 의하지 않은 강대국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7월 1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제28차 회의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각각 신청한 고구려 유적지를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승인했다. 바로 다음 날“신화통신”등 중국의 주요 언론은 “고구려는 중원정권의 예속하에 있었다”는 일방적 논리를 전개하고 나섰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만약 고구려가 중국의 예속하에 있었다면 왜 그들의 선조인 수양제나 당태종 등이 그토록 고구려를 침략했겠는가? 수양제는 3번씩이나 고구려를 침략하다가 결국 당태종의 반란에 의해 나라마저 패망시키지 않았는가.
즉 우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이를 통해 쌓여지는 그들의 자신감, 그리고 작금의 역사왜곡 의도를 예의주시하며 경계해야 한다. 중국과의 잘 나가는 경제관계라는 현상적인 단면에 휩쓸려 소홀히 해선 안될 것마저 간과해선 안 된다. 역사는 우리에게 중국대륙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쌓이면 한반도를 침략했음을 수 없이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혹은 몇가지 단편만으로 전체를 판단, 그에 휩쓸려 경거망동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취해선 안된다. 일본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되지만 중국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을 고정관념으로만 봐선 안된다. 더욱 다원화된 시각에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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