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중국인 및 일본인 국제업무 종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인은 향후 관계강화가 필요한 국가로 중국(43.3%), 아세안(21.3%), 미국(19.4%) 등을 꼽고 있다. 한국은 1.9%로 인도(10.2%)와 러시아(2.8%)에도 뒤지는 추세였다. 한편 중국인들은 미국(31%), 러시아(24%), 아세안(23%) 등의 순으로 꼽고 있는데 여기서도 한국은 인도(9%)와 일본(4%)에도 뒤지는 3%에 불과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삼성이나 현대, LG 등의 한국제품은 알아도 아직도 그 국적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관심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유감스럽지만 지구촌에서의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오늘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급증, 올해 상반기의 수출계약이 이미 작년 한해 실적을 초과했고 수출시장도 다변화되고 있다 한다. 외국에서 바라볼 때 이와 같은 ‘한류(韓流)’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위의 2가지 상반된 사실이야말로 우리에게 까치외교의 수립및 추진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번에는 까치외교 구상의 전제이자 1단계 전술인 조류외교에 대해 알아보았다. 요약하자면 현행과 같은‘정치’분야 일변도의 외교전략을 조류외교라는 큰 틀 안에서 체계화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이해당사국가들과 균형잡힌 관계를 추진, 국가의 안녕을 도모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 조류외교와 거의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2단계 전술인 까치외교에 대해 살펴본다.
까치외교, 우선 왜 까치인가? 이와 관련 참고로 주변국들의 외교를 조류에 비유해보자.
먼저 미국외교는 ‘매’혹은 ‘독수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출현과 더불어 주변으로부터 온갖 경계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난폭한 새 말이다.
일본은? ‘타조’정도에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창공(정치분야)을 난다, 즉‘최대의 정치강국’이 된다는 것은 제반 사정상 여의치 않아 2인자의 입장에 만족하지만 그 대신 지상(경제분야)에서만큼은 조류 가운데 가장 막강한 힘(즉 최대의 경제대국)을 견지하려는 반쪽짜리 새말이다.
그러면 중국은? 국제사회에 급부상중인 중국은 그야말로 새 중의 새인 ‘시조새’가 될지 혹은 크고 화려하나 유약한 ‘공작’이 될지 그 성격규정이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이에 비해 한국의 까치는 우리 민족이 지닌 이미지 그대로이다. 나타나기만 하면 반갑고 그로 인해 왠지 좋은 일을 예감하며 가슴 설레게 하는 길조의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와 같은 우리에 대한 까치의 이미지를 외국,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 한국인의 이미지로 심어나가자는 것이 까치외교의 핵심이다.
한스 모겐소의 국가역량 요소에 비추어볼 때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세계 최대의 정치ㆍ군사강대국이 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나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도 경제나 문화, 예술 혹은 민간활동 등의 분야에서‘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온통‘정치외교’분야로만 치중하디시피 하고 있는 현행 외교행태를 과감히 수정,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던 ‘민간경제활동지원’,‘문화예술지원’,’민간봉사활동지원’등의 분야를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정계나 외교 관계기관이 주도권을 쥐려 해서는 안된다. 이미 고군분투중인 각 민간 활동주체들이 스스로 부문별ㆍ종목별 세계일류를 지속적으로 개발, 우리만의 “매력”을 전파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의 외교역량을 지원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까치외교를 통해 전세계인들이 한국제품만 보면 서로 반기며 한국의 다양한 문화ㆍ예술에 심취된 그들이 새로 나오게 될 한국제품이나 문화ㆍ예술을 기대하며 가슴 설레게 만든다. 아울러 이를 통해 거둬들인 부(富)의 일정부분을 다시 필요로 하는 전세계 구석구석에 고루 환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대한민국’하면 기쁨과 동경뿐만 아니라 ‘도덕적 리더쉽’이라는 존경의 이미지로도 인식되게끔 하는 외교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체계적인 틀을 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최고의 정치ㆍ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의 국민들. 하지만 그들은‘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동경 이상 가는 신변위협을 느껴야 하며(미 국무부도 이를 심각히 우려해 해외여행을 하는 미국인들에게 가능한 한 ‘미국인 티’를 내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과거문제조차 청산치 않는 일본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중적인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도 해외에서 아직은 인지도도 떨어지며 또한 ‘6,25’나 ‘남북대립’, ‘과격시위’아니면 ‘인색한 나라’, ’이기적인 나라’등의 어두운 이미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까치외교를 통해 비록 정치ㆍ경제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떨어진다 해도 적어도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이 어디서나 한국과 한국인임을 당당하게 밝히며 환영받을 수 있게끔‘국민을 위한’외교전략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존재관에도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정계나 외교관계기관은 월드컵 4강의 ‘위상’이니 경제 11위의 ‘국력’이니하며 온통 자화자찬으로 선량한 국민을 호도하거나 직무유기에 혈세만 낭비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21세기 한반도를 위한 체계적인 외교전략을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 한 예로 필자는 까치외교를 참고토록 제안한다. 이와 같은 까치외교란 그 전제인 조류외교의 추진으로 한반도 이해당사국가들과 균형잡힌 외교관계를 수립, 이를 통해 국가안보를 확고히 다져나감과 동시에 외교역량을 경제, 문화, 민간 등의 비정치, 비군사적 분야로도 적극적으로 다각화시켜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이나 문화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 ‘한국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서의 도덕적 리더쉽으로 인식되어 존경받는 국민을 위한 외교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숙함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까치외교 발상은 주로 외국에서 접하는 한국을 바라보며 싹튼 것이다. 다시 말해 10여년간에 걸쳐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외국에서 생활하거나 거주하며 한국에 대해 듣고, 보고, 대화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해외에서의 우리 국민이 한국인으로서 더욱 큰 자긍심을 가지며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실현가능한 방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싹튼 것이다.
다소 이상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쪼록 지금과 같이 국가의 존위와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기본조차 제대로 못하는 최악의 외교부재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논의과정에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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