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대통령을 누가 뽑았는데, 누구의 대통령이기에 국민의 목숨을 이렇게 쓰레기 취급하는가" 김선일씨의 사망 이틀째, 또다시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그렇게 '정부와 대통령의 존재이유'를 되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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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7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고 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에는 민주노동당, 통일을 여는 사람들, 다함께 등 단체회원을 포함 1천여명(경찰추산 7백여명)이 참가했다. 집회 한켠에서는 '파병반대를 위한 범국민청원' 서명이 이뤄졌고 무대 옆 김씨의 영정을 모셔 놓은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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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살아있었다면 이 자리에 있었을 것..."**
'솔아솔아푸르른솔아' 합창과 김씨에 대한 추모 묵상으로 시작된 집회는 정부에 대한 성토발언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26일 범국민대회때 파업과 집회참가등 모든 역량을 규합할 것"이라며 "조종사 노조 등 항공연대는 파병병력과 전쟁물자 등 모든 운송을 일체 거부하고,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 사태의 본질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밥그릇 싸움에 개점 휴업 상태였던 국회가 갑자기 마련한 오늘 '긴급현안질의'에서 민노당은 왕따당했다"라며 "현안질의에 임하는 외교통상부, 국방부 장관들은 국민이 위협을 받더라도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야말로 '소신과 원칙'이 있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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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중앙대 총학생회장(24)은 "김선일씨가 살아 있었다면 이 촛불 집회에 있었을 것"이라며 "'당신생명도 중요하지만 내 생명도 소중하다'는 김선일씨의 절규에 대통령은 파병강행 방침으로 답했다. 반인륜적 범죄인 테러보다 더욱 더 반인륜적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도대체 대통령을 누가 뽑았는데, 누구의 대통령이기에 국민의 목숨을 이렇게 쓰레기 취급하는가"라며 "국민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나. 국민의 목숨을 지켜주지 않는 청와대로 달려가서 싸워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나는 내 마음 속에서 대통령을 이미 탄핵했다"**
탄핵반대 집회에도 참가한 적 있다는 이제덕(19)군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회를 줬는데도 그는 스스로 그 기회를 차버렸다"며 "그 때는 탄핵자체가 부당해서 반대했지만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탄핵되야 마땅하다. 아니, 내 마음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탄핵됐다"고 배신감을 표했다.
구리의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일하는 최용헌(62)씨는 작업복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달려왔다. 그는 "정부대응이 너무나 안이한고 무관심해 너무 화가난다. 후세들에게 오늘날의 이 사태를 어떻게 말할지 너무 부끄럽다"며 "정치인들에겐 전망이 없다"고 힘없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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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회사원 김형택(31)씨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안 나온 것 같다. 파병은 예정대로 될 것 같다"고 파병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하면서도 "아직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잘해주길 바란다"고 마지막 기대를 놓치 않았다.
***파병반대국민행동 "고 김선일씨 가족들과 '광화문 시민평화장' 논의"**
전국민중연대 정용준 자주평화국장은 고 김선일씨의 장례문제와 관련, "현재 민주노동당과 파병반대국민행동 부산지부가 가족들과 김선일씨의 장례를 '광화문 시민평화장'으로 치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분명히 정부가 막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도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파병반대 못지 않게 확산되는 '파병지지' 여론에 대해 "예상보다 거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제2, 제3의 김선일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 파병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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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참가자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부르며 9시께 자리를 파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5일 오전 10시 광화문에서 비상시국농성을 벌이고 오후 1시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규탄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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