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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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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2>

IMF, 남미에서 왕따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에서는 IMF 하면 저승사자처럼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한국 경제상황을 실사하기 위해 방한한 IMF 임원들은 그야말로 칙사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런 IMF가 남미,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재정실사를 위해 지난 주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시내 중심가 쉐라톤호텔에 머물고 있는 IMF의 실사단은 정부의 푸대접과 시민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몸조심을 하고 있다. 이들 실사단은 외채상환을 반대하는 실업자연맹의 기습시위에 대비, 정부 부처 출입도 수행원이나 경찰의 경호 없이 개인적으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으며 현지언론들과의 접촉에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1> 아르헨 중앙은행을 방문한 IMF 실사단의 존 도즈워즈와 존 서튼이 후문을 통해 빠져 나오고 있다. @김영길

지난 2001년 말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 실사단 방문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2004년 1/4분기 아르헨 재정실사와 디폴트 채권상환 리 스케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임 로드리고 라토 IMF총재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협상에 앞서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민간 채권자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앤 크루거 부총재도 “채권자들과 원만한 협상이 마무리 될 때까지 아르헨티나에 새로운 해외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해외 민간채권자들에게 채권 원금의 75%를 탕감해주지 않으면 채무를 상환하지 않겠다며 채무상환 재협상을 요구하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강경자세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IMF의 협박(?)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경제부의 한 고위관리는 "IMF의 협박성 큰 소리가 아르헨티나로 향하고 있는 해외투자가들에게 약발을 받지 않고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해외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IMF의 영향이나 미국주도의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위험지수 발표 등이 아르헨티나에 별로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사진2> 아르헨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카사로사다(대통령궁) 미구엘 누녜스 대변인 @김영길

아르헨티나에서는 심지어 “IMF는 선진국 채권자들의 채권을 대신 받아내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기관일 뿐”이라며 IMF의 위상을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민간 글로벌 채권단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한 채권의 상환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내놓지 않는 한 재정실사를 승인하지 말라고 IMF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의 실사단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신들 마음대로, 할 테면 해 보라”는 태도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내 배 째라'식의 배짱은 IMF의 요구대로 구조조정이나 재정긴축을 단행한다면 국내산업이
다시금 위축되어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성장기조의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또 만일 IMF가 재정실사를 승인하지 않고 투자금지 등의 경제 제재조치를 강행한다 해도 아르헨티나에는 실질적으로 별반 영향을 끼치지 못 할 것이라는 판단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IMF의 엄포는 미국주도의 신용평가사들이 내놓는 아르헨티나의 국가위험지수만 몇% 상승할 뿐, 별다른 것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10월부터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채결을 앞두고 있다. 남미공동시장을 등에 업고 유럽연합과 거대한 중국시장을 주 타킷으로 삼는 새로운 시장체제가 예상된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주도의 IMF의 영향력은 눈에 보이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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