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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이젠 광고주에 포위돼 허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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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이젠 광고주에 포위돼 허덕이나”

[새언론포럼 토론회] “언론개혁 국면, 정체성 확립 절실”

DJ정부가 지난 2001년 2월 23개 중앙언론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돌입했을 당시 언론계에는 ‘조중동’에 대별되는 단어로 ‘한경대’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을 일컬었던 ‘한경대’는 족벌신문과 구분되는 ‘독립언론’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대안언론’ ‘진보언론’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당시 이들 신문사들이 한데 묶일 수 있었던 데에는 3개사만의 공통분모가 컸기 때문이었다. 정부 또는 특정 사주에 얽매이지 않은 소유구조, 신문 논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편집국장의 직접 선출 등은 여론 독과점 해소 논의와 더불어 보수논조의 ‘조중동’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매체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정치 종속↓’ ‘자본 종속↑’, 흔들리는 정체성**

그러나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들 신문에 대한 평가는 예전에 비할 바 없이 혹독해졌다. 정치권력에 대한 종속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반면 이를 대체한 자본의 공세 속에서 상품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 채 이제는 그동안 구축해온 진보언론의 이미지마저 퇴색돼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새언론포럼(회장 정기평·MBC 디지털본부장) 주최 ‘독립언론의 현재와 나아갈 길’ 토론회에서도 독립언론의 정체성을 묻는 참가자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이 자리에서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사례를 중심으로 독립언론의 현황을 짚어본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독립언론이 만약 상품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신문시장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양 위원은 현재 독립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해 경영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막연한 기대감 △회사 대주주인 구성원들의 주인의식 부재 △경영상황에 따라 포기되고 있는 내부 민주제도의 후퇴 등을 들었다.

양 위원은 “냉정하게 따져 현재 경향·서울신문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얻은 것은 각종 인사상 잡음과 편집권의 침해 등 부정적인 측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더군다나 두 신문 모두 전문경영인의 요구에 맞춰 편집국장 직선제를 후퇴시킨 것은 언론발전을 저해하는 ‘퇴행’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따라서 독립언론은 △전문경영인에 대한 ‘미신’에서 탈출해 ‘주인’이 직접 경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며 △개혁적인 편집국장을 선출할 수 있는 편집국장 직선제의 고수 △조중동과 대별되는 논조의 차별화 강화 △언론개혁 국면 속에서 구성원들의 실천의지 고양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식·행동 양식 변화 없으면 진정한 ‘독립’ 어려워”**

토론자들의 평가는 더욱 혹독했다.

김현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독립언론의 조건으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언론 기자들이 기존 언론과 다를 바 없는 관행과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익숙함으로부터의 독립, ‘조중동’과 뉴스 생산단계부터 다른 접근 방식 등이 바로 독립언론의 생존 지름길”이라고 제시했다.

조준상 한겨레신문 기자는 “한 예로 한겨레신문의 경우 대표이사 선출 선거에는 여러 사람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립언론 구성원들의 주체성이 점차 저하돼 가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독립언론이 사회가 요구하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직선 편집국장 출신인 강기석 경향신문 대기자는 “대안언론을 키우지 않는 언론개혁은 성공할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언론개혁은 독립언론에게 있어 기회이자 한편으로는 위기이기도 하다”며 “냉정히 말해 현재의 경향·서울신문이 대안언론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든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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