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전문 병원이 남쪽 민간단체의 지원으로 평양에 완공돼 17일부터 본격 진료에 들어갔다. 남쪽 민간단체의 지원으로 북쪽에 병원이 설립돼 정식 진료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1> 남과 북의 협력으로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이 개원한 지난 14일, 분단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남측 어린이들이 이 병원에서 생산한 콩우유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은 0161412. 저작권은 윤석봉)
이에 앞서 남북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는 지난 14일 평양특별시 동대원구역 새살림동에서 남측 어린이 11명을 포함, 남과 북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개원식을 가졌다.
3개층 9백평 규모의 어린이병동과 2개층 4백평 규모의 콩우유 공장동, 지하시설 등 연건평 1천8백평 규모로 이루어진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설사증을 비롯한 북쪽 어린이들의 영양 관련 질병 피료 및 구강 치료 와 예방 활동을 전담하게 된다.
30병상의 입원실과 설사 진료소, 초음파 검사실, 구강 진료소, 약국, 연구 자료실 및 놀이방 등이 갖춰진 이 병원에는 내각 산하 의학과학원 소속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진료활동을 하게 된다. 또 방사선 기사 2명과 임상병리사, 영양사, 보육사 등이 지원 활동을 담당한다.
또한 연간 액상 및 분말 콩우유 7백톤과 분유 2백50톤을 생산할 콩우유공장은 평양 및 산간지역 육아원, 탁아소의 어린이와 영유아 3천5백명에게 매일 콩우유 2~5봉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 2> '평양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앞에 선 남측 어린이들과 권근술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0161415. 윤석봉)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지난 2002년 2월 평양에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을 세우기로 북쪽과 합의한 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과 함께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건립을 추진해 왔다. 총 6백49만 달러 상당의 물품과 용역이 투입된 병원 건립 과정에서 북측은 부지 제공과 시공 등으로 3백만 달러 상당을 부담했도 남측은 병원 건축자재와 의료장비, 콩우유공장 설비, 기술 이전 등 모두 3백49만달러 상당을 지원했다.
한편 14일 열린 개원식에서 남북어린이어깨동무 권근술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남과 북이 처음으로 함께 세운 최초의 병원으로 민족 화해와 협력의 기념비가 될 것"이라면서 "병원은 또 남쪽의 어린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북쪽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보살필 희망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원식에는 북쪽에서 민족화해협력위원회 김성일 부회장과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오석철 소장, 의학과학원 강철 부원장 등이, 남쪽에서는 어깨동무 어린이 회원과 후원회원 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3> '평양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전경. 14일 개원식에 앞서 북측 인사들이 남측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0161413. 윤석봉)
이에 앞서 권근술 이사장과 홍창의(서울대 의대 명예 교수) 이사, 민병석(강원대 교수) 이사, 후원 회원 등 남측 관계자 96명은 병원 개원식 및 남북 어린이 상호교류 확대를 위해 지난 12일 서해 직항 전세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16일까지 4박5일의 일정을 보냈다.
이번에 방북한 후원 회원에는 변형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리영희 한양대 명예 교수, 소설가 조정래씨,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 임현진 서울대 교수,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 박영훈 SK 고문, 정운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남쪽의 어린이 11명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다. 어린이들은 이 행사 참가를 위해 지난 12일 분단 사상 처음으로 서울-평양 직항공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했고 북측 관계자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북측은 어린이들을 위해서 14일 오후 평양제4소학교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참관일정을 마련했다. 오후 2시 평양제4소학교를 방문한 남쪽 어린이들은 북녘 어린이들과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평양제4소학교 어린이들은 남쪽 친구들을 위해 '반갑습니다', '고향의 봄' 등의 노래와 무용, 악기연주 등 공연으로 반갑게 환영했고 남쪽 어린이들은 이에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후 어린이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한테 어우러져 어깨동무한 채 '우리는 하나' 등 통일가요를 부르자 함께했던 남북의 어른들도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오후 3시30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한 남쪽 어린이들은 또다시 북녘 어린이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고 이어 남북 어린이들이 미리 준비한 그림을 교환했다. 오후 5시 남쪽 어린이들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예술소조원들이 준비한 특별공연을 관람하였다.
한편, 방문 첫날인 12일 저녁의 환영 만찬에서 권 이사장은 광복 59주년인 오는 8월 15일을 맞아 북쪽 어린이들을 서울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 밝혔고, 이에 대해 북측 민화협의 김성일 부회장은 15일 환송 만찬에서 고맙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분단 이후 최초의 북쪽 어린이 남쪽 방문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14일 병원 개원식에서 행한 권근술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의 기념연설 전문.
***"어린이병원은 '희망의 보금자리'이자 '통일의 디딤돌'"**
참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처음 남북어린이어깨동무와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가 어린이병원을 짓기로 합의하고 첫 삽을 떴을 때만 해도 과연 우리가 이 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솔직히 말씀드려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 그동안 우리는 수십 차례 평양을 오가며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거듭했고 많은 분들이 밤잠을 설치며 땀 흘려 일한 덕분에, 이제 이렇게 아름답고 번듯한 병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문을 여는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먼 훗날에도 길이 남을 민족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남과 북이 처음으로 함께 손잡고 세운 최초의 병원이라는 점입니다. 남과 북에서 나는 갖가지 건축 자재와 최신 의료 장비를 한데 모으고, 의료와 건설 분야에서 남북 최고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저마다의 능력과 정성을 다해 이루어낸 값진 결실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 병원은 '민족 화해와 협력의 기념비'입니다.
둘째 이 병원은, 머지않아 남쪽의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갈 북의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보살필 '어린이병원'이라는 점입니다. 남에서나 북에서나 어린이들은 서로 어깨동무 할 만큼 키도 비슷하고 마음도 통하도록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합니다. 남과 북의 아이들이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 웃음보다 더 한반도의 평화로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이 병원은 북의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희망의 보금자리'입니다.
셋째,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일에 즈음하여 이 병원의 문을 열게 된 것 또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6.15 공동정신의 구체적 실천이자 민간 협력 부문에서의 최초의 의미있는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녘 어린이들이 병원 개원식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비록 그 숫자는 적지만 오늘 남녘 어린이들의 방문은 지금까지 있어온 남북간의 그 어떤 회담이나 교류 행사보다 중요하고 뜻 깊은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 병원은 평화로운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앞당기는 '통일의 디딤돌'입니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앞으로도 북의 일군들과 손잡고 더 많은 어린이병원을 짓고 학용품과 콩우유 공장을 세우는 등 우리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쌓아올린 '민족 화해와 협력의 기념비'가 '희망의 보금자리'이자 '통일의 디딤돌'로 우리 민족사에 길이 그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우리 다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마다않고 병원 건립에 열과 성을 다해준 서울대학병원 어린이병원 의료진과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관계자들, 특히 설계와 감리를 맡은 황영현 소장과 건설 현장에서 밤낮없이 땀 흘려 일한 건설 노동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을 있게 해준 수많은 남북어린이어깨동무 후원회원 여러분과, 후원기업인 삼성, 한화, SK, LG, 그리고 뒤에서 말없이 이 사업을 뒷바라지해준 민족화해협력위원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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