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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제 그만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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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제 그만 하시지

[김민웅 칼럼]<88> 본의 아닌 독재를 한 독재자의 딸에게

고문을 본의 아니게 하는 정권이 있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사형시킨 권력자가 있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짓밟고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게 한 독재자가 있었다. 다 산업화라는 경제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생긴 의도치 않은 일이란다. 그러니까 '본의 아닌' 독재였던 거다.

그런 일을 벌인 자의 딸이 이 일에 대해 "항상" 그리고 "죄송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 "항상"이 이제야 표현되었을 뿐이고,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대권은 노려야겠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이나마 한 마디 툭 던지고 다시 부산으로, 어디로 달려간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불법정권을 버티기 위해 지금의 안기부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남영동 고문실을 치밀하게 운영한 권력자의 딸이 사과인지 두리뭉실인지 모를 사과라는 것을 했는데, 그 딸은 이 나라 대통령이 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역사의 불행한 반복이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질까봐.

인간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일을 별반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다반사로 저지른 자를 아버지로 두었던 딸은 그 아버지로 말미암아 비극적 인생을 살아야했던 이들의 형편을 "피해"라고 불렀다. 그게 피해라는 말로 설명이 될까? 일단 그렇다고 해도, 그 피해의 터 위에 서 있는 자신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아버지가 그 모양이니 딸도 마찬가지로 그 어떤 자격도 없다고 할 마음은 없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딸 당사자다. 역사의 진실에 대해 이런 식으로 왜곡하고 호도하며 그 혹독한 시절의 비극을 본의 아닌 일로 처리하고 넘어가는 태도에서, 우리는 그녀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 낼 것인지 내다보게 된다.

박근혜는 본질적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인간에 대한 아픔과 역사에 대한 정직함이 결여되어 있다. 아니라면, 이런 식의 발언은 결코 나올 수가 없다. 더욱 크게 우려되는 것은 이런 자의 발언과 정치적 존재를 용납할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 떠받들고 있는 이 나라의 병든 정신적 풍토다.

광주 민주항쟁을 '반란'으로 왜곡하고 일제 식민지 역사를 '근대화로' 미화하는 자들이 공천을 받았다가 철회되는 사태의 중심에는 박근혜가 있다. 공천 철회된 자들과 박근혜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시기의 독재정치와 그에 맞선 민주주의 투쟁의 진실을 은폐할 뿐만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대의 역사까지 왜곡하는 두뇌가 작동하는 정당의 집권은 이 나라의 21세기를 불운하게 만들 것이다.

대선 주자 여론 조사 1위를 달리는 박근혜의 진상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 우리의 역사가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 인간은 지난 역사의 그림자 속에서 성장하고 지금 펼쳐지는 역사의 무대 위에서 자신을 완성시켜나간다. 박근혜를 덮고 있는 그림자는 암울하고 그녀가 서 있는 무대는 거짓으로 세워져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간을 죽이면서 이룰 수 있는 발전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을 발전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그런 희생의 되풀이는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부역한 자들, 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권력을 쟁취한 자들, 재물을 움켜쥐기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일에 거리낌이 없는 자들, 이런 자들의 총 집합이 박근혜 속에 똬리를 틀고 뱀처럼 웅크리고 있다. 아닌가? 아니라면, 아닌 것을 보이면 된다. 그러나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니까.

21세기에까지 그 긴 그림자를 이끌고 우리의 미래를 망치려는 자들을 퇴각시키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기만 해질 것이다.

농촌의 피해가 그대로 내다보이는데도 한미 FTA 발효 축하행진을 하는 세력들이 있다. 피해를 막고 제대로 된 자기 방어능력을 마련하자는데, 이를 정치권의 혼란이라고 매도하는 박근혜가 있다.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축에 대한 노력은 일체 하지 않은 채 제주도를 해군기지로 만드는 일에 열을 올리는 자들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을 반미로 몰아 부치는 이명박이 있다.

자신들에게는 손해 하나 보지 않을 일이라고 여기고 그 피해의 부담은 모두 이 나라 민중에게 전가시키는 자들의 논법이다. 이런 자들이 지도자, 권력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나라는 반드시 뒤집어져야 한다.

박근혜, 이제 그만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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