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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만두, 경찰들은 먹지 않았다"

문화일보 사과보도, 일부 언론 "사과 상업주의냐" 반발

이른바 '쓰레기 만두'로 불리는 만두 파동과 관련해 언론사들이 지난 4월 경찰 요청에 따라 한달여동안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일보 "경찰 엠바고 받아들인 것 잘못"**

문화일보는 9일자 사회면 머릿기사 <소비자 울린 '쓰레기 만두' 엠바고> 제하의 보도에서 "문화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범인검거를 이유로 경찰이 요청한 '엠바고'(보도시점 제한)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결국 이 기간 동안 국민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 만두'를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문화일보는 이어진 기사에서 "독자의 알권리와 건강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할 기자로서 경찰의 수사상 편의에 우선순위를 둔 취재활동을 한 셈이었다"며 "독자들과 네티즌의 분노에 찬 글과 목소리를 접하면 자책감을 지울 수 없다"고 지면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쓰레기 만두'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백여일 전인 지난 2월말이다. 그 뒤 언론사들은 지난 4월27일 경찰청의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됐으나 당시 "주범 검거가 중요하다"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지난 7일까지 보도시점을 늦춰왔다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기사를 통해 이처럼 경찰이 엠바고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경찰은 주범인 이모씨 검거에 실패했다. 결국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었다"고 밝힌 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경찰들은 만두를 먹지 않았다.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유회경 문화일보 기자는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사들은 경찰이 엠바고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이를 관행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쓰레기 만두'의 경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개인적으로 관련 사실을 계속 보도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사과보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 기자는 또 "이같은 문제의식은 출입기자단 간사 또한 공감의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좀더 빨리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나중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며 "결국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내 편집국 간부들이 사과보도를 내자고 결단해 준 덕분에 이례적으로 사회면 머릿기사로 관련 글을 싣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의례적 일", 일부 언론 "방기한 적 없다" 반발**

경찰과 일부 언론사들은 문화일보의 사과보도 직후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공보과 한 관계자는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에 혼선을 줄 수도 있는 보도에 대해 보도시점을 늦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이를 마치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든 것처럼 보도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경에 출입하는 한 신문사 중견기자는 "여름철로 접어드는 계절이 되면 식품관련 사건이 빈번하기 마련이어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번 사건 또한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문화일보의 9일자 사과보도는 마치 다른 언론을 질타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사과 상업주의'가 아니냐며 비꼬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고 마뜩찮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문화일보 기사가 나간 뒤 국민들은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국민들로 하여금 쓰레기 만두를 1백여일동안 더 먹게 만든 경찰청을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경찰 엠바고를 문제의식 없이 수용한 언론에 대해서도 비난의 소리가 높아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파문이 확산되자 가능한한 오는 10일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다음은 문화일보가 사회면 머릿기사로 게재한 사과보도의 전문이다.

***<소비자 울린 '쓰레기만두' 엠바고>**

7일 첫 보도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른바 '쓰레기 만두' 사건은 언론의 보도시점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화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범인검거를 이유로 경찰이 요청한 '엠바고'(보도시점 제한)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수사가 시작된 2월말부터 6월 7일까지 무려 100여일 동안 국민들의 알권리나 건강권은 침해됐습니다. 결국 이 기간동안 국민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 만두'를 먹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이 기간동안 경찰은 수사상의 이유로 쓰레기 만두 회수 및 폐기 등에 대한 관련 부처간 협조조치조차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기사화되기 한달 보름여 전인 지난 4월 27일 경찰청 출입기자들에게 전모가 알려졌습니다. 경찰수사는 이보다 2개월전인 2월말에 착수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즉각 보도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쓰레기 만두사건의 전모를 밝히고서도 주범을 체포하기 전까지는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해왔습니다. 이른바 '엠바고'를 요구한 것이지요.

경찰은 "도피중인 이모(61)씨가 심적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만일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되면 그 충격으로 자살할 수 있다"며 "실제로 가족들에게 '자살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며 간곡하게 보도제한을 요청했습니다. 언론에서는 통상적으로 수사상 필요하거나 사회적 이익 등을 고려해 보도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엠바고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번사건의 경우 언론의 엠바고 수용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수사상의 필요보다는 국민들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앞세워 하루 빨리 독자들에게 알렸어야 했습니다. 범인검거 욕심에 1개월이 넘도록 보도제한을 요청했던 경찰도 무책임했지만, 언론도 이런 비판에서 비켜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찰은 주범인 이모씨 검거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본 셈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경찰들은 만두를 먹지 않았습니다.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겁니다. 보도제한이 걸려있는 기간동안에만 족히 수십억원어치의 만두가 팔려 나갔을 것입니다.

기자들은 당초 사건수사가 이뤄지면서 해당 만두제조 업체들의 자발적인 리콜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경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업체명을 실명으로 거론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결국 독자의 알권리와 건강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할 기자로서 경찰의 수사상 편의에 우선순위를 둔 취재활동을 한 셈이었습니다. 독자들과 네티즌의 분노에 찬 글과 목소리를 접하면 자책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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