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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TGV(떼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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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TGV(떼제베)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19>

1899년 9월 18일,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되었다. 철마의 첫 기적소리가 터지던 날 경인선 개통열차에 탔던 독립신문의 기자는 다음과 같이 그 감회를 표현했다.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연기는 반공에 솟아 오르더라.(....)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달리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독립신문 1899년 9월 19일자, 박천홍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산처럼, 2003년 재인용)

‘나는 새도 따르지 못한다’는 표현은 분명 과장이었다. 당시 경인선 열차의 주행속도는 시속 20-30Km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로부터 105년이 지난 2004년 4월 1일, 한국에서 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 이름하여 KTX(Korea Train Express). KTX는 2003년 8월 시험주행에서 시속 302Km 주행에 성공했고, 최고시속 350Km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새 중에서 가장 빠른 새는 송골매인데 아마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빠른 동물일 것이라고 한다. 송골매가 수평비행을 할때의 평균속도는 시속 96Km이상이고 전속력으로 하강할 때의 최고속도는 시속 320Km쯤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KTX가 최고속력으로 달린다면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한다’는 독립신문 기자의 말은 이제 완전히 현실이 되는 것이다. 철도기술은 근대기계공학의 총아인데, 과학기술의 발전은 문화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고 있다.

KTX 개통으로 우리나라도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 이어 시속 300Km대의 초고속철도 보유국가가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KTX의 모델은 프랑스 고속철 TGV이며, TGV의 기술이전으로 KTX 개통이 가능했다. 우리말에서 외국어 표기는 영어식 발음을 따르기에 보통 테제베라고 표기하지만 사실 프랑스어의 원어발음은 격음보다는 경음에 가깝기 때문에 ‘떼제베’라고 하는 게 맞다.

‘떼제베’는 Train à Grande Vitesse(트렝 아 그랑드 비떼스)의 약어이다. 그러니까 ‘아주 빠른 속도의 열차, 즉 초고속열차’라는 뜻이다. 보통은 시속 200Km 이상의 열차를 고속열차라 하고, 초고속열차는 시속 300Km이상의 열차를 일컫는다.

떼제베는 1972년 이래, 1964년 10월에 개통된 인본의 신칸센(新幹線)보다 나은 고속열차를 실현하기 위해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개발해 만든 열차이다. 떼제베는 1981년 파리-리용 구간을 시속 270Km로 상업운행하면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떼제베의 영업속도는 통상 시속 300Km이며 순간최고속도는 시속 515Km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초고속열차가 속도만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열차를 평가할 때는 쾌적함이나 서비스, 정확한 운행시간, 사고율 등도 모두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KTX가 개통된 지 얼마 안됐지만 우리 언론에는 벌써부터 전력공급중단사고, 열차지연사고 등 KTX 관련 사고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1분도 거의 틀리지 않는 프랑스의 테제베나 40년 동안 한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신칸센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빨리빨리’도 좋지만 좀 덜 빨라도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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