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관용 "탄핵정국 동안 정신적으로 고문당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관용 "탄핵정국 동안 정신적으로 고문당해"

공식 정계은퇴, "대통령과 자주 만났으면 더 좋은 정치 했을 것"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28일 이임인사를 겸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했다. 박 의장은 2002년 7월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했다. 박 의장은 취임초 '중립적 의장직 수행'을 명분으로 17대 불출마 선언을 했고, 이날 의장 공관을 나서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탄핵정국 3~4개월, 고문을 당하는 고통받았다"**

박 의장은 16대 국회의 모습을 반추하며 의원들을 향한 쓴 소리부터 던졌다.

박 의장은 "회의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국회방송과 상임위원을 모아 놓은 수석전문 협의체도 만들었지만 하드웨어가 (국회) 개혁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의원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얘기하는 자세를 보면 대화하고 토론할 줄 모른다"며 "토론이 안되니 타협이 안된다. 아집과 독선만 있다"고 16대 의원들에 대한 날선 칼날을 날렸다. 그는 "말은 상생의 정치라고 하지만 원내총무가 협상하러 들어오면 발목을 잡고 안 놓아준다"며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양보는 비굴이고 유약이라고 생각하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2년간의 국회의장 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점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킬 때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뒤의 3~4일을 꼽았다. 박 의장은 이 3~4일 간을 "정신적으로 고문을 당하는 고통을 받았다"며 "영원히 내 추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탄핵소추안이 해프닝으로 기록돼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법치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여론에 민감했는지, 감성에 호소하고 선동정치를 하지 않았는지, 언론은 탄핵과정에서 객관적인 보도를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시민 단체도 마찬가지로 반성해야 한다"고 탄핵 과정을 둘러싼 사회 각 분야의 자성을 촉구했다.

박 의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와의 개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도 "고건 총리와 대통령의 사이가 나쁘다고 봐서는 안된다"며 "헌법에 보장된 내각 제청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좋은 선례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실수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이념 성향은 토론하고 대화하며 타협해야"**

박 의장은 17대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 민노당의 의회 진출, 초선과 여성 당선자의 대거 입성 등을 지적하며 17대 국회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대화 부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드러냈다.

박 의장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매일 야당이 발목잡는다고 핑계를 대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민노당 같은 이념적 색깔을 갖고 있는 정당이 국회 들어와서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각자가 갖고 있는 이념적 성향과 정책은 서로 토론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고 타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충고도 있지 않았다.

박 의장은 "63%의 의원이 초선으로 바뀌었다"며 "새로운 의회문화를 만들어 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여성 의원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기여하는 지 볼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박 의장은 지난 13일 초선의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열린우리당 일부 초선 당선자들이 "탄핵안을 통과시킨 박 의장의 치사를 들을 수 없다"고 반발하며 불참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박 의장은 "개별적 의원들의 자기 주장을 보면 기대반, 우려반"이라며 "초선 당선자 중에 70여명이 탄핵을 이유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미운 사람 얘기도 들어주고, 이론이 있으면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17대 국회 개원식에 초선 당선자가 두 명밖에 오지 않은 것도 지적하며 "개원식은 잘해보자는 자성과 반성을 하는 자리인데 초선이 두 명밖에 오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더 많이 만났다면 더 좋은 정치했을 것"**

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남겼다. 그는 "딱히 노무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말"이라고 전제한 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1년은 조심하다가, 1년이 지나면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긴다"며 "대통령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규범 속에서 활동하는 법치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분립의 정신에 따라 국회는 행정부와 갈등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귀찮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가기 싫다고 하는 생각은 의회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난 뒤에 의장 공관, 대통령 공관에서도 만나 머리맞대고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도 받아들인 바 있다"며 "이라크 파병안을 처리할 때 대통령이 국회에 온 것은 대단히 만족하지만, 더 많은 대화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정치를 했을 것"이라고 대통령의 대화 의지 부족을 꼬집었다.

박 의장은 지론인 개헌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를 일시에 하도록 일정을 맞춰야 한다"며 "그래야 책임감을 만들어 일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 도입도 주장했다. 박 의장은 "국민들은 양원제가 돈이 많이 들어서 싫어하는데, 의정생활을 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것은 조금 더 신중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원과 하원제의 양원제를 도입해 2심제로 하고 한국 실정에 맞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대 국회 29일에 종료된다. 30일부터는 17대의 시작이다. 박 의장은 29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오늘 나가면 다시 들어올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국회 사무처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의장 공관을 떠났다.

박 의장이 17대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대화와 토론을 통한 타협의 정치를 강조한 이날에도 여야는 '보혁논리'와 '김혁규 총리설'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그래서 박 의장의 이임인사는 2백99명의 당선자 중 20명만이 참석한 이날 56회 국회 개원식의 쓸쓸함처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