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25일 발표한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종합대책과 관련해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미 공정위의 종합대책이 미진할 경우 강철규 위원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한 상태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 “신문고시 3번 어기면 검찰고발”**
공정위는 당초 오는 27일로 잡혀 있던 종합대책 발표 계획을 이틀 앞당겨 25일 오전 11시 정례 기자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강대형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신문판매고시 위반사건을 공정위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해 1년 동안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관련시장의 개선효과는 미흡했다”고 평가한 뒤 “따라서 공정위는 법 위반사례가 빈발하고 법 위반 지역이 광범위해 공정위에 의한 직권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참여 캠페인, 민간단체 역량 활용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이번에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처장은 종합대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도록 '직권조사'와, 위반시 '제재'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직권조사와 관련해서는 △신고발생 상습지역, 수도권 도는 지방 신흥개발지역 등 고시위반 가능성이 큰 지역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신고된 사업자 이외의 다른 사업자들의 거래관행도 수평적으로 직권조사하며 △조사 결과 본사와의 연계성이 확인될 경우 본사 또한 조사를 추진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올해 하반기에 추가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등이다.
제재 강화와 관련해선 과징금, 법 위반 사실 공표명령, 지자체 웹사이트에 법 위반 사실 공지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 처장은 “예를 들어 3천부 이상을 배달하고 있는 지국이 규정한도를 초과 제공해 확장한 독자비율이 10% 이상이 되면 첫 회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2회는 위반사실 공지, 3회 때는 검찰고발 등을 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처장은 “3천부 이상 지국에 대한 처리는 하나의 예로 실제 시행 시점에서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며 “검찰고발은 지국의 규모, 법 위반 횟수, 법 위반 정도를 감안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처장은 시민참여 캠페인에 대해서는 “현재 공정위내의 관련 조직과 인력만으로는 위반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후속 위반행위를 억제하기가 역부족인 상태”라며 “오는 2006년까지 정부기관 종사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캠페인 선도주체로 선정해 ‘소비자 일깨우기 운동’도 추진하겠다”고 소개했다.
***본질적 알맹이는 ‘장기과제’로 미뤄**
그러나 이러한 공정위의 종합대책은 언론 현업·시민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불법단속 인력의 확충 △신고 포상금제도의 도입 △신문시장의 본질적 문제점에 대한 종합연구 등을 장기적인 과제로 미뤄두고 있어, 벌써부터 ‘직무유기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경쟁국 한 관계자는 지난 주 언론 현업·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같은 문제는 현행법을 고쳐야 하고, 또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실행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인력보강은 인턴 채용을 고려중이고, 신고포상금은 불법으로 제공받은 가액의 10배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공정위의 이번 종합대책은 “당장 수술이 시급하다”는 언론·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병의 뿌리를 또다시 덮어두려는 행위로 읽힐 소지가 높다.
실제로 공정위의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민언련, 언개연,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 전국신문판매연대, 기자협회, PD연합회, 언론정보학회 등 8개 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위가 이제라도 신문시장 정상화에 관심을 갖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공정위가 신문시장 정상화에 대한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일회적인 실태조사에 그치거나, 알맹이 빠진 종합대책을 생색내기용으로 발표하는 것이라면 공정위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종합대책에 들어가야 할 구체적인 내용으로 △경품 일절 금지, 무가지 인정 상한선은 신문유료부수의 5% 이내로 제한 △신고포상금에 대한 규정 등 마련 △광고비율 50% 넘는 신문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본사-지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등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제 신문시장은 혼탁을 넘어 붕괴 일보직전에 와 있고, 이런 식으로 가면 오로지 보수논조의 신문재벌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공정위가 또다시 미진한 대책을 내놓는다면 강철규 위원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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