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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천영세, 치열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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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덕룡-천영세, 치열한 설전

'이라크파병' '노동유연성' 등 당면 현안 입장차 뚜렷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대표가 24일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상견례차 예방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양당 대표의 회동은 김덕룡 대표가 민노당의 최근 지지율 상승을 언급하고, 천 대표가 김 대표의 머리색을 지적하며 "진취적 모습을 보여 보기가 좋다"고 덕담을 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30여분간의 회동 중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첫 5분에 그쳤다. 회동내내 양당 원내-의원 대표는 노동문제, 이라크 파병, 상임위 배정 문제 등 사안마다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설전을 방불케 하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원내교섭단체 문제 등에서도 입장 차이가 뚜렷해 17대 개원협상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김덕룡 "노동경직성이 문제" vs 천영세 "침소봉대된 것"**

김덕룡 원내대표는 "나도 운동권 출신이지만 선배로서 젊은 의원들을 만나면 '투쟁은 쉽지만 창조와 통합은 더 어렵다'고 말을 한다"며 "민노당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장외투쟁은 조금 절제하고 정책경쟁을 해야 되지 않냐"고 뼈 있는 말을 건넸다.

이어 김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노동의 경직성'이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다른 분들은 그렇게 말해도 김 대표만은 다를 줄 알았다"고 맞받았다.

그는 "엊그제 KBS여론조사를 보니 90%의 국민이 IMF때보다 지금이 더 경제위기라고 답했다"며 "그런데 원인을 살펴보면 노사갈등은 7%에 불과하고 정부와 여당의 정책실패, 정치권 갈등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60%가까이 됐다"고 '노동문제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김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천 대표는 "노사 문제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며 "암참(AMCHAM, 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 방문했을 때, 1천여개 회원사가 민노당의 원내진출을 정말 환영한다고 하며 한국의 노동력의 질을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문제가) 정확하게 정보전달이 안되고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같이 대외에 알리고 암참하고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제의 어려움을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다"고 다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동의 경직성도 개선해야 할 문제이고 무엇보다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천 대표도 "오늘 김 대표의 방문에서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노동 경직성은 잘못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1천3백만 노동자 가운데 8백만이 비정규직인 것이 문제이고, 일부 대기업에서 경직성을 보이지만 OECD회원국 가운데 노동 유연성은 유연하게 잘 돼있다"며 "노동경직성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시대변화에 맞춰가지 못하고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영세, 파병 철회 요구에 김덕룡 "정부의 제안이 오면..."**

17대 국회의 당면한 최대 현안이 될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대해 천 대표는 강하게 철회를 요구했다. 천 대표는 "미국 민주당의 케리 후보조차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각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고 말한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잘못된 전쟁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서두를 꺼냈다.

천 대표는 "(추가 파병은) '정부가 결정하고 16대 국회에서 비준했으니 강행처리 해야 된다'는 주장이야 말로 시대변화와 급변하는 정세에 부흥하지 못한 일"이라며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혁성향의 젊은 의원들이 재검토 주장을 하는 모양인데, 김 대표가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가 파병 문제는 우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가 요청하고 국회에서 결정했다"며 "새로운 정세변화가 있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 정부가 다시 요청해 올 것이라고 본다. 그 때 토론할 수 있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에 천 대표는 "워낙 절박한 상황"이라고 재차 철회를 요구했지만, 김 대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 배정안될 수도"에 천 "그렇게 되면 상생정치 아니라 양생정치"**

한편 천 대표는 상임위 배정과 원내교섭단체 문제 등 17대 개원협상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 위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천 대표는 "17대 원구성이 두 당간에 진척되고 있다는 일부의 보도를 봤다"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엄연히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층은 두 자리 수를 기록했고, 두 자리 수 지지율의 10석의 의석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처음의 틀을 짜는 문제는 당연히 민노당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양당간의 접촉은 아직 없었다"고 천 대표를 일단 안심시켰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국회법에 의거한 관행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천 대표는 각론에서의 한나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10일 남원연수원에서 권영길 대표를 통외통위, 단병호 당선자를 노동위에 배정하는 등 10명 당선자의 상임위 배정을 끝마쳤다. 천 대표는 이날 김 대표에게 "정책보좌관을 선출하는데 상임위 별로 관련성을 갖게 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당내 상황을 설명하고, 더불어 민노당에게도 한 석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는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도 여야간 얘기가 안된 상황에서 상임위를 결정한 것은 조금 앞서나간 것이 아니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민노당이 배정한 대로)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천 대표는 "그렇게 되면 상생의 정치가 아니고 두 당만 사는 양생정치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다수당의 소수당 배려는 관례이고, 교섭단체 같은 틀은 선진국에서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이어 "민노당만 교섭단체를 구성해 달라고 집착하는 것은 아니"라며 "교섭단체에만 부여되는 과도한 특혜를 바꿔야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수당을 제약한다는 생각은 없다"면서도 "국회는 교섭단체 중심, 상임위 중심의 정책활동이 현행 국회법의 정신인데 이를 천 대표가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민노당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란 것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니 만큼 이 부분은 두고두고 얘기가 될 것"이라고 즉답은 피했다.

***김혁규 총리 반대에는 같은 목소리**

당면 현안 가운데서 유일하게 입장이 모아진 것은 김혁규 전경남지사의 총리인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다.

김 대표가 김혁규 전지사의 총리 기용에 대한 견해를 묻자 천 대표는 "공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방 선거를 의식해서 총리를 지명하는 것 같은데, 나라의 총리가 지방선거용 카드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천 대표의 동의를 구했고, 천 대표는 "반대 이유는 김 대표가 말한 것과 더불어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열린우리당 내에도 재고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은데, 노 대통령이 새로운 판단으로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민노당의 의원-당직 겸임 금지, 당내 노조 결성 문제 등에 대해 질문하며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하는 민노당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김 대표는 민노당의 의원-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 대해 "국회중심 정당이라는 흐름과는 어떻게 되는 지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며 "새로운 정치 실험인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천 대표는 "연석회의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대표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날 30여분간의 회동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양당 대표는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의 정치를 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당면한 현안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입장차이가 17대 국회에서 건전한 경쟁으로 발전할지, 정쟁으로 치닫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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