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감사원의 지적을 전폭 수용, 연내에 내부 구조조정과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늦춰온 KBS의 구조조정이 외부압력으로 인해 시작되는 분위기다.
***감사원 "16개 지방방송 통폐합하라"**
방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던 KBS의 방만경영은 감사원에 의해 날카롭게 지적됐다.
감사원은 21일 국회에 제출한 KBS 특별감사보고서를 통해 25개 지역 방송국 가운데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율이 1.1%에 그치고 있는 16개 방송국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들 16개 방송국은 실적에 비해 운영비와 인건비는 매년 증가해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KBS의 지역 방송국은 9개 방송총국과 16개 방송국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번에 감사원의 통폐합 지적을 받은 곳은 울산 진주 안동 포항 목포 여수 순천 군산 남원 공주 충주 강릉 원주 영월 태백 속초 등이다.
감사원은 지방 방송국과 연관돼 있는 간부급의 비율과 관련해서도 "지난해말 현재 KBS의 임직원 수는 5천1백36명으로, 전체적으로 지난 98년 말에 비해 3.7% 줄어들었으나 국장급은 오히려 41.7%, 부장급은 22.4%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KBS의 수익구조 또한 2TV의 광고가 전체 수입의 54%를 차지하면서 수신료 수입(39%)을 앞지르고 있고, 이로 인해 상업방송과의 차별이 없어지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광고 비중을 줄이고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KBS의 방만한 경영을 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보고 이사와 감사의 임명 방식을 개선하고 외부 감독도 강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KBS의 이사회에 대해서는 11명의 이사 가운데 △경영회계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KBS 출신은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며 △감사의 위상을 높이도록 권고했다.
***KBS "감사원 지적 적극 수용, 연내 마무리"**
감사원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KBS는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KBS는 21일 오후 발표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KBS 입장>에서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 상당수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고민해 온 내용들이기도 하다"며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제반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겸허히 수용해 KBS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KBS는 "이미 지난해 6월 개혁추진단을 발족시키면서 KBS를 변화시킬 개혁 과제들을 도출하고 조직개편과 지역국 기능 조정, 그리고 인사제도 개혁 및 팀제 도입 등을 통한 조직·인력의 효율적 재편을 추진해왔고, 현재 가시적 성과를 앞두고 있다"며 "KBS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추진 중인 개혁과제를 성사시켜 시청자가 주인인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충환 홍보실장은 "내부 구조조정 문제는 이미 노사간 합의를 통해 7개 지방 방송국을 통폐합하기로 결론이 나 있는 상태"라며 "다만 전체 지방 방송국을 통폐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측면이 있어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수신료 문제와 관련해 "현재 관련 태스크포스팀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세부 일정을 잡고 있는 상태"라며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공영방송의 '재정 공영화'에 대한 국회 동의까지 얻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언련 "공영성 확보 위해 개혁은 좀더 과감히" 성명**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이명순)도 21일 성명을 내어 "KBS가 공영방송다운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왕에 추진하고 있는 'KBS 개혁'을 좀더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KBS의 이러한 경영실태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을뿐더러 KBS의 생명과도 같은 '공영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록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프로그램 개혁, 인사 개혁 등 KBS의 자체 개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경영에 대한 '구조조정'도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개혁과제"라고 제시했다.
민언련은 지역 방송국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지역방송 살리기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과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언련은 "지역방송국의 운영이 방만하다고 해 지역 방송국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여기에는 침체일로에 빠져있는 지역방송 자체를 활성화시켜 지역성을 살리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한 바 있는 민언련은 "현재의 수신료는 'KBS 수신료'가 아닌 '공영방송 수신료'로 개념을 정리해 KBS, MBC, EBS 등 모든 공영방송에 배분해야 한다"며 " 이를 위해 공영방송의 운영에 들어가는 재원규모를 조사한 뒤 징수된 수신료를 배분하는 기구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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