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울먹였다. 한만 남아서일까. 황 씨는 거듭 딸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문화제'가 6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고(故) 황유미 씨의 기일인 6일 저녁,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주최한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문화제'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삼성반도체 퇴직노동자 김도은 씨의 소식이 더해져 반도체 직업병 사망노동자는 모두 61명으로 늘었다.
▲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 ⓒ프레시안(최형락) |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지난해 5월 사망한 고 김진기 씨의 아내 임진숙 씨도 추모제에 참석했다. 임 씨는 "(남편이) 너무 간절히 살고 싶어 했는데,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 50여 명이 촛불을 밝혔다. 추모 공연을 한 박준 씨는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에게 헌혈증 92장을 건네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 외 많은 시민들이 반올림 트위터(@sharpsglory)에 "부디 저세상에서는 서러운 노동자로 태어나지 마십쇼"와 같은 추모 멘션을 보냈다. 방송인 김미화 씨도 "힘내세요!"라고 남겼다.
추모제 마지막, 참석한 시민들이 고인 영정에 헌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황 씨(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란 기자의 질문에 "택시 운전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답했다.
황 씨는 "손님이 없을 때 무심코 택시 뒷좌석을 보면, 유미가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 없이 누워 있던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며 "이젠 택시도 수명을 다해간다"고 말했다.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도, 유미 씨의 생전 마지막 자리가 됐던 택시도 어느새 반백이 됐다.
▲ 황상기 씨가 딸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 황상기 씨는 6일 광화문 광장에서 딸 영정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주치의도 업무 관련성 지적, 산재 신청 앞두고 숨 거둬
반올림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퇴직노동자 김도은 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김 씨는 항암 치료를 받으며 산재 신청을 준비하던 지난 3일 유방암으로 숨졌다. 반올림은 기자회견 후, 근로복지공단에 김 씨의 산재를 신청했다.
19세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김 씨는 임플란트 공정과 벤젠 등 유독물질이 발생하는 포토(감광), 식각 공정에서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는 2000년 퇴직 후 결혼해 2009년 8월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반올림에 따르면, 김 씨의 주치의는 '암의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삼성반도체에서 노출된 방사선, 화학물질과의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또 "유방암에 대한 발암요인으로 교대근무, 방사선, 벤젠 등이 있는데 고 김도은 씨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러한 발암요인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이 발생했다고 제보해 온 피해자는 7명"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삼성은 직업병 책임 회피 문제로 그린피스와 전 세계 네티즌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기업 3위'로 선정됐다. 삼성반도체 관련 직업병 제보자 137명 중 현재까지 53명이 사망했다.
반올림은 이날을 시작으로 고 박지연 씨 기일인 31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도체 직업병 산재인정 책임 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 반올림은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도은 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