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사람은 어디까지 전지전능한 신(神)과 멀어질 수 있을까? 사람은 어디까지 악마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어디까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아니 그것까지 죄다 망각하면서 동물의 본성을 드러내고 마는 것일까?
최근 전 세계 메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이라크에 파병된 미국병사 린디 잉글랜드 일병. 그녀의 행동을 담은 사진은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잔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계급이 상병에서 일병으로 강등된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정말 저럴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너무 뻔뻔스럽고 가증스럽다. 소름이 돋고 그 어떤 전율이 온몸을 스쳐 가는 것 같다. 보통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악마의 몸짓'까지 연출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미국병사 린디 잉글랜드 일병. 그녀의 행동은 거의 엽기적 수준까지를 넘어선 듯이 보여진다.
포로로 끌려와 발가벗겨져 나뒹구는 이라크 병사. 그것도 성(sex)이 다른 이라크 남자병사의 목에 오랏줄을 묶어 질질 끌고 다니는, 또 그것을 즐기는 미 여군 린디 잉글랜드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을 때 '마녀'같다는 느낌이 확 들어버린다.
하여 분노케 한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만큼 황폐화시키고 타락시키는가를 절감한 나머지 절망 아닌 분노에 몸을 떨게 한다. 사실 우리들 또한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통하여 경험하고 확인하였듯이 전쟁이야말로 인간의 이성(理性)과 사람이고자 하는 최소한의 감성마저 마비시키는 그것이 아니었던가.
우리 모두 서로 감싸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게나 취급하고, 어떤 경우에 놓이더라도 끝끝내 지켜야 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희화(戱畵)시키고, 종국에 가서는 인간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위험하고 무가치한 허무주의를 대량으로 양산시키고, 마지막 인간성마저 무너뜨려 정신부재(精神不在)의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전쟁! 인간의 이름으로 행하고자 하는 모든 가치있는 것들에 대하여 재갈을 물리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가져다주는 전쟁은 어떤 의미로든 명분을 부여해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미 여군 린디 잉글랜드 일병은 전쟁중독증 환자다. 고엽제나 생물화학전에 노출된 그런 환자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비록 신체적으로는 정상적인 것 같지만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그녀는 군에서 전역(제대)한 이후에도 그와 유사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엄청난 죄(罪)의 대가로 그 업보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이라크에서의 미군과 영국군들이 저지른 끔찍하고 잔혹한 포로학대는―'저주받을 행동'임에 분명하다. 기독교 하느님이든 이슬람의 신이든 용서치 못할 행동이다. 그렇다면 누가 린디 잉글랜드로 하여금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하고 '잔악한 또라이'로 만들어버렸는가? 누가 그녀의 앞가슴에 간통(adultery)의 첫 글자이며 죄악과 부끄러움의 상징인 'A'를 주홍글씨로 달아주었는가?! ―그렇게 만든 자는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그와 행동을 같이 하는 전쟁수용론자(戰爭受用論者)들일 것이다.
***필자 소개**
1948년 전남 해남출생. 1969년 [시인]지로 한국시단에 나옴.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오월에서 통일로] [지평선에 서서] 등.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kjt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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