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교육부총리 며느리의 서울대 인사청탁 전화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한 교육부 간부가 이번에는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일부 대학처럼 재계 등 영리법인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교육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극비 보완속 간담회 개최**
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 C모 사학지원과장은 지난달 30일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열린 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 민감분야 대책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사립대학의 구조조정과 대학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영리법인의 대학경영 참여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간담회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교육서비스 분야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내 교육단체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겸해 마련했으며, 외교통상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모두 10여개 단체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구원측은 간담회에서 발제되는 내용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토의자료 첫 장에 "대외주의(언론에 유출되지 않게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 발제자료는 논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발제자 개인의 견해를 정리한 것이고, 소속기관의 공식적 입장은 아님을 밝혀 둡니다"라고 적고 있다.
***C과장 "국제경쟁력 높이기 위해 영리법인이 대학 경영해야"**
C과장은 이날 27쪽 분량으로 작성된 '사립대학의 구조조정 현황 및 대학경영의 투명성 강화 방안-영리법인의 대학경영 문제를 중심으로' 제하의 발제문에서 "대학입학 정원의 감소, 고등교육시장의 개방 추세 속에서 최근에 '대학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대학교육 개혁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대학들도 증원·증과라는 그동안의 양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과(전공)를 통·폐합하고, 다른 대학들과 전략적 제휴·통합을 통해 특성화·다양화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뒤에 이어졌다.
C과장은 "사립대학의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크게 대학내 구조조정과 대학간 구조조정, 대외개방, 영리법인의 대학 경영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영리법인의 대학 경영 문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영리법인 허용 문제는 향후 대학개방과도 직결되며, 이 경우 여러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C과장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고등교육 개혁 실천방안'의 내용을 소개하며 영리법인의 대학 경영이 가져다 줄 이점과 관련해 △일반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대학교육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재원조달 애로가 해소되고 △대학 경영에 일반 기업의 경영기법이 도입돼 경영혁신이 일어날 수 있으며 △대학 교수 인사제도에 있어 보다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유인체계를 갖출 수 있고 △대학간 인수합병이 활성화돼 시장규율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과장은 △교육의 상업성, 지나친 영리추구에 따른 교육의 공공성 훼손 우려 △영리추구에 따른 학습권 침해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우려 △학교거래를 통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 등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도 소개했다.
그러나 C과장은 결론적으로 "전문대학부터 영리법인의 경영참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며 "개별 전문대학이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지에 대한 결정은 개별 전문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선택하게 하고, 정부는 단지 개별 전문대학이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립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과장은 "영리법인 전문대학을 허용하더라도 이들 기관의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활용해 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칙 기준을 초과했는지를 심사할 수 있고, 5년 정도의 주기로 한 번씩 준칙 준수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C과장은 마지막으로 "전문대학에 대해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제도가 정착되는 단계에서 4년제 대학, 더 나아가 대학원 대학에 대해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단체 "터무니없는 주장" 반발**
이같은 발언을 뒤늦게 전해들은 교육단체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4월 28일 교육부총리 며느리에 대한 인사청탁 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C과장이 이틀 뒤 또다시 이러한 '망언'을 했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어떻게 자숙해야 될 사람을 이렇듯 민감한 간담회의 발제자로 참석시키게 됐는지 경위를 해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거용(상명대 교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은 "교육을 돈벌이로 아는 교육부 관료를 당장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공립이든 사립이든 교육기관은 모든 것이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교육부 관료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핑계로 영리법인의 대학경영 허용을 주장한 것은 사실 재계와 일부 돈벌이에 눈이 먼 사학재단의 대변자임을 자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박 의장은 또 "그들은 대학입학 정원이 감소해 대학의 재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 보고 있지만 사실 교육부가 만든 대학설립 준칙을 보면 이제야 교수 1인당 학생수 등 관련 교육환경이 겨우 적정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상태"라며 "구조조정을 할 요량이면 이전에 교육부총리를 하면서 마구잡이로 학교허가를 내주도록 제도를 만들었던 현 안병영 부총리와 교육부 관료들이 우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따졌다.
하지만 이같은 교육계 반발에 대해 재계와 일부 언론은 "한국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라고 비판하며 C과장 주장에 상당히 공감한다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논란을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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