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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에르, 르메이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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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에르, 르메이에르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18>

최근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되면서 주택거래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뛰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노른자위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들의 매매거래도 다소 뜸하다고 한다. 서민들이나 무주택자들로서는 다소 희망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주택매매가 소강상태라지만 대신 전매가 무제한 가능한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는 전에 없는 청약과열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심 종로구 청진동의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모델하우스의 경우 개관일부터 수천 명의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든지 오피스텔에 살든지 관계는 없다. 하지만, 이런 청약과열붐의 원인이 '오피스텔이 주거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매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나 부동산에 정신없이 돈이 몰리는 우리나라는 뭐니뭐니 해도 역시 부동산공화국이다. 특정 건설회사에 대해서 절대 어떠한 선입견도, 편견도 없음을 밝혀두지만, 명가의 꿈이라는 테마를 내건 '르메이에르 타운'은 일단 그 이름이 귀에 쏙 들어온다. 영어로 '더베스트 타운'이라고 했다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르메이에르'라는 고급스런 프랑스어를 붙여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전에도 한번 다루었지만 건축계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것은 최근의 유행이 아닌가 싶다.

'르메이에르'는 오피스텔 타운의 브랜드이자 이를 시공할 건설회사의 이름이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르메이에르(Le Meilleur)"는 "좋다"는 뜻의 프랑스어 bon의 최상급 표현으로서 "최고", "최상", "최정상"이라는 뜻이며 세계의 정상을 향한 르메이에르의 기업의지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설명처럼, 메이에르는 봉(bon)의 비교급이고 여기에 정관사가 붙었으니 르메이에르는 최상급이다. 그러니까 영어의 good, better, the best에 해당한다. 이름에 걸맞게 정말 내실있는 최고가 되었으면 한다.

'비교급, 최상급'은 비교를 통해 자신을 초라해 보이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 어제의 자신보다는 낫고 내일은 더 낫고 언젠가 미래에는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일 수도 있다. 우리사회도 비교급, 최상급으로 발전하는 순선환의 과정이 되길 바란다. 어제의 한국사회보다 오늘은 '메이에르'하고 언제가는 '르메이에르'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싶은 것이다.

물론 기술발전, 문화의 업그레이드 등이 이를 가능케 해 줄 것이지만, 미래가 단선적으로 상승곡면을 그리면서 발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과학문명이 정신없이 발달하고 극도에 달하게 되면 발전의 부산물은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조지 오웰이나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했듯이, 인간성과 개성이 상실되고 이성이 억압받는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국의 소설가 헉슬리가 1932년에 출간한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바로 그런 우려를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멋진 신세계'의 프랑스어 번역판의 제목이 '르메이에르 데 몽드(Le meilleur des mondes)'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직역하면 '여러 세상들 중 최고'이다. '최고의 세상'이란 가상 속의 환상일 뿐이며 결코 현실이 되지 않을 '상상속 유토피아'라는 뉘앙스가 다분히 담긴 번역이다. 하지만 설사 그럴 수밖에 없더라도 '르메이에르', 즉 '최고'라는 단어는 발전의 희망과 성취의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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