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개원을 앞두고 각 당의 정체성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도 초선의원의 대거 입성으로 16대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소장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의 우회적 지원아래 한나라당 신주류로서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6대 소장파 의원들은 '말뿐이었지 행동은 없었다'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17대, 이들의 의욕적인 활동을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27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희룡 의원은 "이제 소장파들은 당내 문제뿐 아니라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그 목소리를 확실히 낼 것"이라고 밝혔다.
16대때 이들이 요구했던 '5ㆍ6공 퇴진론'에 대해선 원 의원은 "이미 총선으로 판정이 난 것 아니냐"며 "그들은 이제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고 당내 수구인사들에 대해서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총선뒤 "밥에 아직 돌이 섞여 있다"며 수구부패세력 숙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원 의원은 "영남당의 그림자는 집권의 희망을 포기하고 '영구 야당'으로 가는 해당행위"라며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가는 경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견제하고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수구인사들 뜻대로 "영남당에 안주하면 이미 세번의 패배에 이어 앞으로도 연전연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 의원은 또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한나라당은 우편향이 아니라 엉터리 우(右)"로 규정한 뒤 "도덕성이 없는 우파가 무슨 우파냐. 수구와 부패라는 것은 본래 의미의 건전한 우파가 아니고, 우파에 기생한 부패세력일 뿐이다"라고 당내 수구세력 숙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당의 이념적 성향이 좌로 가는가, 우로 가는가 하는 관념적인 논쟁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의식이 반영돼 있는 중원으로 가야 한다"며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열린우리당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17대를 전망했다.
한편 원 의원은 17대 쟁점으로 떠오른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서 "폐지할 수는 없고, 인권 침해 독소 조항 등은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라크 파병 철회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이 변한다면 재검토할 수 있겠으나, 한미동맹은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는 옹벽이기 때문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과의 인터뷰는 27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원희룡 의원 인터뷰**
프레시안 : 경주에서는 어떤 얘기가 있었나. (원희룡, 남경필, 권영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과 김희정, 이성권 당선자 등 부산 소장파 당선자들은 25~26일 경주에서 회동을 가졌다.)
원희룡 : 당이 가야할 방향, 참석자들의 역할과 방법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16대 의원과 당선자들 9명이 모여 한나라당을 개혁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 정치행태 등 모든 분야가 변해야 한다는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모임을 개방해 가능하면 연찬회 전에 확대된 상견례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제2의 미래연대'라 볼 수 있나.
원희룡 : 한나라당 개혁모임이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17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했고 한나라당도 견제 의석을 얻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원희룡 : 의석 자체로 봐선 한나라당이 얻을 의석을 다 얻었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탄핵 바람을 타고 과반수 의석을 너무 쉽게 얻었다. 민주당이 어느 정도 위축되리라고 예견했으나 이 정도로 몰락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다. 민주당이 몰락하면서 그 표가 열린우리당으로 갔다. 그리고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려서 나가는 데 대한 견제 욕구를 한나라당에 실어줬다. 밉지만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의석을 준 것으로 본다.
***"영남당의 그림자는 집권희망 포기하고 '영구 야당' 하자는 해당행위"**
프레시안 : 박근혜 대표체제로 전환한 이후 한나라당이 영남권 의석을 석권했다. 17대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원희룡 : 수도권에서 전멸했다면 영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영남당이라는 얼굴이 당에 있다. 그러나 영남당의 목소리가 커서는 한나라당에 미래가 없고 한나라당은 영구히 집권하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가는 경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견제하고 억제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뚜렷한 존재 이유와 앞으로의 역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두 번 패배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했는데, 앞으로도 연전연패할 것이다. 이미 국민의 인구구성과 의식 분포가 그렇게 돼 있다.
당의 변화가 선거 때마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차원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은 97년 이후 이슈를 선점당한 상태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슈를 선점당한 정도가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는 거의 선악 구분으로 나뉘고 있다. 간경화에서 암으로 증세가 옮아가고 있다. 근본적인 대수술과 확고한 자기 변화의 결단 없이 영남에 의존하고 수구적인 모습에 의존해서는 잘 해봐야 35% 정도의 국민 지지로 위축되고 만다. 혹시, 뛰어난 인물이 나와서 중간층을 흡수하더라도 집권의 벽인 50%를 뛰어 넘을 수 없다. 우리 당에 드리워져 있는 영남당의 그림자는 집권의 희망을 포기하고 영구 야당으로 가는 해당행위라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다. 어떻게 보나.
원희룡 : 박근혜 대표의 등장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지지 분포를 보면 알겠지만 국가의 경영철학이나 상태를 걱정하는 보수층의 위기의식과 보수가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균형감각이 박근혜라는 인물 요인과 결합되면서 한나라당의 의석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남이라는 곳에서는 세가 한 번 결정되면 쏠리는 현상이 있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고 수도권은 접전을 벌였다. 보수층의 나라 걱정과 중도층의 균형 감각이라는 표의 의미를 잘 읽고 새롭게 한나라당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보수보다는 안정 희구세력의 표라고 보는 것인가.
원희룡 : 그건 아니다. 안정 자체를 희구한다면 집권여당에 몰아줘야 한다. 이번 총선과 지난 대선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경쟁과 충돌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수구에 안주하고 부패한 산업화 세력에게는 비전이 없다는 판정이 난 것이다.
자기 변화 면에서 수구적 이미지, 수구적인 틀을 깨야 하고 부패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도덕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인 에너지의 총합이자 대표체로 당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그쪽(보수의) 지평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맞지만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보수층으로부터도 절망적인 판정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보수는 '리페어(REPAIR)라는 의미의 보수라고 했듯이, 자기 정화능력을 갖지 못한 보수는 수구고 수구는 망하는 길이다. 수구를 털어내고 탈바꿈하자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발목을 잡고 총쏘는 일은 자기 역할과 정체성, 나아갈 길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위기 원인도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은 우편향이 아니라 엉터리 우(右)였다"**
프레시안 :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좌(左)로 가야한다'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념적 지향성이 어디로 가야 하나.
원희룡 : 현재 한나라당은 우편향이 아니라 엉터리 우(右)다. 도덕성이 없는 우파가 무슨 우파냐. 수구와 부패라는 것은 본래 의미의 건전한 우파가 아니고, 우파에 기생한 부패세력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좌로 가야 하는게 아니라 원래 마땅히 있어야 할 올바른 우파가 돼야 하고 중앙에 있어야 하고 높은 고지로 가야 한다. 대중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 표라도 이기는 쪽이 집권하는 것이니 중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국민 요구에 맞춰야 하고 다수 의사에 맞춰 국민 눈높이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념적인 좌표로는 분배 개선을 원하고, 남북관계에 좀 더 타협적일 것을 원하고, 정치에 있어 보다 특권을 버리고 민주주의 확산을 원한다. 그런데 호남은 배제하고, 변화에 민감한 젊은층은 철모르는 애들이라 무시하고, 서민층의 고민은 무능력한 자들의 자기 푸념으로 매도하고, 민족 공동체 형성 노력은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정치개혁세력은 정치를 모르는 철부지로 폄하하고. 이런 식으로 국민의 50% 지지를 어떻게 받나. 그렇게 하고도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정치를 모르는 이다.
국민들에게 마땅한 비전과 방법을 내놓지 않고 밥벌이를 하던 시절, 산업화 역군으로 한 자리 했었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들 아니면 나머지는 모두 나라를 망치는 세력이라는 엄청난 오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내부의 걸림돌이 된다.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붙들어 매고 있는 이러한 오만과 오산을 깨고 국민의 눈높이로 가고 국민 다수의 집단적 의사가 있는 곳에 중심을 잡고 국가 과제를 끌고 가야 한다.
국가의 안보를 통해 지켜왔던 자유, 다양한 세력이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적인 질서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는 비타협적으로 지키겠다. 안보생존조건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편가르기 해서 단죄하고 과거 파괴에 몰두하는 파괴적인 대중동원주의는 견제해 나가겠다.
좌로 간다, 우로 간다는 것은 이념적인 문제일 뿐이고 솔직히 한나라당은 좌로 갈 수도 없다. 올바른 자기 정체성을 찾고, 집권 가능한 올바른 우파로 자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지 우다, 좌다 하는 것은 내용없는 말싸움이 되기 때문에 얄팍하고 형식적, 관념적 논쟁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 중도 우파로의 자기 정립을 위해 포장하게 될 것"**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위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희룡 :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섞여 있다. 이념주의자들은 중도좌파고 시장주의자들은 중도우파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정책면에서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원희룡 :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양자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좌파로 가면 불안감을 가진 국민들이 한나라당으로 올 수밖에 없다", "시장의 대체재가 없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념적인 좌표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혼재돼 일반적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곧 중도 우파로서 자기 정립 위해 포장을 하고 명분을 빼앗아가고 정책을 선점할 것이다. 반사 이익에 안주하고 중앙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좌파, 혹은 기회주의라 공격한다면 한나라당은 수구로 전락하고 만다.
프레시안 : 국회에서의 경쟁은 이념 경쟁이 아니라 정책경쟁이 된다고 보나.
원희룡 : 이념 경쟁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이념 좌표는 분배문제가 아니라 대북관계, 대미관계에서 나온다. 한미동맹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 하면서 유연성과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도 우파의 범위이다. 미국보다는 중국과 가까이 가고 탈미로 방향을 트는 것은 좌파적 요소다.
한나라당은 중도에서 중도 우파, 극우까지 포진해 있고, 열린우리당은 중도우파, 중도좌파가 혼재한다. 민노당은 확실히 좌파고, 열린우리당은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섞여 있는 상태에서 포퓰리즘으로 붕 떠 있는 상태다. 집권여당이라는 힘과, 현실 정책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의무를 포퓰리즘이 잡아 매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이냐 좌우냐하는 것은 관념적인 문제고 결국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것이 문제다. 중도 내지 중도우파의 중심, 균형점을 차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과 좋은 일을 갖고 경쟁하고 협력도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싸움으로 깨져서 우리에게 감이 떨어질 거라 안주하면 안된다. 그렇게 안주하다가 8년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던 노력을 발목잡고 공포정치를 하다가 나라의 표류를 자초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미지를 갖고는 중산층과 고학력자마저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기에 기득권에 안주하고 가장 부패하고 가장 수구적이라 여겨지는 자리에 한나라당이 앉아 몰매를 맞았다. 이 자리에서 탈바꿈 하려는 노력은 않고 색깔론이나 해대는 상황이었다.
***"당내 신주류, 전혀 새로운 신당으로의 이행"**
프레시안 : 16대에도 소장파들이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원희룡 : 가야할 방향은 알고 있었으나 용기와 힘이 부족했고, 현실을 끌고 갈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했다. 치열한 자기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당 개혁을 위한 노력이 득표를 위한 치장이어서도 안되고 치장으로 받아들여져서도 안된다.
17대에는 소장파라는 세대적인 요인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내용을 충실히 만들어 당내에서는 한나라당의 순수하고 철저한 개혁 노선을 걸어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진과 핍박받던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 이 다 참여해서 실제로 집권가능한 당, 지지자들에게 명분을 줄 수 있는 당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신주류로서의 자리 매김을 해야 한다.
당의 변화의 내용은 과거의 이미 존재했던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의회의 의석에 보조장치를 달기 위한 당, 대통령 선거 때 대중의 선동적 지지를 위한 당, 이미 있는 정권에 대한 사후적 형식적 틀로서 대중동원 당, 이러한 틀을 깨는 수준이어야 한다. 내용, 형식, 활동방식 등에서 전혀 새로운 평화적인 신당으로의 이행, 평화적인 신당 창당을 이끄는 신주류여야 한다.
프레시안 : 16대 소장파가 말 뿐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17대 개혁파들에게 기대를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원희룡 : 당 내에서는 상시적으로 의논하고 세력을 규합하고 구체적인 실천에도 힘을 쏟겠다. 즉 공동행동과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겠다. 그리고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 당체제는 원내정당, 정책정당, 디지털정당으로 축을 잡아야 한다. 그 외에 좌석배치,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관계 등은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 기본 축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 돼야 하고 골조가 세워진 다음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 문제는 얼마든지 차원에 걸맞게 검토할 수 있다.
***"수구 인사, 자숙하고 근신해야"**
프레시안 : 수구, 보다 구체적으로 '색깔론자'라고 비판받는 인사들이 상당수 17대에도 당선됐다.
원희룡 : 자숙하고 근신해야 한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색깔론이나 뿌려대는 것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번 총선으로 이미 판정 난 것 아닌가. 대세에 지장 없다고 생각한다. 때가 어느 땐데, 국민의 판단 수준이 이미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한심하고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프레시안 : 당직을 맡을 생각이 있는가.
원희룡 : 당직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맡겠다. 그러나 어떤 것에도 미련이나 집착은 없다.
프레시안 : 원내 총무직을 누가 맡게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원희룡 : 총무는 한나라당의 개혁을 뒤로 돌리지 않고 앞으로 뚜벅뚜벅 끌고 나가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면서도 제 세력들을 끌어안을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지다. 개혁 없이는 한나라당은 죽는다.
***"개헌, 열린우리당이 대권 밥그릇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원희룡 : 개인적으로 개헌에는 찬성한다. 대신 논의 시점을 잘 봐야 한다. 당내 공론화는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선거를 막 치르고 개헌논의에 바로 들어가는 것은 정치권 밥그릇 버리고 국민 밥그릇 챙겨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버려야할 밥그릇과 챙겨야할 밥그릇은 생각 않고 자기 밥기릇만 챙기자는 것 아니냐.
개헌 논의는 다음 대선까지 시간도 많고 17대에도 시간이 많다. 열린우리당 역시 개헌문제라는 대권 밥그릇만 생각하기 전에 경제를 살리고,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우리는 좌파가 아니라고 국제 투자자들에게 변명해야 할 상황을 해소시키고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라의 성장 엔진을 발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개헌이 아니라 개헌 할아버지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국회 시스템 개혁도 쟁점이 될 것 같다.
원희룡 : 원내정당화를 한 단계 진전시켜야 한다. 국회가 싸움국회, 공범 보호 국회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면책특권, 불체포 특권 과감하게 벗어던질 필요 있다. 특권과 부패, 무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차원에서 국회 초반에 국회 개혁을 논의해서 바꿔야 한다.
***"국보법, 인권 독소 조항은 개정 불가피"**
프레시안 :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희룡 : 불고지죄 등 인권적으로 문제 있는 조항이 있어,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북한을 자동적으로 반국가 단체로 인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이념적인 격론이 붙을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까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정이 불가피하고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16대 때는 미래연대에서 냈는데, 나중에 논의하자는 종용에 일종의 타협으로 보류한 것이다.
프레시안 : 국보법 폐지까지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원희룡 : 사실 사문화돼 있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이고, 엄연히 체제의 이질성도 있어 북한을 찬양한다던지, 정치 체제로서의 북한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것은 실제로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행위는 맞다.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민족적 교류 차원과 인민을 굶어 죽이고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 지도부와 체제에 대해 평가는 달라야 한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의 반전반핵 운동에서 핵이 없어져 버렸다. 반핵 문제가 어디 있나. 우리나라 진보단체는 어디로 갔나. 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기권해 버리나. 북한의 경제체제 시장체제로 이행을 왜 주장하지 않고 40~50년 중도주의적 남북 합작을 주장하는 시각도 시대착오적이다. 수구좌파라고 본다. 우리 좌파도 수구좌파도 털어내야 한다.
국보법을 없애면 대체입법이 필요하다. 국보법이 없어지더라도 방어적 민주주의를 담는 최소한의 체제 방어 장치는 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조선노동당 남조선 지부를 용인할 건가. 그렇지 않다면 대체 입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내용면에서 현재 있는 내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보법의 존속은 필요하나 인권적인 독소조항과 지나치게 대결만을 강조하는 부분은 전향적인 검토가 가능하다.
프레시안 :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파병 재검토도 17대 초반의 쟁점이 될 것 같은데, 생각이 어떠한가.
원희룡 : 전황이 바뀌어서 미국 입장이 변동되면 선택의 폭이 열릴 테니 그때에는 상황에 따라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파병을 철회할 수는 없다. 감정적으로는 탈미, 반미 할 수 있지만 실제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생존의 문제이고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는 옹벽이자 골조다. 반미의 데코레이션 혹은 반미적인 음악을 트는 문화적 행위나 정책 협상에서 발언권을 높여가는 차원에서 싸울 수 있으나, 옹벽 자체를 파괴하거나 골조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다른 행위이고 타협할 수 없다.
한미동맹의 비중을 생각할 때, 또 유엔 결의안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니만큼 지켜야 한다. 대신 미국과의 협의가 되면, 혹은 미국 자체의 입장이 바뀐다면 지출과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나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파병을 철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동맹국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동맹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국제사회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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