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통일부장관은 27일 북한 용천역 사고와 관련, "긴급 구호 소요비용이 30억원이 든다"며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0억원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7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구호품 12억원, 의료진 병원선 파견비 9억원, WHO 2억원, 예비비 등을 포함해 30억원이 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대북지원에 사용할 경우 국회에 선(先)보고토록 돼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현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현금 지원도 할 것이냐"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질의에 정 장관은 "현물로 가야 된다"고 답했다. 이날 통외통위 위원들은 대북 지원에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경우 긴급한 경우에 한해 '선(先)사용 후(後)보고'를 하도록 했다.
***여야, "육로 수송, 의료진 지원도 가능케 하라"**
이날 통외통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구호품 육로 수송 ▲한국 의료진 파견 등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정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다른 나라들이 도와주는 것은 수송방법에 관계없이 다 받아주는데, 한국의 수송방법을 문제 삼는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라며 "도와준다면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육로가 안된다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도 "육로 수송 문제를 북한이 계속 거부하면 운전은 북측에서 하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간다고 설득할 수 없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장관은 "육로를 여는 경우 간단하게 개성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완전히 종주하는 상황"이라며 "수십 대의 차량이 거대한 행렬을 이루면서 가는 경우 노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끄러운 측면을 가리고 싶어 하는 북한의 심리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대한항공이 화물기를 무료로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급한 것은 빨리 비행기로 보낼 수도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수송 방식 문제는 계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은 "우리의 우수한 의료진이 피부 이식 수술 등, 고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북측에서 국내 기관이 보내는 것을 꺼려한다면 북쪽과 오랜 신뢰를 쌓아오고 성과 있게 활동한 다른 기구를 통해서라도 의료진을 보내는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일부에서 제기하는 '음모설' 일축**
한편 용천역 폭파 사고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각종 '음모설'에 대해 정세현 장관은 "전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일축했다.
한나라당 김종하 의원은 "어린이들이 김정일 위원장을 환영하러 나왔다가 당했다는 보도도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용천을 안지나갔다는 보도도 있는 등 여러 엇갈리는 보도가 있다"며 "정부는 따로 정보를 수집하는 루트가 있나"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국경 통과 시간은 새벽 세시 반 정도 이고, 용천역 통과 시간은 새벽 다섯 시 경정도"라며 "새벽 다섯 시에 아이들이 나와서 깃발을 흔들고 환영행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새벽에 지나갔고, 폭발이 일어난 시간에는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당했다고 보는 것이 제일 현실에 가까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지금은 국제 구호단체나 평양에 주재하는 국제기구 사람들이 목격한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의지하고 있다"며 "정부도 별도의 채널로 입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개성회담에서 최근 자료를 우리 쪽에 제공할지는 좀 두고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계기로 남북간 관계 개선 기대"**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간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주는 입장에서 행여 그들의 눈에 시혜를 베푼다거나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며 "인도적 관점, 동포애적 관점, 진심으로 도와주는 자세로 가야 하고, 도움을 받는 북한 당국이나 주민들에게도 그렇게 비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창복 의원은 "지난 84년 수해 지원을 통해 남북한 개방이 이뤄졌다"며 "용천 재해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개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화갑 의원은 "용천 복구 사업을 전담할 수는 없지만 현물로 보내는 것이라도 회담이 잘 되면 많이 줘서 남한의 혜택이 왔다는 것을 알렸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상표까지 떼지 않고 보급하니깐 남북교류협력의 촉매제로 기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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