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읽히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용천역 폭발참사에 대해 김형오 사무총장이 25일 '북한 정부'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주장한 데 이어, 26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도 '북한에 대한 한나라당의 변화된 대응'을 강조했다.
***박근혜, "인도적 지원과 교류, 한나라당도 적극적인 자세로"**
박 대표는 "개혁 보수, 중도 보수 등 많은 말이 있는데, 나는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없는 '보수'"라며 "시대에 맞춰서 과거를 스스로 고쳐나가고, 개혁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모습이 보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6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용천역 폭발사고에 관한 한나라당의 대응방침에 대한 토론 중에 이같이 밝혀, 향후 한나라당의 변화된 대북관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남북한의 평화 정착 ▲평화 정착을 바탕으로 하는 남북한의 공동 발전이라는 두 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신뢰가 구축돼야 하고, 인도적인 지원이나 교류에 대해 한나라당도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만 남북한은 분명히 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서로 알고 인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남한이 지켜야 하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굳건히 하고 이에 바탕해 평화정착과 공동발전 원칙을 갖고 유연하게 응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남북 경제공동체 위해 중장기적 지원해야"**
소장개혁파인 원희룡 의원도 이날 "어제 김형오 사무총장의 인도적 지원을 적극 지지한다"며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남북경제공동체를 위해 중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대북 민족지원은 조건없이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금강산 관광에 지원한 것이 어디에 쓰였나는 의구심 때문에 방법론적 제약이 있었는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다면 남북경협기금을 이용한다던지 해서, 용천역 복구뿐 아니라 구호 물품 등의 지원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북한 '정부'의 사태 수습 적극 지원"**
앞서 25일에 김형오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최초로 '북한 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북한 정부가 이틀 만에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밝히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간 한나라당에선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용어도 북한 '당국'이라는 표현을 써왔었다. 이에 이날 김 총장의 표현을 접한 기자들이 '한나라당의 대북관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김 총장은 "한나라당이 그렇게 수구적으로 보였냐"며 "나는 북한 정부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고건 권한대행이 1백만 달러 상당의 긴급구호 의약품과 물품 지원하기로 하는 등 유연하고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며 "한나라당은 정부와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NGO의 구호활동을 적극 환영하며 최대한 지원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부 지원 협력 ▲남북협력기금 사용 ▲의료인력 파견 주선 ▲대북 NGO 적극 지원 ▲'용천동포돕기 모금운동' 전개 등을 약속했다.
***중진들 신중한 입장 보여, 소장파와 격론 예고**
그러나 당 중진들은 인도적 지원은 지지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북관을 비롯한 당내 노선에 대한 당 중진과 소장파 사이의 뜨거운 격론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남북 경제 교류와 남북 경제공동체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앞서가고 있었다"면서도 "우리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이북이 좀 더 열린 자세로 나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이 부분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6선의 이상득 의원도 이날 기자와 만나 "달러로 주면 항상 뒷말이 나온다"며 대북 현금지원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25일 정형근 의원도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의 MBC TV토론프로그램에서, 대북정책에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경필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을 향해 "기회주의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