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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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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45>

어떤 사랑 이야기

오늘은 세상사의 대국적인 측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음양오행을 통해 얘기하고자 한다.

두 사람의 사주부터 알아보기로 한다.

남자.55세)

년 경인(庚寅)
월 갑신(甲申)
일 경진(庚辰)
월 임오(壬午)

여자. --)

년 경자(庚子))
월 정해(丁亥)
일 을묘(乙卯)
시 무인(戊寅)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2년 5월이었다. 임신(壬申)년 을사(乙巳)월이었으니 남자 쪽에서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어느 무역 회사의 중견 간부로서 기혼이었고, 여자는 미국 유학 중에 결혼했다가 실패하고, 몇 군데 대학과 기업체를 상대로 영어 강사 일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경금(庚金)이고 여자가 을목(乙木)이니 천간 합이라 두 사람은 처음부터 잘 맞았다. 이른바 궁합이 좋았던 터라 10 년 차이가 있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여자는 결혼에 한 번 실패했던 터라, 그냥 잘해주고 상냥한 매너를 보이는 남자에게 처음에는 그냥 즐기는 차원에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강한 애정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기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대단히 진지했고, 그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었다.

남자는 해외 출장이 잦았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출장 중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여자와 함께 다니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당시는 정말 꿈속같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남자는 어느 날 필자에게 얘기해 주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이런 사이가 다 그렇듯 여자는 남자에게 아내와 이혼하고 정식으로 살자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4년 갑술(甲戌)년 병인(丙寅)월에 가서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여자의 일간이 을목인데, 갑목(甲木) 겁재(劫財)를 보고 병인(丙寅)월, 상관(傷官)의 기운이 들어오니 그간의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남녀 사이에서 흔히 보는 위기의 시기이다.

필자가 그 남자를 만난 것은 그런 일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난 때였다. 필자 선배의 친구 분이었는데, 술자리에서 소개를 받고 알게 되었다. 당시 필자의 선배가 필자를 소개하면서 “운명학에 조예가 있는 후배이니 뭐 말 못할 고민이 있으면 상담해보라.”고 얘기했던 차라 그 분은 나중에 시간을 내어 필자를 찾아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세월이 흘렀고, 그 남자는 영업상으로 알게 된 독일 거래처와의 인연으로 1995년 을해(乙亥)년에 독일로 아예 이주해버렸고, 필자와의 연락 역시 한동안 끊어져버렸다. 물론 두 남녀의 뒷얘기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봄, 필자는 메일을 한통 받았다. 독일로부터 날아온 것이었는데, 바로 그 남자 분이었다. 필자가 ‘프레시안’에 올리는 글을 보고 필자인 줄 금방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만간 서울에 올 계획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있어 만나게 되었는데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 다시 예전의 그 여자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순간, 아 이 양반이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해 회포를 푸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두 사람이 2000년에 다시 만났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사업상 자주 들르던 그 분은 길에서 우연히 다시 그녀와 조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의 로맨스는 불이 붙게 되었다.

경진(庚辰)년이니 남자로서는 옛 사람이 그리웠던 것이고, 여자로서는 남자가 생기기 쉬운 운에 또 다시 만난 것이다. 여자는 여전히 미혼이었기에 두 사람은 남자가 서울에 올 때면 함께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분명히 어긋난 것인데, 원래 불륜(不倫)의 사랑이란 그 도덕적 어긋남으로 인해 더 강렬한 화학적 접착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2001년 봄, 여자가 교통사고로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고 그 분은 수첩을 뒤져 그 날자와 시각을 알려주었다.

일간이 나무인 사람이나 사주의 용신(用神)이 나무인 사람은 언제나 교통사고를 조심해야 하는데, 그녀 역시 을목(乙木)이었고 사고가 난 시점은 다음과 같다.

2001년 3월 23일 아침 6시.

년 신사(辛巳)
월 신묘(辛卯)
일 을유(乙酉)
시 기묘(己卯)

천간(天干)에 두 개의 신금이 을목을 상극하고 있고, 지지(地支)에서는 묘(卯)와 유(酉)가 충돌하고 있다. 그녀로서는 대단히 좋지 못한 시각에 그런 사고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선 그녀의 차를 마주오던 덤프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그만 정면충돌하고 말았던 것이다.

마치 두 사랑의 사랑을 벌주기라도 하듯이 커다란 충격을 받은 그 남자 분은 그 해 가을에 잘못된 거래로 인해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그 분은 이런 일이 모두 왜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운명학적 견지에서 남자가 여자를 잃는 것과 재산상의 손실을 보는 것은 같은 운에 해당된다. 즉, 경금(庚金) 일간인 그로서 신사(辛巳)년은 최악의 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 분은 사업이 자금 문제로 어려워졌고 2002년부터 겨우 숨통을 트는 셈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임오년이라 천간의 임수(壬水)를 만나 그래도 제법 운이 호전된 것이다.

하지만 본인으로서는 사업도 사업이거니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아울러 잘해주지 못한 마음상의 부담도 있고 해서 대단히 괴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또 서울에 오면 반드시 시간을 내어 그녀의 납골당을 찾아본다고 털어놓고서 자리를 파했었다.

다시 일년이란 세월이 흘러 며칠 전 그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간암에 걸려 이제 다시는 서울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보니 본인의 살아온 인생이 그저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한 편의 드라마 같고 남의 얘기인 것만 같다는 소감도 적혀있었다.

운세를 살펴보니 기축(己丑) 대운인데, 지난 3년 동안 지지(地支)에서 사오미, 남방 화운을 만나 수기(水氣)가 마르고 그 결과 작년 9월 신유(辛酉)월에 발병한 것인데, 병원에서 알게된 것은 지난 12월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간암의 시작은 작년이 아니라, 그녀가 죽은 2001년 신사(辛巳)년부터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이주일 씨가 아들을 잃고 너무 비관한 나머지 암으로 세상을 뜬 것과 같이 그 분 역시 그녀의 죽음으로 상심이 너무 컸던 것이다. 상심하면 간(肝)을 다치게 된다.

그리고 메일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속으로 너무 괴로웠던 차, 이제 역시 간다고 하니 약간은 빚을 갚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할 따름입니다. 돌이켜보니 그저 오랜 방황이었습니다.”

어제 저녁, 텔레비전 프로에서 조명암 선생의 노래들이 소개되었는데, 작년 봄 필자와 만났을 때 그 분이 노래방에서 감정을 잡아 부르던 ‘낙화유수(落花流水)’라는 옛 노래가 귓전에 들려오는 것이었다. 문득 가슴이 저려와 어느새 눈물이 핑-하고 고여 왔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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