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보도와 사설·칼럼을 통해 특정 정당을 지원했다는 언론계의 비판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 내부에서 일부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주니어보드 "편향 사설·칼럼 있었다"**
조선일보내 10년차 이하 사원들 모임인 주니어보드(위원장 허인정 사회부 기자)는 지난 13일 방상훈 사장과의 첫 상견례에서 지난 9일 열린 첫 임시회의의 토의 결과를 전달했다.
<조선사보> 16일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허인정 위원장은 방 사장에게"총선전 열흘치 지면을 분석해보았더니, 일부에 국한되긴 하지만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정치 기사나, 편향적으로 느껴질 여지가 있는 사설·칼럼이 있었다"며 "회사가 3~5년 뒤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기사 스타일이나 판매방식·광고 등에 대한 문제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방 사장은 "조선일보는 여러분들이 자신의 인생을 건 곳인 만큼 미래에도 계속 존경받고 신뢰받는 신문이 돼야 한다"며 "회사로서도 여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의 철학은 어디까지나 불편부당"이라면서 "독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낄 소지가 있다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또 "그동안 회사 내에서 대화와 의사소통의 기회가 적었다"며 "같이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자. 사소한 문제라도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주니어보드 의견, 경영에 적극 반영"**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입사 10년차 이하 사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 1기 위원을 선정했다. 총무·광고·판매·출판국 각 1명과 편집국 6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활동하게 되며, 위원의 희망에 따라 1회에 한 해 연임할 수 있다.
'주니어보드'란 20~30대 사원들이 주도적으로 참가하는 명예이사회 제도로, 국내에서는 현재 KT·포스코·현대자동차·삼성생명 등의 대기업들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32년 미국의 식료품 포장 판매 회사인 매코믹이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니어보드는 신문제작·경영을 비롯한 각종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안건을 정해 월례 또는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 논의 결과를 곧바로 경영진에게 전달한다. 주니어보드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해당 부서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경영진에게 면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주니어보드가 제시하는 제안이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치 결과를 신속히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일보가 주니어보드를 도입한 것은 최근 방상훈 사장이 '열린 제작'을 표방하고, 특히 "젊은 사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하의상달'식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와 연관해 올해 상반기 중 사내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며, 사내 독자가 개별 기사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촌평을 다는 '사내 1백자평 코너'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원들 "'입닫는 사연'부터 살펴야"**
그러나 조선일보 일부에서는 주니어보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주니어보드가 앞으로 할 일이 현재 노조 또는 사보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과잉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전병근 편집국 국제부 기자는 16일자 <조선노보>에서 "다수의 '침묵'이 (이 제도의) 발단이라면 입을 닫는 사연을 살피는 게 앞서야 한다"며 "들을 의향이 있다면 위원회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주변에 날것, 그대로의 쓴소리는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직의 동맥경화 때문에 젊은 피를 수혈할 양이면 막힌 혈관을 뚫고 넓히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며 "보조기구를 덧대는 것은 응급용일지는 몰라도 또다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고 덧붙였다.
전 기자는 "차제에 모든 사안들이 경영기획실을 통해 일괄 타결되는 문제해결 방식(과 그런 기대)도 재고돼야 한다"며 "지면 개선과 경영에 대한 의견에 목말라 한다면 오히려 사외인사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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