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방영 3년여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 인터뷰 오보 소동**
<…사실은>은 지난 9일 방영분에서 정치권의 색깔론 시비와 관련해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과의 전화 인터뷰 육성을 내보냈다. 방영분에서 전 대변인은 제작진의 물음에 "전 그런 얘기 안듣고 싶어요"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육두문자라도 튀어나올 법한 장면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 대변인은 <…사실은>의 방영 직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자신의 당시 스케줄까지 공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일까지만 해도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던 제작진은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다. 확인결과 이번 해프닝은 프리랜서로 고용된 인터넷언론 출신의 이모 기자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번호를 오인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 입장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꼴이 됐다.
<...사실은>측은 오는 16일 방송을 통해 공개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관련자를 문책하겠다는 방침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쉽게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를 입은 전 대변인이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측의 사과내용을 공개하고, 명예가 실추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 조작'으로 몰고 가는 신문**
더군다나 MBC는 12일자 신문들의 공격으로 더욱 곤경에 빠지고 있다. 조선, 동아, 중앙, 서울, 한국일보 등은 이번 사건의 이면을 '단순 실수'가 아닌'인터뷰 조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26일 방영된 영부인 학력 비하 발언 보도까지 엮어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11일 밤 MBC TV의 시사프로그램 <2580>을 통해 '역대 선거개입의 원흉'으로 질타 받았던 조선일보의 반격은 매서웠다. 조선일보는 오랜만에 미디어면까지 가동시켜 '한풀이'를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MBC '신강균의 사실은'의 거짓과 왜곡>에서 "특정 신문을 비방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의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이름에 '사실'이라는 단어를 버젓이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배포도 보통 배포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동아일보는 사설 <KBS MBC, 공정성이 관건이다>에서 "방송의 몸집이 비대해질수록 방송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공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는) 힘 있는 권력이 더 많은 감시를 받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는 또 "방송을 견제 감시할 공적 기구는 현재 방송위뿐"이라며 "방송위가 두려워해야할 것은 거대 '방송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눈'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예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은>이 오는 16일 방영분에서 사과방송을 한다고 해도 총선이 끝난 뒤이니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 아니냐는 식의 시선이다.
***언론계 '공동의 교훈' 돼야**
하지만 이같은 음모론은 지나친 비약으로 보인다. 사전에 진상을 알면서도 감히 야당 대변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보도하는 '상식밖의 일'을 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의 대응은 아직 적극성이 부족해 보인다. 우선, MBC는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오는 16일 <...사실은>의 공개사과 이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MBC 밤 9시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서라도 사과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것이 공영방송사로서 미디어비평의 새 지평을 열었던 <…사실은>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MBC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아온 신문사들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큰 실수가 가능했던 작금의 'MBC 분위기'를 비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식선에서 볼 때 '실수'가 분명한 이번 사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언론계는 MBC의 이번 사고를 독자 및 시청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보도행태를 자성하고 돌이켜보는 '공동의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할 것이다. 이는 우리 언론의 쏠림현상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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