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식민지 전쟁이 결정적 파산의 지점에 이르고 있다."이라크 해방"을 내세운 미국 부시 정권의 이라크 재식민지화 정책이 결국 이라크 민중들의 총체적 저항에 직면함으로써 정치적, 도덕적 근거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다. 애초부터 실패의 씨앗을 안고 시작한 무모한 점령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현실은 이미 필연적으로 예견되었던 바이다.
***미국의 이라크 식민지 전쟁, 결정적 파산의 지점으로 향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과 여당인 정동영 의장을 필두로 한 열린우리당은, 바로 이 파산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의 군을 국민적 의사도 분명하게 묻지 않은 채 계획대로 투입하겠다는 반민주적/반역사적/반평화적 의지를 고수할 것을 밝혔다.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역사의 진전이 제국의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을 포함한다면, 그것은 전범집단이 무방비의 민간인 학살을 불가피한 상황의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것과 논리적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자주독립을 원하는 이라크 민중들의 가슴에 총구를 겨냥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냉전수구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적극적 공조로 이루어낸 이 전투병력 위주의 추가파병계획 추진은, 거듭 강조하건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헌정파괴행위를 자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헌정을 지켜내기 위한 민주주의 수호를 총선의 주제로 내거는 모순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 우리당, 침략전쟁 동조 주도로 민주적 헌정파괴 행위 자행**
미국 부시 정권은, 오는 6월 30일로 일정을 잡았던 친미 이라크 정권 옹립 계획이 더 이상의 정치적 동력을 상실한 채 이라크 민중들의 총체적 저항에 직면하면서 보다 가공할 야만적 폭력을 동원하고 있다. 친미정권 수립에 장애가 되는 민족해방 투쟁 전선을 궤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라크 민중 전체를 살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불가능의 현실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패퇴의 징후를 감출 수 없이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이라크 사태가 혼란에 빠졌다, 미군 군사력 증강 필요하다,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 전투 개시함으로써 저항세력들을 진압하고 있다, 이라크 내전 양상"등으로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이번 상황은 전혀 내전이 아니다. 국내 언론과 일부 유력한 정치인들마저도 내전 운운의 표현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미국이라는 점령세력의 존재를 은폐하고 이라크 내부의 정파간 무장격돌로 사태를 이해하게 하는 심각한 왜곡이다. 또한 혼란에 빠진 것은 이라크가 아니라 "이라크 해방"을 명분으로 삼은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이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법적 신분은 민간인이지만 실제로는 무장한 준군사요원에 대한 팔루자 살해사건 이전에 이 지역의 이라크인 시위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발포와 살상, 잔혹한 통제정책이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은 제대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시아파의 젊은 지도자 알 사드르의 "반미성전 선포"에 이르기까지는, 이들 시아파가 미군의 영구주둔에 대하여 격렬하게 반대했고 직접 선거에 의한 이라크의 자주독립 정부수립을 줄기차게 요구한 것을 미 점령당국이 철저하게 묵살해왔다는 사실도 중시하지 않고 있다."소수의 강경파와 야만적인 테러분자들의 소행에 대한 정당한 응징"으로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의 제국주의 노선 추종 제대로 간파해야**
또한 알 사드르의 언론 <알 하우자>에 대한 강제폐간으로 언론통제정책을 펼쳐 이 또한 점령당국에 대한 적대감을 깊게 했다는 점도 심도 있게 짚지 않는다. 알 사드르의 경우 이라크 민중들 사이에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으로는 과거 이란의 아야톨라 호메이니, 그리고 미국과의 대결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주목한다면, 미국이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을 쉽게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극적인 오산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공세가 "필요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라크 저항세력을 야만적 테러 집단이라면서 이들의 토벌을 위해 군사력 증강은 당연하다는 논조를 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요 미 언론들의 보도와 주장을 기준으로 이라크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침략노선을 그대로 추종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부시로서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없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서 궁지에 처했고, 이라크 민중들의 해방과 민주주의를 내세운 전쟁이었으나 지금 바로 그 해방된 이라크 민중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을 주도함으로써 얻은 대중적 인기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경우, "이라크는 부시의 베트남"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빠져나오기 어려운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부시,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한 명분과 근거 모두 상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자면 영국과 프랑스가 오토만 제국의 분할지배와 특히 이라크에 대한 공동점령을 비밀리에 협약한 1916년 <사이키스-피코 협정(Sykes-Pikot Agreement)> 이래, 이라크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침탈로 인한 고통을 겪어왔다. 영국은 이 비밀 협정 이후 1917년에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1918년에는 세계 최대 원유매장지인 모술을 점령했고, 1920년에는 <산 레모 조약(San Remo Treaty)>으로 이 지역에 대한 지배를 국제적으로 확정했다.
그럼으로써 영국은 같은 해인 1920년 이라크를 신탁통치하의 보호령으로 선포했는데,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저항과 반제투쟁이 전개되자 대대적인 학살로 이를 진압했다. 그러나 1920년 반영투쟁은 우리의 1919년 3.1 민족 항쟁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민중들의 역사의식 속에 강력하게 자리 잡은 사건으로 오늘날의 미 점령군에 대한 저항의 저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서는 이 당시 영국의 전쟁부 장관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이라크는 개스탄을 실은 공군과 4천명의 영국 육군, 그리고 1만명의 인도 병력을 동원하면 쉽게 장악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이를 그대로 추진하여 이라크 민간거주 지역을 폭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만든 일이었다. 이는 이라크 민중들에게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악랄성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 놓았다.
***영국의 제국주의 유산을 물려받은 미국, 그 식민지 체제 몰락의 예고**
이렇게 정세를 진압한 영국은 직접통치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파이잘 1세를 이라크의 국왕으로 앉히고 보호령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 저항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1932년 파이잘은 그대로 둔 채 보호령을 철폐, 형식상의 독립을 부여했으나 1941년 민족주의적 군부에 의해 파이잘이 정치적으로 제거되면서 영국은 이라크를 다시 침략, 파이잘을 재옹립하는 등 이라크에 대한 식민지배 체제의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2차대전 이후 결국 중동의 지배권이 미국에 넘어가면서, 미국은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삼았고 보다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하여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이라크를 포함하여 중동지역 전체에 대한 식민 지배를 폭력적으로 유지, 강화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식민지 지배체제의 종말은 오고 있다. 1950-60년대의 격렬했던 제3세계 민족해방 투쟁이 197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그 절정에 달해 미국의 세계적 패권에 일대 타격이 가해졌다면, 21세기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몰락은 이라크 민중들의 항쟁에서 명백하게 예고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사적 진전이 반드시 될 것이다. 전쟁이라는 야만으로 자본의 탐욕을 추구해온 체제의 패배가 모두에게 뚜렷이 인식되는 중대한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탈에 의한 축적"을 추구하는 미국 자본주의**
지리학과 자본주의의 팽창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접목시키는 데 독특한 공헌을 한 데이빗 하비(David Harvey)는 그의 저서 <새로운 제국주의(The New Imperialis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3)>에서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기본 생존 방식을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리고 부시 정권의 이러한 제국주의 침탈 행위야말로 인간의 운명에 가장 위험한 것임을 강조한다.
하여 그는 오늘날의 미국이 인류의 공동자산이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거주처 지구촌을 거대 자본의 사적소유(privatization)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야만적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지구촌의 대다수를 빈곤의 수렁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사지에 몰아놓고 있는 현실을 인류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극복해내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진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가 어디 그만이겠는가. 영국의 자본주의 체제 발달사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해왔던 닐 우드(Neal Wood)는 그의 책 <아메리카의 전제체제/자본주의와 국가적 쇠락(Tyranny in America/Capitalism and National Decay: London, Verso 2004)>에서 세계인류에 대하여 전제군주처럼 군림하려는 이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거짓과 기만, 폭력과 야만을 저지하는 것은 인류의 생명과 평화, 그리고 진정한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 절실한 시대적 과제라고 절절하게 호소한다.
***제국의 전쟁, 실패로 돌아가게 해야**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의 비극적 현실 앞에서, 인류적 양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육성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은 국가적 경계선을 넘는 연대의 장을 만들고 그것은 거대한 역사의 함성으로 그 실체를 구체화해 나갈 것이다. 제국의 시대는 끝나야 하며, 진정한 인류적 번영의 세계적 협력을 추구하는 노력이 이 시대의 대세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열쇠는 제국의 전쟁이 실패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침략주의의 일각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침략파병을 지원한 세력의 시대적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는 집단적 결정,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박한 책임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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