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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 허물어야 진정한 교육개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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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 허물어야 진정한 교육개혁된다"

[인터뷰] 교육계 '어울림' 발벗고 나선 윤한탁 선생

'교육'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로 인해 교육계가 갈기갈기 찢기더니 올해는 다가온 총선과 관련한 이슈들로 인해 이와 무관해 보였던 교육계마저 깊은 '멍'이 들어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왕따 동영상에 이은 교사폭력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학교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아우성이 전국을 휩쓸었고, 더불어 공교육의 위기감 또한 팽배해 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일산에서는 한 교사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뒤로하고 보충수업 도중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지치고 힘든 사람, 내게로 오라**

'가뭄의 단비'에 견줄 만 할까. 온통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찬 교육계에 한 퇴직교사가 '향'이란 이름을 들고 찾아왔다.

지난 99년 서울 성동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윤한탁 선생은 자신의 퇴직금을 털어 서울 혜화동 한 귀퉁이에 15평 남짓의 교육문화공간 '향'(www.hyang.or.kr)을 세웠다.

'향'이란 이름에는 여러 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고춘식 서울 한성여중 교장은 시로써 이를 풀이했다.

'향'은 향(向)이다.
우리 교육 한가운데 곧추서서
새 세상 향해 치오르는 힘찬 날개짓이다.

'향'은 향(響)이다.
겨레와 역사의 명령을 먼저 가슴으로 듣고
그 명령 널리 전하는 크나큰 울림이다.

'향'은 향(香)이다.
스스로 이 시대의 고뇌와 의연히 마주서서
끝내 향기로 피워내고 말 집요한 몸짓이다.

'향'은 향(鄕)이다.
외롭고 서러운 눈빛 모이라 모여들라
늘 고향이 되어 열려 있는 공간이다.

'향'은 향(饗)이다.
장한 제자들이 의로운 스승을 위해
감사와 존경으로 수를 놓은 잔치이다.

'향'은 향이다.
끊임없는 만남으로 일궈내는
자유다. 빛나는 창조다.

윤 선생은 "'향'은 사람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이라고 했다.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교육'이라는 주제로 무릎을 맞대어 앉은 사람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어떠한 목적을 갖지 않고, 눈치 또한 볼 필요가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놓고 여러 공개토론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꺾고, 동질화시키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볼 공간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죠. '향'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입니다."

***교육은 생활이자, 곧 문화가 돼야 한다**

윤 선생은 '향'을 세우면서 특별히 '교육문화공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교육의 원천은 '만남'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도 '만남'이고, 이는 곧 생활입니다. 생활은 다시 문화가 됩니다."

윤 선생은 이러한 단순한 진리가 어그러지면서 우리 교육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풀이했다.

"우리 생활 속에 '교육'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교육'을 학교 안에 가두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학교 안에 갇혀 있습니다. 사회와 단절돼 있다는 겁니다. 교육관료들과 학자들은 학교만 바라보며 '교과'에 매몰됩니다. 그런 그들을 학교 밖으로 빼내 때로는 정치인과 만나고, 때로는 경제인과 언론인과 만나도록 해야 합니다."

윤 선생은 과감하게 학교 담장을 허물어 교육을 생활, 문화, 사회 속으로 던져 넣지 않으면 지금의 틀 속에서 논의되는 교육개혁은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선생은 "총선이 끝나고 나면 '향'에서 이들의 만남을 주선할 것이고, 그 자리는 각기 다른 이론의 만남이 아니라 다른 인격과 생활이 만나 종국적으로 '교육'을 만나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이' 인정 못하는 어른은 가르칠 수 없다**

이쯤해서 노교사는 우리 '교육'에 바라는 작은 소망을 털어놨다. 윤 선생은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말로 이를 대신했다.

"프랑스에는 똘레랑스(관용)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양에도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이 있죠. 이 모두는 '차이를 인정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은 바로 '차이'를 인정하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보수진영은 물론이고 비교적 트여있는 진보진영 사람들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 분열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윤 선생은 "세상이 복잡하지만 그렇다고 관조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들을 한데 묶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윤 선생은 또 "앞으로 지역에도 이같은 공간을 만들어 '교육'이 더 이상 어른들의 편견과 차이로 인해 찢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내내 "지위가 있고, 지식이 있어도 몸에서 나는 '향'이 없다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윤 선생의 가르침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윤한탁 선생은?**

1938년 경남의 옛 구평마을(지금의 합천군 가회면)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선생의 고향은 일제시대 획일적인 행정구역 선정으로 인해 합천군과 산청군, 거창군이 한 마을에 공존하는 기인한 마을이 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선생은 "나 또한 일찍이 '경계인'을 경험해 봤다"고 했다.

선생이 30여년 동안 교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담임 선생을 존경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담임 선생은 좌익으로 몰려 수업 도중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됐고, 이후 학살됐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선생은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동안 모교인 진주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그 뒤 상경해 줄곧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난 99년 8월 서울 성동고등학교에서 평교사로 정년퇴임 했다.

선생은 현재 남북의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하며 '6.15 남북 공동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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