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31일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의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과 관련, 집행부 9명에 대한 긴급체포방침을 밝힌 가운데,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1일 "이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엄정한 징계와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은 전공노 집행부뿐 아니라 개별적인 불법행위가 포착된 전공노 일부 지역 간부와 공무원들도 전원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영길 전공노 위원장은 "일부 지도부의 희생이 따른다 하더라도 감수하고 굽힘 없이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싸우겠다"며 "총선까지는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라 총선 투쟁에 전념하고 총선 이후 별도 일정을 잡아 당당하게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혀, 공무원 정치참여를 둘러싼 논쟁은 총선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홍세화, 홍근수 목사 등 '공무원 노조 탄압 규탄' 릴레이 1인시위**
이렇듯 공무원 노조의 '민노당 공개 지지'를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각계 인사들이 "공무원노조의 결정을 지지한며 정부의 탄압을 규탄한다"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민노당 당원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홍근수 목사, 양영희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소장, 이덕우 변호사,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 등은 주말을 제외한 4월 2일부터 8일까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오전 12시부터 30분간 '공무원 노조 탄압 규탄'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친다.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 이지안 부장은 이와 관련, "각계에서 행자부의 공무원노조 징계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며 "4월 7일 법조계, 9일에는 학계의 '공무원노조 지지' 선언이 연이어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공무원노조 김영길위원장은 31일 '고건 대통령 직무대행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민노당 총선사이트인 '판갈이넷'에 게재하며, 민노당 지지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박정희 때 최연소 도지사부터 현재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탄탄대로를 거쳐온 고 대행께서는 입맛에 맞는 행정을 펼치는 것을 정치적 중립으로 해석하느냐"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조항은 공무원들의 정치활동 '통제'가 아닌, 외부로부터 어떠한 정치적 선택의 강요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무원의 '권리 보호'의 의미도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공개편지의 전문이다.
***'달인'인가 '퇴물'인가**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께 드리는 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여러모로 애쓰고 계시는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께 드립니다.
저는 입법부와 사법부,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자치단체를 총 망라하여 13만 명의 공무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영길입니다.
봄은 성큼 다가와 있지만 저와 우리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거늘 군사독재 권력이 무너져 내린 지 이미 10여년이 흘렀음에도 저희 말단 공무원들은 아직도 그 시절과 전혀 변한 것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고건 대행께서 쏟아내시는 무서운 말들 때문에 더욱 제 가슴은 추위를 더 심하게 느낍니다. 언론은 "(고대행께서는)법정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탄핵 찬반집회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집회를 원천봉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때 민주당원이었던 고대행이 하면 '로맨스'(?)**
한때 민주당 당원이기도 했던 고대행께서는 또 교사와 공무원들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겠다는데 대해 "징계 등 엄정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고대행께서야 이제껏 단 한순간도 겨울을 느껴보지 못하는 탄탄대로의 인생을 사셨으니, 말단 공무원이 느끼는 겨울의 심정을 이해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
박정희 때는 최연소 도지사에 장관을 거치고, 전두환 때는 장관에 국회의원을, 노태우 때는 서울특별시장, 김영삼 때는 국무총리, 김대중 때는 민선 서울특별시장, 다시 노무현 때는 국무총리에 이제는 대통령 권한대행.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계속해서 '봄날'을 만끽해오셨습니다.
***"행정의 달인인가 변신의 달인인가"**
'줏대 없는 행정의 달인'입니까, '정치적 변신의 달인'입니까.
지금 우리는 '달인'이 밝힌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고, 이를 어기는 공무원은 엄단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전면적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 현행법 조항에 대한 앙상한 해석으로 우리의 뜻을 부정적으로 재단하면서, '엄단'이나 되뇌이고 있는 고대행은 '달인'입니까, '퇴물'입니까.
대행께서 역대 모든 정권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행정을 해온 경험에 비춰, 정권에 입맛을 맞추는 일이 정치적 중립으로 해석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저 같은 하위직 공무원에게 정치적 자유라는 것은 목숨과 같이 소중한 것입니다. 공무원도 생각할 수 있고, 신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모두가 똑 같은 인간입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사고 행위인 '정치적 신념'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어찌 당연하다고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세상도 바뀌었고, 사고의 깊이와 표현의 폭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월의 변화와 함께 동시에 달라져야 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욕구를 바탕으로 공무원노조가 지난 3월 23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공무원 노동자의 정치참여 선언은 50여 년 간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있던 하위직 공무원들이 인간적 존엄성과 헌법적 기본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오랜 염원의 표출이자, 하위직 공무원들도 이 땅의 민주화 완결에 일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하위법 조항만을 앞세운 보수수구언론이 우리의 선택에 대해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사실을 왜곡 보도하는 바람에 공무원노조의 고뇌와 신념에 찬 정치참여 선언이 공정선거를 해치는 법질서 문란 행위로만 매도되고 있습니다.
***공무원 정치적 중립은 '통제'아니라 '권리'**
우리나라 헌법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법률로 보장한다'고 돼 있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되어야 할 공무원들의 ꡐ권리ꡑ이며, 이는 곧 공무원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정치적 선택의 강요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무원들의 의사를 보호하고자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만들어진 하위법률인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대신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으로 변질돼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습니다.
역대 독재정권들은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하위법률을 통해 제 마음대로 '통제'하고 '억압'해 놓고서, 오히려 자신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각종 선거에서 공무원들을 부정선거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국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입니다.
이번 공무원노조의 정치선언은 독재권력의 무서운 칼날 앞에서 항거하지 못하고 권력의 심부름꾼으로 또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머리 숙이고 살아온 지난 50년 세월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이러한 잘못을 사죄하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정치선언은 다시는 그런 과오의 역사를 다시 짊어지지 않겠다는 철저한 반성을 바탕으로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권력에 저항하여 냄으로써 민주사회의 당당한 성원으로 인정받고,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공무원 노동자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또한 공무원노조는 공적인 업무와 관련,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국민들께 약속하였습니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사람들은 고급공무원**
사실 정작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것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인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이 아니라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입니다.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이야말로 선거 때마다 정치적 판단, 지역연고, 출신학교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줄을 서고,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동향을 보고하게 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해치는 주범인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은 권력을 지향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입으로만 외치는 선거중립과는 본질부터가 다름을 알아야 합니다.
단 한 석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 지지를 표하는 것은 더 이상 공무원 노동자가 권력에 손발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공무원노조 정체성의 표현이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우국충정의 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공무원노조의 정치선언에 대한 수구언론과 행정자치부 등의 과잉 반응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공무원노조는 오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하고 있는 현행 하위법률은 군사독재시대가 남겨놓은 쓰레기이므로 저항을 통하여서라도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공직자로써 이 땅의 부정부패한 정치권력에 굽신거리며 입과 귀를 막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봉사이겠습니까? 아니면 어떠한 탄압과 협박을 물리치고서라도 당당한 외침으로 옳은 것을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 봉사이겠습니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 땅의 썩어빠진 정치권력의 대안으로 이 나라 유일의 진보정당, 서민과 농민 그리고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당, 노동자, 농민 그리고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의회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정당인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 민주화는 완성될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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