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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영화인 노조'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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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영화인 노조' 만들어지나

한국영화 '관객 1천만 시대'의 그림자

"영화 현장의 스탭들은 스스로 노동자라 생각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요구에는 소극적이다. 임금 체불시에도 포기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소송 한번 크게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영화인들의 노동조건은 백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김도학 영화인회의 정책팀장)

"기본적으로 학연, 지연 등 각종 경로로 영화판에 들어오는 인력이 너무 많다. 노동력 과잉 상태에서 우린 스스로를 덤핑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솔직히 제작사에서 '너 말고도 쓸 사람 많아'라고 하면 할 말 없다. 스탭 조직화가 이루어져 개선을 요구하지 않으면 시장의 룰에 따라 계속 열악하게 일할 수 밖에 없다." (이상필 한국 조감독협회 부회장)

"솔직히 영화판 안에 '우리는 한 식구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나 어렸을 땐 더 힘들었다' 이런 게 있다. 영화산업 자체가 규모가 영세하고 다들 아는 사람들끼리 돌아가면서 일하는 시스템이다. 노조 만들다가 7,80년대처럼 블랙리스트라도 돌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스탭들이 소극적이기 되기 쉽다." (김광수 청년 필름 대표)

<사진 1>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영화인노조' 만들어지나**

'한국 영화 극장 점유율 50%', 관객 1천만 시대' 등 한국영화에 쏟아지는 찬사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요즘,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평균연봉 6백40만원, 하루 평균 16시간의 노동시간에 4대 보험 혜택도 보장받지 못하는 영화 스탭 노동자들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7일 4부 조수연합(한국영화조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의회, 조명조수협의회)은 '영화인 근로조건 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발표 및 공청회'를 열고 '스탭들의 노동자성과 근로기준법 적용 유무 및 스탭(영화인) 노조 결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지난 1년간 영화진흥위의 지원하에 김도학 동국대 경영학 박사, 박형섭 변호사, 안영진 제작부협회 부회장 등이 참여로 이루어졌다. 4부 조수연합은 연출, 촬영, 조명, 제작 분야의 조감독이 모여 만든 협의체로 현재 9백7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열악한 노동 조건의 원인 1: 비정규적인 작품별 계약, 도급 계약**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영화 인력의 고용은 9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작품별 계약, 도급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고정된 사업장과 고정된 사용자를 갖기 어려운 영화제작현장에서 작품별 계약은 스탭노동자의 다음일정 계획을 어렵게 하고 도급계약은 임금체불시에도 책임주체가 뚜렷치 않은 문제점이 있다.

김도학 박사는 "영화 인력들의 실업상태 기간이 1년에 평균 6개월 이상이고, 조사대상자의 54.8%가 어떤 보험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임금 피해사례를 경험한 비율이 72%에 달한다"며 "하루 13-16시간 촬영이 39.4%, 16시간 이상인 경우도 34.8%나 됨에도 불구하고 작품별 계약일 경우 시간외 수당을 요구할 근거가 희박할 뿐 아니라 기간계약이 아니므로 제작기간을 초과해도 스탭들은 초과임금을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노동 조건의 원인 2: 인력의 과잉 공급**

이상필 조감독협회 부회장은 "각 대학의 영상관련학과, 영화아카데미 등 수많은 경로로 매년 1만5천명 가량이 영화계로 들어온다. 이런 노동력 과잉은 저임금 일용직을 양산하고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를 차단한다. 현재 영화인이 될 수 있는, 혹은 지속적으로 실력을 양성할 수 있는 어떤 중심적 창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전문성 육성 기회 차단'은 스탭 노동자의 이탈을 조장하는 등 영화계 노동시장 전체의 '질적 악화'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사용자인 제작사가 급여정도, 근로시간, 산재발생시 보상처리 여부, '영화흥행'시 보너스 지급 등 '전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산별노조가 만들어지면 제작사들과 통일된 협약 맺을 수 있어"**

이종구 노무사는 "스탭들은 기본적으로 제작사와 사용종속관계에서 월급을 받으므로 영화계의 특수한 도제시스템을 들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승우 한국예술종합대 영상원 전문사는 "현재 존재하는 협회가 노조로 전환한다면 산별노조 형태가 될 것"이라며 "산별노조가 주요 제작사들과 통일된 전체협약을 맺어 다른 제작현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각 제작 현장의 근로계약실태를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만들어지려면 그에 대응하는 '사용자 대표기구'도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영화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의 메이저 제작사 외에 영세한 제작사를 어떻게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냐 하는 것도 스탭노동자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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