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새 대표는 취임 첫날 첫 행보를 당사 이전으로 시작했다. 박 대표는 부패이미지와의 절연을 위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민생투어를 예고했지만, 수도권 공천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탄핵철회론에 대해서는 "소장파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눈총 따가워서 옮긴 것 아니다"**
박 대표는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터의 천막당사에 도착한 직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 "국민여러분께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한다"고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거듭 사과했다.
박 대표는 "당사를 천막으로 옮겼다고 해서 국민 여러분께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깨끗한 정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려는 저희들의 마음만은 간곡히 받아 달라"고 읍소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국민들의 눈총이 따가워서 임시방편으로 옮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며 "총선을 치러내고 한나라당이 새로운 설계를 갖고 끝날 때까지 떠나서는 안된다"고 총선 이후에도 당분간 천막당사를 사용할 것임을 밝혔다.
당사 이전과 함께 박 대표의 취임 일성은 "경제 살리기와 민생 챙기기"였다. 박 대표는 "실업률, 외환보유고, 설비투자 비율,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적시한 경제현황판을 만들어서 회의 전에 이것부터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놓았지만, 실질적으로 챙기지는 못했다"며 "당력의 50%를 정책 개발에, 나머지 50%는 평가와 확인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민생투어를 본격화 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박근혜, "탄핵 철회론, 소장파가 양보해야"**
박 대표는 현안인 탄핵 철회론에 대해서는 "소장파가 양보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지금 수도권 뿐만 아니고 전국적으로 영남, 충청 할 것 없이 지지율이 바닥"이라며 "어디 한군데 문제가 아닌데, 절박한 위기감과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TV토론이나 전당대회에서 내가 약속한 것은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보고, 탄핵 철회를 요구하는 소장파도 이 문제는 양보해야 된다"고 못 박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선대위원장 임명을 박 대표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겠다고 결정했다. 박 대표는 "중앙 선대위도 있지만, 지역 선대위를 따로 구성할 수 있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구성도 "▲전원 정치 신인 ▲호남 3석 배분 ▲여성 50% 할당 이라는 3대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최병렬 전대표의 비례대표 출마가능성을 배제했다.
***우리, "서울시 특혜다", 이상득, "터무니 없는 소리"**
한편 한나라당의 천막 당사를 놓고 열린우리당에선 특혜 의혹을 주장하며 불법이라고 주장, 논란을 일으켰다. 박영선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현재 임시당사로 쓰고 있는 중소기업전시장 가건물은 우리가 당사를 알아볼 때 이미 서울시에 사용을 요청했던 곳이다"라며 "그런데 그때는 서울시가 안 된다고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사무총장은 크게 화를 내며 "농협 직판장도 공짜로 임대할 수 있을 정도로 끗발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땅 하나 못 빌렸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후 이 총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총무국에서 서울시와 교섭한 결과, 천막을 치거나 컨테이너로 임시 사무실 쓰는 것은 빌려줄 수 있다는 서울시 의견이었다"며 "그래서 4천2백38만9천원의 대부료를 내고 40일간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영등포 구청장이 컨테이너는 사무실로 쓸 수 있는데, 천막을 사무실로 쓰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서면으로 오늘 내일 중으로 답변해 주겠다고 했는데, 천막이 안된다고 하면 컨테이너를 계속 늘려가면서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당사는 어느 영국계 회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60일 이내에 실사를 해서 문제가 없으면 본계약을 하기로 했다"며 "당사가 팔린 뒤 부채를 갚고, 남은 돈으로 걸맞는 사무실을 알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24일 오전 당3역을 비롯한 당직자들과 기존 당사의 현판을 철거하고, 여의도 천막당사까지 현판을 든 채 도보로 이동했다. 당직자들은 기존 당사에서 현판을 떼어 내고, 당사 앞에서 큰 절을 하기도 했다.
새 당사는 23일 전당대회 직후,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 터에 서둘러 건설됐다. 현재는 회의장과 기자실이 천막으로 건설됐고, 그 옆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종합상황실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벤트 정치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새 대표 취임이후 서둘러 당사를 옮긴 것은 총선을 22일 앞두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절박함을 그대로 드러내 주지만, 탄핵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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