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헌법 준수 약속을 전제조건으로 탄핵안을 철회하자는 움직임이 일어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여론의 심각한 역풍으로 인한 개별 의원 차원의 행동에 불과하지만, 여론이 반등되지 않을 경우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당안팎의 지배적 전망이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궤멸"**
한나라당 당대표 특보(특별보좌역)단장인 안상수 의원은 최근 공천자 2백20여명에게 한 통의 설문지를 발송했다. 설문 내용은 ▲노 대통령의 사과와 헌법준수 약속을 받고 나서 탄핵안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찬성하는가 ▲탄핵 심판을 끝까지 고수해야 하는가 ▲기타 의견이 있으면 적어 달라는 등 세 가지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선사과 후탄핵철회'를 주장한 것이다.
설문 작성에 참여한 안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1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상태로 가다가는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궤멸하게 된다"고 이번 설문을 보낸 속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10여명 정도의 회신이 왔고, 반반 정도로 입장이 나뉜다"며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23일 전당대회에서 구성되는 새 지도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수도권쪽 의원들은 탄핵철회에 동조적인 반면, 영남권 의원들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측근은 지도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특보 단장으로서 여론을 청취해 지도부에 전달하는 것이 임무"라고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안 의원이 탄핵 표결에 참석했음에도 다시 철회 주장을 한 것에 논란이 일 수 있음을 의식한 듯, 이 측근은 "안 의원은 기본적으로 탄핵 발의의 역풍이 올 것이고 사안이 미비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한다고 해서 탄핵에 찬성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홍사덕, "터무니 없는 짓"**
그러나 안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당내에서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탄핵 철회 가능성에 대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소장파인 권영세 의원도 "아직 설문을 보지는 못했는데, 매우 적절치 못하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있고, 당내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의사를 묻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탄핵 철회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한 당 지도부와 강경파의 입장은 완고하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의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이 속속 벌어지고 있어, 안 의원의 이같은 주장이 당내에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발언에 즉각 반발했던 한나라당. 그러나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에 당내에서 탄핵철회 움직임이 제기됐다.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의 곤혹스런 현주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