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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역풍'에 한나라 내분 재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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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역풍'에 한나라 내분 재연 조짐

'전당대회 무산' 조짐에 소장파 긴장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기 한달여전에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소장파들의 쿠데타'로 불린 지도부 퇴진 요구가 있었다. 당 지지율 하락 등의 책임 공방을 둘러싸고 분당 일촉즉발까지 갔던 한나라당은 22일 최병렬 대표의 임시전당대회 소집을 통한 새 지도부 선출 선언으로 가까스로 당 내분은 수습국면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분 양상이 '탄핵 역풍'을 맞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 시국에 대해 18일로 예정된 임시전당대회가 연기 됐으며, 전당대회 무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병렬 권토중래' 시나리오 작동하나**

당초 한나라당 내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최병렬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출당이나 공천 박탈도 불사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지난 12일 1백45의 의원들 중 1백29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구속 의원과 해외에 외유 중인 의원을 제외하면 공천 탈락 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의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 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탄핵 역풍'이 거세게 불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탄핵안 가결후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하락하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전당대회의 실무 준비를 담당하는 제2창당준비위원회와, 당 대표 경선 선관위는 조율을 거쳐 13일, 전당대회 연기를 결정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18일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는 탄핵정국 등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탄핵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현실적으로 대회 준비에 어려움이 많아 일단 연기해 3월중에 개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소장파 "임시 전대 무산은 당을 두번 죽이는 일"**

전당대회 연기 결정이 있은 뒤 14일에 소장파들은 '최 대표의 권토중래'를 위한 음모가 작동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당 지도부의 "개별의원 발언 자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소장파 의원들은 14일 오후에 모임을 갖고 당내 상황을 논의한 뒤 입장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소장파의 리더 격인 남경필 의원은 14일 "지금 당이 해야 할 일은 외부적으로는 국정에 협조하는 일이고, 내부적으로는 당의 반성과 변화를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하는 것"이라며 "당의 반성과 변화를 위한 임시 전대를 무산시키려는 것은 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선언을 했던 권오을 의원도 15일 성명서를 배포, "당내의 모든 일정은 탄핵정국 이전에 계획했던 그대로 차질 없이 치러져야 한다"며 "전당대회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3일 3당대표 회동에서 합의된 임시국회 소집에 대해서도 "시급하지도 않은 현안중심의 임시국회 소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건 총리를 상대로 야3당이 탄핵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또 다른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당 지도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당의 한 당직자도 "총선이 다가오는데, 전당대회 연기가 가능할 것인가"라며 최 대표를 겨냥, "욕심을 버려야 당이 살 것"이라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최, "전대 불투명하면 18일 사퇴"**

최 대표는 이처럼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분 재연 조짐에 대해 15일 "전당 대회가 불투명할 시에 18일에 대표를 사퇴한다"는 선언을 해 논란을 종식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이날 운영위 회의에서 "나는 18일까지 기다려서 이후 가까운 날짜에 전대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대표직을 이양해도 무리가 없지만, 만약 18일 이전에 전대날짜가 잡히지 않으면 18일로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이번 탄핵 강행이 대표직 복귀를 위한 음모적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는 가뜩이나 탄핵 역풍으로 당의 명운이 위태로운 판에 당 내분까지 재현될 경우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가 18일 사퇴하게 될 경우, 홍사덕 총무의 대표 권한 대행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비대위 구성이냐, 전당대회 실시냐**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논란은 탄핵정국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당내 비상대책기구의 설치 여부다.

임시 전대 선관위원인 심재철 의원은 14일 "비대위로 갈 가능성이 높다. 내일 상임운영위와 운영위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이라며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정국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대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며, 다수가 전대 강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는 홍사덕 총무가 유력하며, 홍 총무 등장에 이른바'최심(崔心.최병렬 대표의 복심)' 운운하는 것은 작문"이라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 대표 이미지를 탈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대위라는 기구는 그 성격상 당의 공식운영기구를 벗어나 최 대표와 당의 핵심 지도부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게 되는 것이 필연적인 만큼, 지도부의 입김은 강화될 수 밖에 없다.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인 이재오 의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고 당내 비난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또한 홍사덕 총무가 비대위원장이 되고 비대위가 설치될 경우, 전당대회가 무산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표경선 출마를 선언한 A의원측은 "비대위와 전당대회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라며 "비대위를 띄우게 되면 결국 전당대회가 무산되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홍사덕 총무가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게 된 것도 탄핵 정국 이후 비대위를 통해 당의 실질적인 운영을 장악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전당대회가 무산될 경우, 당 지도부가 탄핵이라는 헌정의 중대사를 사심에서 이용했다는 비난에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현재까지는 원칙적으로 전당대회 개최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소집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또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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