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가결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대거 도심 한복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13일 밤 경찰 집계로 7만여명(집회주최측 추산 10만명), 14일 밤에는 3만5천명(집회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대통령 탄핵안 결의 무효'와 '민주수호'가 적힌 붉은색 카드와 촛불을 들고 주말내내 촛불집회를 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탄핵하느냐"**
이날 집회에는 시민단체 뿐 아니라 학생, 가족, 연인, 인터넷 동호회 회원등의 단위로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과 종각 사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탄핵하느냐"며 "이런 파렴치한 수구세력들의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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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시민들은 집회를 주최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 준비한 무대 공연에서 가수들이 부르는 '광야에서', '격문1', '바위처럼'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6살배기 아들을 무등태우고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영수(38)씨는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국회에서 일어나는 것에 참을 수 없어서 집회에 참가했다"며 "부정부패로 가득한 국회가 어떻게 대통령 탄핵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승희(26)씨는 "이틀째 촛불집회에 나왔다. 보수세력들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게 체질화됐는지 모르겠지만 탄핵반대의견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로에 있는 건물 경비원을 한다는 김철호(63)씨는 "한나라, 민주, 자민련이 자기네들 과오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 것이 너무 분해 생전 처음 촛불집회라는 것에 나왔다"며 "강바닥 가득히 차오른 오물을 대대적으로 걷어내지 않고서는 어떤 맑은 물을 넣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대학생 최은주(22)씨는 "평소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행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하루속히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한다는 오석준(41)씨는 "여기 나온 사람들 다 분노로 뛰쳐나왔지만 모두 흥겹게 축제를 즐기듯이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문화가 자발적 시민 참여형태로 바뀌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평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서주원씨는 "13일에 이어 오늘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내일은 출근해야 되고 저녁 날씨가 쌀쌀한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파가 늘었다"며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 감정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10시께 주최측이 집회종료를 선언하자 도로 곳곳에 흩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자진 해산했으며 경찰은 이날 46개 중대 5천여명의 전.의경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해 교통 통제에 나서는 한편 기습 시위에 대비했으나 아무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교보빌딩 남측 소공원에서 '탄핵무효와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갖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이날 경찰에 제출해 탄핵반대 집회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 탄핵안이 백지화될 때까지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촛불규탄집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낮에는 국민을 상대로 1천만 탄핵반대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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