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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분간의 표결, '쓰러진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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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52분간의 표결, '쓰러진 태극기'

[탄핵통과되던 날] 시간대별 본회의장 풍경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2분이었다. 격렬한 몸싸움에도 투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사이 의장석 뒤에 서있던 태극기는 쓰러지고 짓밟혔다.

***11시3분 : 박관용 의장 입장**

박관용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박 의장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문을 피해, 반대편 문으로 나서 기자들을 따돌리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박 의장의 질서 유지권 발동으로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꿀어내기 위해 사복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내몰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1시 5분 : 쫓겨나는 여당의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박 의장이 동원한 사복 경위들과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하나 둘씩 의장석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의장석에 있던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절대 안돼"라며 울부짖었고, 같은 당의 이해찬 의원은 의장석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경위들에게 잡혀 본회의장 뒤로 밀려났다. 김부겸, 김영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여기가 5공이야"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대다수가 무술 유단자인 경위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의장석을 부여잡고 "당이 한다고 그것을 따라하고 있어"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실신 지경에 이른 임종석 의원이 경위 6명에 들려 내쫓겼고, 김희선 의원은 "어딜 날 잡어, 손대지마"라고 강하게 제지했지만 경위들은 개의치 않았다.

유시민 의원은 의장석을 붙잡고 "으악" 소리와 함께 대성통곡하며, "유용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나쁜 XX야"라고 소리쳤다. 유시민 의원은 경위들에게 팔과 다리를 잡힌 채 들려서 의장석에서 내쫓겼다.

의장석 옆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박관용 의장이 잠시 밑으로 내려가려 하자, 강창희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격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수하라"고 외친 송영길 의원, 의사봉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장영달 의원이 마지막으로 경위에 끌려 나가자 박 의장은 11시 20분 의장석에 올라가는데 성공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 같은 아수라장 속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자리에 앉아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고, 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본회의장 뒤편에서 뒷짐을 진 채 서있었을 뿐이었다. 당초 탄핵안 표결 불참 입장을 밝혔던 자민련도 이날 표결에 참석했다. 이인제, 이한동 등 자민련 의원 8명은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11시 21분 : 박관용 의장 개회선포**

박 의장이 의장석에서 개회를 선포한 시간은 11시 21분.

박 의장의 개회 선언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 앞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겹겹으로 둘러싸 '인의 장막'을 치며 가로 막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힘에 부쳤는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제지하지 못하고 국회 발언대 앞에 둥글게 서서 "쿠데타 세력 물러나라!", "5공이야, 5공!"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책상 위로 올라가 책과 종이를 박 의장에게 뿌렸고, 김근태 원내대표는 방청석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향해, "국민들이 도와 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11시 25분, 박 의장은 탄핵안 상정을 선포했고,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은 상정됐다.

***11시 25분 : 야당 의원들, 투표소 문 연채로 표결 시작**

박 의장은 탄핵안 제안 설명을 유인물로 대체했고 바로 무기명 투표를 선언했다. 박 의장은 직접 감표 요원을 지명했고, 의사국장이 투표자들을 호명했다.

야당 의원들이 표결을 위해 투표함으로 줄지어 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고함을 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의장은 국회의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왜 이런 일을 자초하냐, 자업자득이다"라고 고함을 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물리적 저지를 포기하고, 투표자들을 설득하고, 호통을 치고 때로는 애원하는 등 부결을 위해 힘썼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표결을 진행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살려 달라. 호소한다. 투표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고 김희선 의원은 "쿠데타 세력은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쳤다.

투표 도중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투표함으로 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투표하지마"라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쿠데타를 상기시키며 투표를 말렸으나 박 의원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에 불과했다.

한편, 임종석 의원은 이전의 사투 끝에 실신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같은 당의 김성호, 최용규 의원이 임 의원을 데리러 가자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마저도 제지했다. 몸싸움 끝에 같은 당 의원들에게 부축받아 끌려나온 뒤에도, 임 의원은 국회 통로에 누워 "민주당이 어떻게..."라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대성통곡을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다수 책상위에 올라가 "쿠데타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야당 의원들은 투표를 한 뒤 차례로 열린우리당 의원들 앞을 막아서 인의 장막은 점점 두터워져 갔다.

비공개 비밀투표로 투표가 치러졌음에도, 대다수의 의원들이 투표함 문을 연 채로 투표를 했다. 야당 총무단은 의원들을 잡아 끌다시피 투표소로 인도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공개투표를 하고 있다. 무효다"라고 외쳤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구호를 외쳤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은 표결 도중 발언대에 서서 "오늘 16대 국회의 장례식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 권력은 죽지 않는다"고 외치기도 했다.

11시 48분경 박 의장이 "투표를 종료하려 한다"고 투표 종료를 선언하려 하자, 한나라당 정의화 수석 부총무가 의장에게 손을 내저었고, 박 의장은 종료 선언을 잠시 미뤘다. 박 의장은 "결과를 빨리 보고하라"고 재촉했고, 11시 50분에 투표는 종료됐다.

***11시50분 : 표결 종료, 우리당 절규**

11시 50분 박 의장은 표결 종료를 선언하자 개표를 위해 투표함이 이송됐다. 명패수를 확인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의원은 1백95명이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열림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국회에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신기남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역사의 증인이 돼 달라"고 외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개표함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가운데, 개표는 진행됐고, 박 의장의 결과 공표 이전에 가결을 확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가결을 알렸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11시 55분 박 의장은 찬성 1백93, 반대 2표로 탄핵안 가결을 선포했다.

***11시55분 : 충격…, 허탈…, 분노…**

박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는 순간, 정동영 의장은 박 의장을 향해 명패를 던졌다. 다른 열린우리당 의원은 종이를 뿌리며 거세게 항의했다. 송석찬 의원은 투표함을 들어서 던지기도 하는 등 울분을 참지 못했다.

박 의장은 가결 선포 이후 경위들과 야당 의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허탈한 듯 주저앉았다. 유시민 의원은 본회의장 밖에서 실신한 채 쓰러져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남아 규탄대회를 시작했다.

반면 많은 야당 의원들은 얼굴에 희색을 머금고 회의장을 빠져나왔으며 일부 의원들은 만세를 부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본회의장 밖에선 야당 당직자들이 “한나라당” “민주당”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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