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구독료 할인에서 촉발된 신문 가격 경쟁이 '무한궤도'의 질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신문사 지국들은 "가격할인 경쟁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지국운영에 큰 손실을 주고 있다"며 "그동안 영업손실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지국을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접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너신문 지국도 가격할인 '올인'**
중앙일보는 "이번 구독료 할인은 자동이체 독자에게 주는 한시적인 혜택"이라며 "이는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수도권 지역의 각 신문사 지국들을 임의로 선정해 전화인터뷰해 본 결과 중앙일보 본사가 표방하는 의지와는 달리 이로 인한 신문 판매시장의 악영향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마이너신문 지국들은 기존 독자층을 방어하기 위해 중앙일보보다 더 낮은 수준의 구독료 할인 유인책을 내놓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의 경우 강북지역보다 강남지역이 훨씬 강했다.
강남에서 한 신문사 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지국장은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중앙일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월 8천원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별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중앙일보의 경우 지국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삼성캐피탈을 통해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마이너신문 지국의 '고사'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신문사 지국장은 "자동이체 독자에 한해 실시한다는 중앙일보의 선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 같은 지역의 중앙일보 지국은 자동이체뿐만 아니라 지로용지 납부자에게도 같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고, 여기다가 농협 또는 백화점 상품권까지 덧붙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국장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독식하려드는 행태를 국가는 왜 그냥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4월 1일, 긴장하는 신문 지국들**
중앙일보가 구독료 할인에 이어 오는 4월1일부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간스포츠를 전 지국에서 '끼워팔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메이저신문사 지국들도 긴장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서 조선일보 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지국장은 "기존에는 겸영을 하고 있는 한국경제 등을 조선일보 신문에 얹어주는 형식으로 구독자 수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중앙일보가 스포츠투데이와 일간스포츠를 끼워파는 이른바 '세트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젠 경쟁을 할 의욕마저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조선일보 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지국장은 "예전에는 본사에서 독자 배가운동을 펼칠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 몇 번씩 표창을 받기도 했다"며 "그러나 가격 할인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여력마저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지국장은 "더군다나 얼마 전부터 본사 판매국마저 '구독자를 증가시키지 못할 바에는 지국을 내놓으라'고 닥달하고 있어 조만간 지국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차라리 국가가 나서 대대적 조사하라"**
프레시안의 이번 조사에서 일부 마이너신문 지국장들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대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 신문사 지국장은 "이전에는 우리 스스로도 구린 구석이 있어 공정위 조사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앉아서 죽을 수만은 없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생기고 있다"며 "구독료 할인은 경품 살포 때보다도 더 살인적인 효과를 주고 있고, 이대로 가면 단시일 내에 국내 일간지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밖에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판매협의회 한 고위간부는 "최근 자체 조사결과 이번 가격 할인 경쟁에 따라 자동이체를 신청한 구독자 수는 중앙일보(13만명)보다 오히려 조선일보(26만명)가 훨씬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이른바 '충성도' 높은 구독자들이 대거 자동이체로 선회한 것에 기인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앙일보는 마이너신문의 시장을 잠식해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구독자 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신문협회 산하 신문판매협의회가 신문 할인판매의 위법성 여부를 질의해옴에 따라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부당 염가판매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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