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방송 SBS의 1인(1사) 최대 소유지분을 현행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30%에서 10%로 대폭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언론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지난 5일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민영방송 개혁을 주제로 한 2차 토론회를 속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월 26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서 각종 쟁점들을 제시간에 토론하지 못함에 따라 이례적으로 속개 형식을 띠고 개최됐다.
토론회는 1차에 이어 권혁남(전북대 교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이 사회를 맡았고, 정상윤 경남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심상용 YMCA 시민사회팀장,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이 잇따라 윤세영 SBS 회장의 소유 형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SBS측에서는 박희설 정책팀장이 참여해 반론을 폈다.
***소유지분 제한선 두고 '갑론을박'**
토론회의 최대 쟁점은 소유지분 제한선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정상윤 최영묵 심상용 장유식 등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윤세영 SBS 회장은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제왕적인 권한을 휘두르고 있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장남인 윤석민 SBSi 대표에게 이를 넘겨줘 '방송세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따라서 민영방송 SBS의 1인(1사) 소유지분을 현행 30%에서 10%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은 "학계와 법조계 일부에서 소유지분을 제한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지상파는 엄연히 공공재 형식을 갖고 있는 만큼 공공성 유지를 위해 소유지분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용 YMCA 시민사회팀장은 "SBS의 소유지분 30% 제한은 지역방송으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SBS는 지역을 넘어 전국화하는 모습을 띠고 있어 마땅히 소유지분을 더 하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희설 SBS 정택팀장은 "10%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정당성이 빈약하며, 기존 30% 소유지분으로는 언론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박 팀장은 "윤 회장이 만약 그런 권한을 행사했다면 70%의 다른 주주사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언론계 일부에서는 SBS 회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SBS가 개인 일가의 사유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각종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주 일가와 지배주주인 (주)태영의 영향력을 예로 들고 있다. 그동안 사주 일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맡아왔던 SBS노조의 노보 글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주 눈치 보느라 편성도 바꿔!**
지난달 24일 새벽 5시 50분, US여자 골프 4라운드에서 수퍼땅콩 김미현 선수가 바디를 잡으며 선두 캐리웹을 맹추격! ⋯골프중계가 이어지면서 준비됐던 (모닝와이드팀) 건강 프로와 출연 예정이었던 스포츠국 기자와 경제부 기자는 스탠바이만 하다가 쓸쓸히 퇴장. ⋯골프 중계로 월요일 아침 정규방송이 중단된 것은 지난해 6월 21일과 9월 13일, 11월 15일 세 차례. 올해 들어서는 한국낭자들의 부진으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7월 24일 드디어 정규방송이 중단된 것이다. (노보 2000년 8월 9일자 <SBS는 골프방송?> 제하의 글)
윤세영 회장은 2000년 대한골프협회 수석부회장을 시작으로 현재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당시 아침 방송 제작진들은 전날 남부지방에 큰비가 내려 인명피해까지 나자 정규방송의 재개를 요청했으나 간부진들이 스튜디오까지 찾아와 골프 중계를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사주 친인척 행사에 기자 동원**
한국방송기자클럽(BJ클럽, 회장 변건) 행사에 보도본부 기자 20여명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동원돼 물의를 빚고 있다. ⋯기자들 동원은 행사 전날 오후 회의에서 이남기 보도본부장이 각 부장들에게 부서에서 한 두명씩 인원을 동원하도록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초청연사인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일정 때문에 행사도 예정보다 늦게 시작돼 이른 아침 도착한 참석자들은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BJ클럽 회원이 된 한 차장급 기자는 "강제 가입이나 행사 동원이 결국 최고 경영진 친인척의 체면 세워주기 차원에서 이뤄진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보 2000년 8월 30일자 <'파김치' 기자들 무더기 행사 동원> 제하의 글)
당시 BJ클럽 회장을 맡고 있던 변건씨는 윤세영 회장의 처남으로, 현재 계열사인 SBS미디어넷 대표이사부회장을 맡고 있다. 윤 회장이 건설사와 방송사 사주로서 자수성가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 대부호였던 처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뉴스에 천착하는 SBS**
"이억수 공군 참모총장이 강원도민회가 제정한 자랑스런 강원인에 선정돼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원도민회 정기총회에서 기념패를 받았습니다." 불과 20초에 불과한 단신이었지만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SBS의 최대주주, 회장이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노보 2001년 2월 7일자 <'자랑스런 강원인' 유감> 제하의 글)
강원도민 체육대회 전야제가 라디오(AM)를 통해 2시간 동안 공개방송 됐다. ⋯특정 지역의 도민체육대회 행사를 중계한 것은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도민체육대회는 한번도 중계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보 2001년 6월 27일자 <강원도민체육대회 공개방송> 제하의 글)
윤세영 회장은 1936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1999년부터 사단법인 강원도민회 회장을 맡고 있다. SBS 내부에서는 "방습세습 논란이 벌어진 뒤 윤 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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