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봉주의 스카이 라이프 CF는 장면설정이나 멘트가 참 재미있다. 전인권, 인순이에 이어 위성방송용 접시안테나를 단 ‘국민마라토너’ 이봉주가 ‘HDTV만으론 HD 방송을 못 본다’면서 ‘이봉주도 달았다. 봉주르 라이프’라고 외친다. 표정만 봐도 재미있는 이봉주가 고대 그리스 병사 복장으로 마라톤의 기원이 된 장면을 패러디한 것도 재미있고, “이 사실을 빨리”라는 자막과 함께 방패 대신 접시를 들고 한 가정집에 도착해 충청도 사투리 억양으로 "봉주르 라이프”를 외치는 부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낸다.
‘이봉주의 라이프=봉주르 라이프’, 기발한 발상이다. 요즘 광고의 카피문구들을 보면 정말이지 재치와 기지가 넘친다.
봉주르는 프랑스어 인사말이다. 영어에서의 ‘하이(Hi)'나 '헬로우(Hello)' 정도에 해당하는 일상적인 인사말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인사말인데 ‘봉(Bon)'이라는 형용사와 '주르(Jour)'라는 명사, 이렇게 두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봉(Bon)’은 영어의 good에 해당하는데 '좋은, 맛좋은'이라는 뜻이고 ‘주르’는 영어의 Day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Good Day 쯤 된다. 영어에서는 만나는 시간대에 따라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이라고 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해지기 전에 만나면 오전, 오후를 구분하지 않고 ‘봉주르’이고 저녁에 만나면 ‘봉수아르(Bon Soir)'이다.
‘봉’이라는 말은 프랑스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참으로 많이 쓰인다. 맛이 좋을때 프랑스인들은 ‘봉(Bon)' 또는 '쎄봉(C'est Bon)'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칠 때는 ‘아 봉(Ah Bon!)'이라고 하면 된다. 프랑스어를 몰라도 ‘봉!봉!’이라고 외치면 서로 듣기 좋으니 ‘봉’이라는 말은 정말 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데이에 해당하는 ‘주르’인데 우리말의 ‘날’에 해당한다. 프랑스어 ‘주르’와 우리말 ‘날’을 합쳐면 주르날이 되는데, 프랑스어의 ‘주르날(Journal, 영어의 저널)’은 그날 그날 있었던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라는 뜻이다.
한편 뭔가 은밀하게 추진되는 거사일을 가리켜 디 데이(D-Day)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디-데이의 디는 데이의 첫글자를 딴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뭐라고 할까. 프랑스어에서도 첫 글자를 따서 ‘주르 지(Jour-J)라고 한다. 첫 글자를 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순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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