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1월 초에는 육군 최전방 부대 한 병사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트위터로 "장병들의 휴가 며칠을 잘라서 전투력을 상승시킨다는 1차원적 생각으로 장병들의 사기가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며 휴가에 대한 고민을 전했습니다. 이에 김 장관은 "용기 있는 제언 고맙게 생각하네. 장관이 전선지역 장병과 소통할 기회가 매우 제한되는 만큼 사전에 알지 못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휴가 문제를 검토하게 되었네"라고 답했습니다.
'일개 병사가 장관에게 휴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다니.'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혀를 차는 분도 있겠지만, 현재 군부대의 SNS 이용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부대 내 '카카오톡'(스마트폰 이용자 간 대화 앱) 이용자가 늘자, 국방부에서 군인 전용 '솔저톡(Soldier Talk)'을 개발할 정도니까요. 참, '솔저톡'은 일반인과의 대화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신세대 장병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하려고 하니, 정말 애매합니다. 이중적이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김 장관은 지난해 말 SNS가 군의 유용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부 각 국장과 실장에게 트위터 계정을 만들라고 권고하기도 했다는 데 말입니다.
국방부의 'SNS 가이드라인'에 대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주는 것 좋네요"(@eocnd90)
"군 장병들 SNS사용 환영, 종북 좌빨들 쥐구멍 찾기 바쁠 듯"(@hsk6851)
"꽤 인상적인 가이드라인. 대부분 "~마라"로 끝나는..."(@ArmyHubby)
"입을 꽁꽁 막겠다고?"(@kimyiha)
그럼, 과연 SNS 애정남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국방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지침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카카오톡'의 군인 버전인 '솔저톡' |
● SNS 애정女, 김남희 변호사
군 장병 SNS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SNS 서비스를 사용할 때, 군인이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물론 중요한 군사기밀이 포함된 업무를 하고 있을 때는 당연히 업무상 기밀유지의무 등을 부담할 것이지만, 스마트폰이나 SNS를 업무를 위해서만 쓰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영역에서 사용할 때가 대부분일 텐데 군인이라고 해서 SNS사용에 특별히 규제를 받아야 할 근거도, 필요성도 없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가이드라인 내용도 "군사보안이나 군 기강 훼손 등이 고민되는 글은 일단 게시하지 마라." 또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글을 작성, 게시하거나 불필요한 논쟁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까지 있다니, 도대체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너무 애매한 가이드라인이네요.
우선, 군인이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특별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나 한번 살펴보죠.
대한민국 헌법에는 군인이라고 해서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군인사법 제47조의 2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는 포괄적인 규정이 있군요.
우선 이렇게 대강의 내용을 정하지 않고, 전부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한 것부터 헌법상 포괄위임입법 금지(헌법 제75조)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위임을 받아 제정된 군인복무규율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는 "군인은 불온유인물, 도서, 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 복사, 소지, 운반, 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온 유인물이나 불온 표현물이 뭔지, 이것 역시 너무 애매하군요. 게다가, 이 규정만으로도 과연 SNS과 같은 일반적인 통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그냥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무시하면 될까요? 하지만, 군인복무규율 제23조에는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며, 명령받은 사항을 신속, 정확하게 실행하여야 한다"라는 상명하복 조항이 있어서, 가이드라인이나 앱 삭제지시를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군인은 시키는 대로 스마트폰 사용도 자제하고, 뭔가 불온한 느낌이 드는 앱도 삭제하고,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게시판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군인이 쉽게 군대 내의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니, 군인복무규율도 헌법과 법률에 맞게 개정하고, 군인의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정당하게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규정을 손보는 것만큼이나, 군대 내에서의 인권과 정당한 기본권 보장 문제도 같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네요.
● SNS 애정男, 장유식 변호사
문득 '군내 불온서적 금지 헌법소원사건'이 생각나는군요. 2008년 10월, 군법무관들이 불온도서의 군내반입을 금지한 '군인복무규율'의 위헌성 및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저)을 비롯한 23권의 책을 불온도서로 지정, 군내 반입을 금지한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의 '군내 불온도서 차단대책 강구지시'(2008년 7월)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 말입니다.
당시 국방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2008년 8월)는 무시한 채 오히려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무관들에게 파면 등 중징계를 내리면서(2009년 3월) 논란이 확산되었지요. 4년이 지난 현재 헌법소원은 기각 또는 각하되었지만(2010년 10월, 그 이유에 대해서 여기서 설명해 드리긴 어렵지만 '명확성의 원칙' 및 '직접성 요건' 등에 대한 견해 차이였습니다), 법무관들에 대한 국방부의 파면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는 결론이 내려진(2011년 8월) 상태입니다.
'군 장병 SNS 활용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위와 같이 국방부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태도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군 장병들이 SNS를 이용할 때 군사보안을 위배하거나 군 기강을 저해하지 않도록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고 합니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군기밀과 관계없는' 개인적 영역에까지 일부 과도한 규제를 담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거나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글을 작성·게시하거나 불필요한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일단 자제하라"는 등의 내용은, 군사 기밀과 무관한 의사표현의 통제로서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준이 애매하고 자의적이라는 것이죠.
애정남녀가 '애매한' 건 못 참는 거 아시죠? '군'이라는 특수성(국가안보)을 인정하지만, 반대로 '군'이라는 특수성(상명하복) 때문에 '애매한' 기준은 군 당국이 장병들의 의사표현을 임의로 규제하는 나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육군의 한 부대에서 <나는 꼼수다>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종북(從北) 앱으로 규정하고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삭제대상 앱으로 <나꼼수>를 비롯해 촛불시위 현장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 촛불',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잔여기간을 보여주는 '가카 퇴임일 카운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군은 보안이 중요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해 일정한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명확한 기준'에 의해서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군 당국이 현 정부에 대한 반대를 '종북'이라고 매도하는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한, "너희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사단은 일부 극소수 무개념 '종(從)MB' 군 수뇌부에 의한 것이겠죠? 오늘도 추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는 군장 병 여러분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SNS 애정남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미디어 심의팀이 지난해 12월 7일부터 본격적인 SNS 심의에 나섰다. 기존법으로 SNS를 심의할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현재 SNS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SNS 애정남녀, 장유식과 김남희'가 법 중의 최고법인 '헌법'과 '선거법'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애매한 SNS 심의 및 규제를 깨알같이 분석,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나는 종합편성 채널이고 하나는 1인 미디어인데, 종편은 자본에 종속된 형태이고 1인 미디어(SNS)는 개인이 바로 언론이 되는 것"이라며 두 매체의 불꽃 튀는 전쟁을 예고한 꽃미남 변호사, 장유식. 그는 "'1인 미디어의 승리'를 위해 훈수를 둘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SNS는 점점 개인화, 파편화되는 고속사회 속에서 연결을 통해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취미인 참여연대 새내기 변호사, 김남희. 그녀는 "SNS는 인간적인 끈이다. 이를 낱낱이 파헤쳐 내용을 해부하고 사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은 SNS 단속 사례별, 친절한 설명과 대응 방안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궁금한 점은 참여연대 유권자자유네트워크 법률지원단 트위터 @youjanet 또는 <프레시안> sns@pressian.com으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합니다. |
[SNS 애정남녀]
사례1. <나꼼수> 낙선송, 리트윗하는 것도 심의 대상?
사례2. "'각하'해야 마땅한 김제동 고발, 검찰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례3. "머쓱해진 '인터넷 계엄령'…북한은 그냥 화젯거리일 뿐"
사례4. <조선일보> "얼마든지 말하라. 단, 반칙은 말고"
사례5. "'이명박' 기사에 댓글 달고 날벼락 맞은 정 씨, 구제받을 길은?"
사례6. "트위터가 북한의 유력한 선전선동 도구인 것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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