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 우리당 당의장은 6일 의회 대표 연설 마무리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 그동안 표류해온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되길 강력히 희망 한다”는 발언을 했다. 먼저 묻고 싶은 바는, 침략전쟁에 대한 동조 파병이 어찌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일인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이 어렵다면, 먼저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정복의 성격, 전쟁의 목적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관해 자신의 소견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파병 동의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은 전쟁의 성격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현실에 우리의 군을 끌고 가겠다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침략에 대한 동조가 어째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의 의무인가?**
또한 평화와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파병안은, 그 평화를 누가 유린했고 누가 이라크를 전쟁으로 파괴했는지에 대한 전제가 바로 서 있지 않은 국민기만일 뿐이다.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는 미군에 의한 점령체제의 종식으로 시작되며, 의미 있는 재건은 미국에 의한 전후 처리 부담 전가와 이권 갈라먹기 식이 아니라 유엔의 관할 하에 인류적 지원을 통한 이라크 사회의 복구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 전체는 이라크의 민주 정부가 자주적으로 수립되는 것을 근거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병 동의안의 관철은 미국의 점령체제 지원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파병안은 이에 대한 공론의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위에서 언급한 전제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열린 우리당 당의장은 토론은 이미 충분하다면서 이 나라를 범죄적 전쟁 행위 정당화 작업에 가담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자기규정에 대하여 스스로 모순 된 이율배반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지금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여론의 비판적인 공세가 부시와 블레어를 궁지에 몰아놓고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국제사회의 전반적 자세는 미국과 영국의 침략전쟁에 대하여 이미 부표(否票)를 던진 상태이다. 그렇게 전쟁의 정당성이 본질적으로 상실되고 있으며, 이라크 인들에 의한 참된 민주정부 수립 투쟁으로 이라크에 대한 식민지배 체제가 동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과 여당인 열린 우리당의 수장 정동영 당의장은 “국가간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의무” 운운으로 미국에 대한 굴종을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간생명의 존엄ㆍ국가의 주권 존중ㆍ침략전쟁 거부가 국제사회의 요구**
국가간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의 기본 전제는 인간 생명의 존엄함과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 존중, 그리고 침략전쟁을 거부하는 평화에 대한 단호한 자세이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신뢰와 국제사회의 책임 운운은 국민을 속이고 침략전쟁 가담을 호도하는 반인류적 작태일 뿐이다.
게다가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한 거의 전면적인 반대를 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앞에 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라는 식의 논법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정동영 열린 우리당 당의장이 말하는 국제사회는 어디란 말인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이라크 침략 전쟁 동맹 국가들이 곧 국제사회 전체인가?
대통령과 여당의 수장이 이런 수준과 내용의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을 하고 이 나라의 중차대한 국가적 선택을 주도하려는 것은 개탄해마지 않을 일이다. 행정부와 의회 내의 집권세력이 쌍두마차로 침략전쟁 지지의 선봉에 서서 여론의 정당한 반영을 저지하고 왜곡시키고 있다.
그는 파병동의안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또한 무슨 말인가? 파병동의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나라의 장래와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해 곧바로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파병동의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
열린 우리당 내에서 김성호 의원 같은 경우는 일관되게 파병 반대 논리를 소신껏 펼치고 있다. 그의 용기는 충분히 치하할 만하다.
그에 반해 노무현 정권이 추가 파병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던 임종석 의원 같은 경우는 파병동의안 논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무현 정권 핵심 세력 내부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의 경우 그렇다면 당연히 그 자신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침략전쟁 동조 파병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인터넷 신문 <브레이크 뉴스>의 질문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개혁을 주장하면서 파병을 통해 결국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나서는 이러한 모순 된 자세와 행위는 철저한 국민기만 행위이다. 자유주의자는 평화를 유린하는 행위에 대하여 맞설 때 그 주장의 진정성이 확인되는 법이다. 평화의 유린은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를 의미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지킴도 없이 정치개혁의 주자로 나서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낙천낙선 운동의 기준을 내세우겠다고 나선 총선시민연대는 이러한 세력들의 허위와 기만, 그리고 위선에 대하여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인가? 반인권적 처신에 대한 논란이 낙천선정의 기준이라면, 범죄적 전쟁 가담 촉구행위는 실로 반인권적 처신 가운데 가장 죄질이 무거운 것이며 마땅히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이 땅에서 침략 전쟁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의 존재가 이런 식으로 용납되고 묵인된다면 그야말로 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하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식민지 정치의 변혁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김성호 의원 용기 가상, 임종석 의원 파병시 의원직 사퇴 표명 어디로?**
열린 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 창당되었을 때 평화와 개혁의 주도세력을 자임하는 것이 그 존재근거라면 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당의장은 앞장서서 침략전쟁의 보조원으로 이 나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원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보기 민망할 뿐만 아니라 분노스럽기 조차 하다.
오는 9일 파병동의안 통과에 대한 그의 강렬한 기대 표명은 이후 그의 미래를 옥조이는 족쇄가 되고 말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주체적으로 확보하고 미국에 대한 자주적 행동반경의 확대를 하는 일이야말로 이 나라의 현 시기 근본과제이다. 그럼에도 이를 방기한 채 식민지 정치의 극복을 포기하고 미국이 정해놓은 행동반경 내에 머물면서 자치주의적 굴종에 충실한 정동영 당의장의 자세는 반평화적이고 반인류적이며 반민족적이다. 이러한 기조에서 펼쳐지는 일체의 개혁논의는 명백히 위선이다.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정치인이 내세우는 개혁을 누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추가파병의 후과, 어떻게 책임지려는가?**
정동영 당의장에게 다시 묻는다. 파병 동의안, 진실로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여당의 수장으로서 그대의 정치적 입지에 요구되는 선택인가?
추가파병으로 말미암은 만일의 전투와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살상행위, 그리고 우리 군의 희생의 결과에 대하여 당신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침략적 범죄행위에 이 나라를 끌어들이려는 추가 파병 동의안 통과를 주도하는 책임자들은 누대에 걸친 역사의 정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2월 9일 파병 동의안 통과 문제는 한국 정치의 침략전쟁에 대한 굴종적 동조와, 단호한 평화의지 그 양편에 누가 서는가를 만천하에 드러내어 가늠하게 하는 경계선이 될 것이다. 그 어느 편에 속하는가의 문제, 정동영 열린 우리당 당의장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인의 운명에 인류사적 무게를 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이 나라 민중은 그 책임을 끈질기고도 엄히 묻게 될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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