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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로또 홍역' 어떻게 치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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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로또 홍역' 어떻게 치유했나

[기고 칼럼] 로또 수입, 정부의 '눈먼 돈' 아니다

***‘로또, 과연 인생역전으로 가는 길인가?’**

인생역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지난 설 직전엔 로또 당첨금 32억원 때문에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네 부부의 우정도 역전해 법원 결정을 기다리게 된 사건도 있었다. 로또 복권이 탄생된 지 1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복권으로 인하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정작 해당 부처에선 제몫 챙기기와 정치권 눈치보기에 밀려 복권 정책이 파행을 보일 조짐이다.

복권조정위원회는 최고 당첨금을 추첨식 복권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즉석식 복권은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로또 복권의 판매가격은 현행 2천원에서 1천원으로 인하해 최고 당첨금을 하향 유도키로 했다. 반면에 인터넷복권은 현행보다 최고 10배나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종이복권과 인터넷복권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로또 복권은 경쟁력이 약화돼 크게 밀릴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로또 복권을 발행하면서 당국은 기존의 수익성 없는 복권은 정리하기로 했었다. 정부는 관계기관의 경쟁적인 복권발행으로 인한 복권 시장 난립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고 당첨금을 추첨식은 5억원, 즉석식과 인터넷식은 1억원으로 못박았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수익성 없는 복권들을 살려주게 되어 오히려 시장난립을 부추길 공산이 높아져 복권시장을 정리하겠다는 기존의 정부정책에서 한발 후퇴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보다 1년 정도 앞서 로또복권을 도입한 대만도 초기에‘로또 홍역’을 톡톡히 치렀었다. 도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중국인 특유의 민족성을 감안할 때 로또 복권의 초창기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도박에 관한 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국민성 때문에 자신이 숫자를 고를 수 있는 방식인 로또에 쉽게 빠져 도입되자마자 대만전체는 로또 열기로 달아올랐다. 스포츠, 연예지에서는 로또부(部)가 신설되어 1등 번호와 운(運) 좋은 판매상 고르는 법, 복권 사는 날짜와 판매상 위치들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로또 열풍을 부채질했다. 심지어 헌혈자에게 로또복권을 나눠주자 순식간에 헌혈 목표량을 초과 달성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쏟아졌다.

이같은 초기 로또 열풍은 우리나라와 달리 6개월도 되지 않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복권 판매액도 최고차대비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같이 로또열풍이 진정되게 된 것은 로또 복권 주관사인 타이베이 은행이 일확천금보다는 공익성을 강조, 일반시민들에게 로또 거품을 빼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인생역전’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보다는 대만에선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다(人人都是受益人)’라는 로또 복권 선전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자인 타이베이 은행이 의식적으로 정부수익금, 판매, 유통 등에서 로또 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세운 탓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TV 로또추첨 프로그램 생방송에서도 사회자는 공익성을 강조하는 말을 계속 시청자들에게 외치고 있어 우리나라처럼 사행심 조장이라는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은행 자체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로또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되는 공익기금의 사용처도 '부처 이기주의'와 '정치권 눈치보기'에 밀려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로또복권으로 조성된 기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복권법에 기금의 30%는 로또 복권에 참여한 기존 10개 정부기관에 나눠주고, 나머지 70%는 새로 만들어질 복권위원회에서 그 운용을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부처간 이해다툼과 지역구 몫을 앞세운 정치권의 반발에 밀려 제주도와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 일부 지방 자치단체와 행정부처에 대폭 할애하는 식으로 논의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복권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복권기금을 반드시 사회 공공기금으로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그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금이 정부 일반기금으로 전이된 후 사회복지, 문화예술, 교육사업 등에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주의 상징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시드니 관광명소인 ‘하버브리지’도 복권기금으로 건설된 것이다. 현재 호주 복권 기금의 30-40% 가량은 서민들을 위한 주립병원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조성된 기금이 대개 주정부의 복지기금으로 편입되어 병원, 장애인 시설 등 사회복지 시설, 교육시설 등에 투자되고 있다.

우리도 정부부처 제몫 챙기기와 정치권 눈치보기에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깊이 연구하고 국민을 위한 복권정책으로 뿌리내려 투명하게 운영되는 정책이 수립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삶의 활력소가 되고 꿈이 될 수 있도록 정착시켜 평범한 사람들이 ‘좋은 꿈 꿨는데 복권 한 장 사볼까’ 하고 즐길 수 있는 복권, 당첨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좋은 곳에 썼으니까 잘됐지’ 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복권 산업의 미래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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