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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 무랑루즈 그리고 로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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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 무랑루즈 그리고 로트렉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12>

루즈는 여성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화려하게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입술에 빨간 루즈 정도는 바르는 게 보통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이 ‘루즈’라는 말은 프랑스어이다. 원래 입술 루즈는 불어로는 ‘루즈 아 레브르(rouge à lèvres)'이다. 루즈는 ’붉은'이란 뜻이고 ‘레브르’는 입술이란 뜻이니까 ‘입술에 바르는 붉은 것’이라는 의미다.

루즈라는 말은 외래어지만 이미 우리말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립스틱이라는 영어나 입술연지 같은 우리말보다는 루즈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어쨌건 화장품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루즈임은 분명하다. 우리말에서는 루즈가 마치 물건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굳어졌지만 언래 루즈는 형용사이다. 그래서 프랑스어에서 러시아의 적군은 ‘아르메 루즈(armée)’이고 적포도주는 ‘뱅 루즈(vin rouge)'이다.

또한 루즈가 들어간 말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무랑루즈일 것이다. ‘빨간 풍차’라는 뜻인데 왠지 무랑루즈 하면 화려한 무대와 프렌치 캉캉춤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의 무랑루즈를 배경으로 만든 헐리우드 영화 무랑루즈도 화려하지만 대중적인 영화였다. 우리나라에도 무랑루즈라는 캬바레가 있지만 그 원조는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에 있는 카바레 ‘무랑루즈’이다.

몽마르트 언덕과 언덕 아래의 피갈 지역은 역사적으로 낭만과 예술을 상징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소매치기와 관광객, 스트립쇼 등으로 항상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환락가가 돼버렸다. 한국 관광객들도 피갈 거리에서 애꿎게 낭패를 당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화려한 스트립쇼나 스펙타클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프랑스의 쇼는 샹제리제 거리의 리도(Lido),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그리고 무랑루즈가 있는데 각각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특색이 있다.

이 세 곳의 무희들은 전세계에서 온 소위 쭉쭉빵빵(!)의 미녀무희들인데 이곳의 전속무희가 되는 것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기에 그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교통편의나 시설 면에서 뛰어난 리도쇼를 가장 많이 간다고 하는데, 그래도 역사적으로 보면 낭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무랑루즈이다.

한편 무랑루즈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다. 로트렉은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두 차례의 사고로 어린 시절 두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려 어른이 된 그의 키는 152cm에 불과했다. 인상파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화가 로트렉은 풍경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대도시의 화려한 캬바레나 공연, 그리고 창녀촌 등을 화폭에 담았던 독특한 작가였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그린 무랑루즈의 선전 포스터와 간판 그림들이었다. 원래 캬바레였던 무랑루즈의 장식과 공연들은 로트렉에게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프랑스인들은 무랑루즈 하면 툴루즈 로트렉을 이야기한다. 무랑루즈의 역사 속에는 불운한 예술가였던 로트렉의 열정과 눈물이 숨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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